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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농업' 강국, 대한민국은 ‘치유농업' 강국?각계 '의료 시스템 개혁' 요구 분출... 농업계도 '치유농업' 앞세워 참여해야
치유농업 프로그램 현장 [사진=농촌진흥청]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돌려차기남(男) 사건, 묻지마 칼부림 사건 등으로 전 국민이 놀라는 일이 생기면, “저런 범죄를 미리 예방할 방법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사회가 저런 범죄자들을 방치만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치유농업’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앞서 언급한 이런저런 범죄 뉴스와 치유농업이 심심찮게 연관되어 나온다. 그게 뉴스 기사든 게시판 의견이든 댓글이든 간에 서로의 연관성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뜻.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서 치유농업은 ‘농촌을 살리자’는 의도에서 우선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역소멸 위기, 인구 고령화 등으로 갈수록 위축되어가는 농촌 분위기를 치유농업이 변화시킬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이 내포되어 있었던 게 사실. 물론 시간이 경과하며 치유농업은 농촌 뿐 아니라 도시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다며 그 역할 폭이 확대되어 왔다.

잘 알다시피 치유농업이란 국민의 건강회복·유지·증진을 위해 농업·농촌 자원과 이와 관련한 활동을 통해 사회적ㆍ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고 농촌진흥청은 정의하고 있다. 건강과 행복을 부가적 가치라고 말하는 게 좀 어색하지만, 농촌의 본래 기능과 존재이유 바깥의 추가적 효과라고 이해하고 넘어가도 좋겠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이 소개하고 권장하는 치유농업 안내 정보를 참고하면, 치유농업의 치유대상은 예방형대상과 특수목적 대상으로 나뉜다. 예방형 대상은 유·아동, 청소년,성인, 노인이 있다. 사실 전부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유아에서부터 노인까지를 다 아우르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특수목적 대상으로는 지체장애ㆍ신체적 문제를 가진 자, 심리·사회적 문제를 가진 자(우울, 불안), 중독자(알코올, 약물, 인터넷 등), 위기 청소년, 수용자, 실업자 등이 있다. 바로 우리가 주로 치유농업의 대상으로 알고 있었던 바로 그들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3월 「치유농업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인 치유농업 시대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치유농업이 왜 그렇게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그 존재 이유로 아래와 같은 대답을 할 수 있다. ▲급변하는 사회구조(출산율 0.84명 고령인구 비중 15.7%, 2020년도 기준), ▲농촌지역 소멸 현실화(농촌 대부분이 소멸 '주의' 단계 이상, 전국 시군구의 72.4%), ▲새로운 형태의 건강 수요 (국민의료 수요 변화 큐어(Cure) > 케어(Care) > 웰니스(Wellness)), ▲보건ㆍ복지 등 정부 정책 변화 (치료중심에서 사전적 예방 중심변화, 보건·복지 예산지속 확대),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성장( 농촌관광사업 증대, 귀농·귀촌 인구 증가, 2019년도 기준 약 58만명) 등이다.

농촌진흥청이 내세우는 이유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점이 있는데, 바로 새로운 형태의 건강 수요, 정부의 보건 복지 정책 변화라는 항목. Cure > Care > Wellness라고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치료 > 보호> 웰빙 으로 이어지는 게 국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건강 수요라고 해석할 수 있다. 마치 치유농업이 ‘치료’ 쪽 보다는 보호.웰빙 쪽에 방점을 찍고 있는 듯이 오해할 부분이다. 그런데 이와는 상당히 방향이 다른, 아니 어쩌면 치유농업은 오히려 ‘치료’ 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야만 한다는 분위기가 치유농업 현장에 퍼져나가고 있다. 새로운 시각이다.

춘천 치유누리삼마을 [사진=농진청]

- 치유농업, ‘치료’라 부르면 안 되고... ‘보호, 웰빙’ 이라고만 부르라고?

이런 분위기를 소개하자면 그 사례가 상당히 많다. 아니 많아지고 있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숫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뜻일 텐데, 이런 분위기를 주도하는 지자체가 있다. 바로 경기도 고양특례시. 고양시는 치유농업의 의료효과 입증을 위해 의료기관과의 협업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고양특례시가 민선8기 핵심공약사업인 ‘치유농업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 의 일환으로 국립암센터와 협력해 진행한 암환자 대상 원예치유프로그램이 바로 그것. 이 프로젝트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의생명연구심의위원회(IRB)를 통과, 임상을 진행해 암환자의 재활ㆍ사회복귀 등에 적용하고 있다. 고양시는 도‧농복합도시 특성 및 의료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분야에 치유농업을 적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양시의 이 같은 프로젝트는 치유농업 의료효과를 입증, 환자의 사회적 복귀를 돕고 치유농업을 확대해 나갈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의미를 지닌다. 고양시는 국립암센터, 헤븐리병원 등 의료기관과 협력해 국내에서 입증 사례가 많지 않은 치유농업의 의료효과를 입증했는데, 국립암센터 원예치유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삶의 질 28.64% 상승, 건강상태 34.35% 상승이라는 효과를 보여줬다.

