#양평을 소개하기 전, 소설가들 이름과 작품을 나열한다. 뜬금없겠다. 하지만 양평을 설명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만 우선 알아두자. 소설가라는 걸 빼면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박완서 <그리움을 위하여>, 김원일 <손풍금>, 방현석 <존재의 형식>, 김영하 <보물섬>, 김훈 <언니의 폐경>, 구효서 <구두>, 김연수 <달로 간 코미디언>, 박민규 <근처>, 이승우 <칼>, 윤성희 <부메랑>,김인숙 <빈집>, 하성란 <카레 온 더 보더>.

소설, 아니 책을 도무지 읽지 않는다는 모바일시대. 열거한 소설가들이 모두 같은 문학상 을 받았다는 걸 눈치 채기는 솔직히 힘들 것이다. 그렇다. 이들은 모두 <황순원 문학상> 수상자들. 이름만 들어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쟁쟁한 소설가들 아닌가. 그런데 경기도 양평과 황순원 문학상이 대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걸까?

“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것이었다...(중략)..그날 밤, 소년은 자리에 누워서도 같은 생각뿐이었다. 내일 소녀네가 이사하는 걸 가보나 어쩌나. 가면 소녀를 보게 될까 어쩔까...”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 나오는 양평읍이 바로 경기도 양평이란 게 질문에 대한 답이다. 소설 속 그곳, 양평에 소설을 모티프로 한 테마파크 ‘소나기 마을’이 들어선 건 어쩌면 당연한 일. 매년 황순원 문학제가 양평 소나기 마을에서 열린다. 1992년 가수 예민은 ‘아주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 얘기’라는 가사로 매우 예민하고 섬세하게 소설 <소나기>를 터치 했다. 2003년엔 손예진,조승우,조인성 주연의 <클래식>이란 영화가 만들어져 소설을 오마주 함으로써 관객들을 눈물바다로 이끌었다. 참 많이들 울었다.

한강 제1경 두물머리 [사진=양평군]

#양평엔 소설 말고도 유명한 게 여럿 있다. 우선 두물머리라는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두목머리도 아니고 두물머리? 두 개의 거대한 물줄기가 만난다는 상징성과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양평에서 촬영하는 드라마와 영화가 1년에도 수십 편. 드라마 속 ‘실장님’이나 ‘본부장님’이 아니어도 뭔가 고민 있거나 털어놓을 게 있는 주인공은 대개 양평 두물머리를 찾아 폼을 잡는다. 두물머리는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합쳐지는 곳. 흐르는 방향으론 한강의 시작점이며 역으로는 남한강과 북한강의 분기점이다. 정태춘의 노래 <북한강에서>라는 노래처럼 물안개가 일품인 곳. 그래서 두물머리는 한국관광 100선에 들어갔고 한강 제1경(두물경)으로 칭해진다.

더 있다. 신라가 망해 삼베옷 입고 정처없이 떠돌았다는 마의태자. 그가 심었다는, 아니 그가 꽂은 지팡이가 은행나무가 되었다는 용문사 천년은행나무도 아직도 양평에 산다. 조선왕조 정조 때의 다산 정약용 생가도 양평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만, 정약용은 2012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도 선정됐다. 베트남의 건국영웅 호치민도 정약용 <목민심서>를 품고 다니며 읽었다는 전설은 이미 유명하다. 전무송 안성기가 열연했던 1981년 영화 <만다라>의 원작소설을 쓴 소설가 김성동도 양평에 산다. 만다라는 불교 그 중에서도 밀교에서 발달한 상징의 형식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무척 아름답다는 걸.

양평 산수유한우 축제가 4월 7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사진=양평군]

#바로 그곳 양평에서 제39주년 양평읍민의 날 기념 ‘제2회 갈산 누리봄 축제’가 열린다. 봄을 닮은 사람들이란 부제로 4월 13일부터 4월 15일까지 사흘 동안이다. 이에 앞서 양평 산수유한우축제도 열리는데, 4월 7일에서 8일까지 이틀간이다. 산수유 꽃말이 ‘불멸의 사랑’이라서 축제안내 홈 페이지엔 드라마 <도깨비> 주인공 공유의 대사가 적혀있다. “양평과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라고...축제 기간엔 양평의 자랑인 물 맑은 한우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양평군은 전국 유일의 친환경농업특구. 양평 관내 친환경농업 인증 농가는 모두 1,378가구. 토양분석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친환경농업 인증이 취소되는 깐깐한 검증시스템을 갖춘 곳이 양평이다. 그만큼 친환경농산물 생산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한데, 쌀, 부추, 고추, 수박 등 양평군 10대 농특산물은 믿고 먹어도 되는 것이라고 양평사람들은 늘 강조한다. 믿는다.

본받을 만한 영농법인들도 많다. ‘365일 축제가 열리는 수미마을’은 연평균 6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20억 원 넘는 매출을 올리는 관광체험 마을이다. 주민들 각자 역할을 분담해서 4계절 내내 축제를 진행해도 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봄에는 딸기축제, 여름에는 메기축제, 가을에는 몽땅구이 축제, 겨울에는 빙어축제로 이어지는 코스축제로 유명하다.

‘양평양잠영농조합법인’은 2007년 9개 농가가 뽕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됐다. 현재는 116명의 조합원이 40ha에 뽕나무를 심어 연간 200톤의 뽕나무열매 오디가 생산된다. ‘농가체험 오디따기’ 체험프로그램의 반응이 예상 외로 뜨겁다. 대형유통업체들이 서로 물건을 대달라며 연락을 해서 물량이 모자랄 정도라고.

양평에는 천사도 살고 있다. 노래하는 기부천사 이동해씨가 바로 그 천사다. 나눔문화 확산에 공이 커 경기도지사 표창도 받았다. 용문산 관광지 입구에서 12년째 공연을 하는 가수 이동해는 지난해 모금한 성금 1,500만원으로 실버카 100대를 구입해 100명 노인들에게 전달했다. 이동해가 지금까지 전달한 휠체어와 실버카는 1천여대에 달한다. 양평에 사는 이동해는 진짜 천사다. 그래서 양평은 이래저래 복 받은 땅이다.

백종호 기자  b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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