고양시는 또 암환자, 알콜 중독환자, 장애인, 복지시설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도 진행중이다. 뇌신경계 전문병원 해븐리병원과 진행한 치매환자 대상 치유프로그램에서는 원예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주의집중력, 언어능력, 시공간적 지각 및 구성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시의 이러한 활동을 뒷받침하듯, 치유농업이 대국민 서비스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보건의료 및 사회서비스와의 연계 체계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렇게 함으로써 치유농장의 이용률을 높이고 치유 프로그램의 의학적 근거를 확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이 같은 연계체계 구축으로 사회적 비용 절감, 농촌의 지속적인 성장 토대 마련, 치유농장과 보건의료의 협업 채널 확대 등을 도모할 수 있다는 기대도 담고 있다.

이런 주장은 지난 2022년 겨울 농촌진흥청 치유농업추진단이 개최한 '치유농업‧보건복지 연계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쏟아져 나왔는데, 대구가톨릭대학교 윤숙영 스마트그린케어학과 교수는 치유농업의 의과학적 검증 확대를 위한 공동연구 확대를 제안했다. 치유농업이 말과 구호뿐인 ‘치유’를 넘어 그 효과를 의학과 과학으로 검증해서 보여줘야 하는 분위기가 이미 전 사회적으로 형성됐다는 뜻이라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실제로 그동안 치유농업의 효과라는 것은 만족감, 우울감 해소 등 주관적 심리 변화를 근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 변화 토대의 검증방법은 의학적 효과를 분석하기에 큰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왔던 게 사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위와 같은 의과학적 검증 확대 주장은 보다 실질적인 치유농업의 효과를 국민들에게 제시할 실마리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게 하기 위해 심리적 설문조사 외에도 뇌파 측정, 자율신경계 스트레스 측정 등을 통한 치유농업 효과검증 기준 마련도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2023년부터 치유농업 서비스 품질 인증제 도입을 위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효과성 검증 기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프로그램 등록제도 시행 중이다. 실제로 전라북도 고창군농업기술센터는 치유농업 유관기관 연계 치유프로그램 활성화 시범사업으로 치유·체험농장 5개소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정신질환자, 발달장애인, 경증치매노인 등 97명을 대상으로 뇌파, 맥파 측정장비를 이용한 치유프로그램 사전, 사후 효과 검증을 진행중이다. 지각된 스트레스 척도(PSS), 자아존중감 척도(RSES) 설문지도 병행해 참여자들의 신체 활력, 스트레스 지수 등의 변화를 통해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검증하고 있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은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유럽에서는 치유농업과 치료행위를 연결해 치유농업을 의료로 보는 경향도 있다. ”고 언급했다. 농촌진흥청은 치유농업 시장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농진청, 농식품부, 해수부, 산림청 등 4개 부처가 치유정책 협의체를 지난 2022년 신설한 바 있다.

서울시와 서울대학교의 협업도 화제다. 지난 2월, 서울시농업기술센터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농업활동을 통해 시민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증진할 수 있도록 '치유농업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네덜란드의 치유농장 de Hoge Born [사진=de Hoge Born 홈페이지]

- 고양특례시· 전북 고창군, 치유농업과 의료 연계 분위기 주도

최근 의정 갈등 또는 의료시스템 개혁 등이 연일 뉴스의 중심에 등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농업강국 네덜란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는 이미 국민건강보험과 연계한 치유농업 지원근거 법을 제정했고 치유농장이 1,100여 개에 이른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개인 비용으로 농장주와 직접 계약을 맺는 이용자도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2005년에는 장기적 체류형태의 치유 개념으로 치유농업이 확장되면서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치유기관으로 승인받기 시작했다. 또한 치유농업 서비스 전문화를 위해 학계 연구도 무척이나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유농업과 의료 효과의 검증을 위해서 와게니겐 대학(Wagennigen Univ.) 연구센터는 치유농업서비스 효과 평가 연구를 깊이 있게 진행하고 있다.

농업강국 네덜란드를 본받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게 우리나라 농업계의 현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의료개혁 및 의료시스템 변혁을 도모하는 최근의 분위기는 우리나라가 치유농업 강국으로 자리매김(포지셔닝)할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게 한다. 대한민국은 현재 「간호법」 제정, 의대정원 확대를 통한 의료시스템 개혁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하고 있다. 이 기회에 윤석열 정부와 의사협회 그리고 농식품부, 농민단체 등이 농업강국 대한민국을 넘어 '치유농업 강국 대한민국'을 꿈꾸며 머리를 맞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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