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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바이오 농약 어디까지 왔나?여전히 답보 상태인 '천적 농법'... 새롭게 주목받는 '천연 작물보호제' 시장
농업분야에서 천적 활용은 그야말로 가성비 높은, 효과 빠르고 뒤끝 없는 개운하기 그지없는 농사법이다. 이른바 '천적 농법'이다. 사진은 진딧물의 천척 무당벌레 [사진=픽사베이]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대개 누구에게나 천적은 있다. 농사짓다 보면, 또는 정치판을 들여다보면 ‘아하!’ 하고 깨닫게 된다. 특히 농업분야에서 천적 활용은 그야말로 가성비 높은, 효과 빠르고 뒤끝 없는 개운하기 그지없는 농사법이다. 이른바 '천적 농법'이다.

A라는 해충의 천적이 B라고 하면 , B곤충을 잘 키워서 A해충을 박멸하거나 몰아낼 수 있다. 그렇다보니 요즘 농가에서 걱정들을 많이 하는 PLS(농약허용물질 목록관리 제도)와 상관없이 잔류농약 걱정 따위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일반 화학 농약을 쓸 때보다 손도 덜 간다. 몇 해 지나고 나서 농약이 잘 안 통하는 ‘농약 내성’이란 걸 겁낼 필요도 없다.

1995년 이후 일본에서는 약 20 종류 이상의 천적곤충(생물 농약)이 공식 판매되고 있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천적곤충산업과 천적농법이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정도다. 지난 2010년 약 2500㏊였던 천적활용 작물재배면적은 2017년 425㏊로 쪼그라들었다. 무려 6분의 1로 위축된 상황. 시장규모도 50억 원 대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2005~2010년 사이의 생물학적 병해충방제사업도 예산 5백억 원 정도를 사용하고는 중단됐다.

우리나라 농업현장에서 작목별로 자주 발생하는 해충과 그 천적을 살펴보면, ▲고추·콩·딸기·참외·장미 = 점박이응애 방제에는 천적 칠레이리응애. ▲오이·호박·가지 = 각종 진딧물( 목화진딧물·복숭아혹진딧물·무테두리진딧물·양배추가루진딧물)의 천적은 콜레마니진디벌. 무당벌레도 진딧물의 천적. ▲ 파프리카·화훼류 = 꽃노랑총채벌레 발생시 천적은 노린재 등이 있다.

실제로 경북 청년창업 (주)앱바이오라는 회사는 천적 국산화를 추진 중인데, 이 회사는 원예작물의 주요 해충인 총채벌레와 작은뿌리파리 방제에 사용되는 토양 포식성 천적인 뿌리이리응애(Stratiolaelaps scimitus)를 생산해서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위에 설명한 천적농법과 방향은 비슷하지만, 살아 있는 미생물이나 생물에서 유래한 추출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방법도 있다. 흔히 이를 바이오농약, 생물농약, 천연농약 활용 친환경 농법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화학적 방법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유용 미생물로 이루어진 천연 작물보호제(일명 바이오 농약)을 사용하는 농법인 것이다.

총채벌레 생활사와 팜한농의 천연 작물보호제 '총채싹'의 작용 [사진=팜한농]

 

◇ 답보 중인 천적농법... 서서히 성장해가는 천연 작물보호제 시장

천연 작물보호제의 장점은 여러 가지인데, 대표적인 게 바로 효과가 지속적이면서도 부작용(독성)이 없다는 것이다. 화학농약은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의 우려가 높다는 지적을 자주 받지만, 천연식물보호제는 그런 점들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세계 전체 작물보호제 시장은 약 10년 전인 2013년 기준으로 약 542억 달러 규모였으며 이 가운데 천연 작물보호제 시장은 약 22억 달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있다. 즉 4~5% 정도만이 천연 작물보호제의 영역이라는 뜻. 그리 큰 비중이 아니라는 말도 된다. 하지만 이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소식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환경보호와 기후변화에 대비한 작물보호제(농약) 시장의 준비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작물보호제 시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생겨나고 있을까? 농촌진흥청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천연 작물보호제로 등록된 건수는 총 29종인 것으로 나타나있다. 종류별로는 미생물 천연 작물보호제가 1번에서 10번까지 등록돼 있는데, 모두 살균을 위한 것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름을 보면 ▲바실루스서브틸리스디비비1501 수화제, ▲바실루스서브틸리스시제이-9 액상현탁제, ▲바실루스서브틸리스엠27 고상제, ▲바실루스서브틸리스엠비아이600 수화제 등이다.

19번부터 29번까지는 주로 살충을 위한 것들이 등록되어 있는데, 미생물과 생화학이라는 구분이 눈에 띈다. 이름을 살펴보면 ▲모나크로스포륨타우마슘케이비시3017 고상제, ▲뷰베리아바시아나지에이치에이 유상현탁제, ▲비티아이자와이엔티423 수화제, ▲비티쿠르스타키 수화제, ▲블라드 액제, ▲아자디락틴 입제, ▲펠라르곤산 유제 등이다. 

이와 함께 주요 기업들의 관련 동향도 눈에 띈다. 

■ 팜한농 =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 실시한 ‘2021년 농식품 연구개발사업 기술 상용화 실태조사’에서 팜한농은 ‘농업현장체감 부문 원장상’을 받았다. 팜한농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농식품부의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 사업’ 가운데 ‘미생물 유전체 정보 활용 경제작물 미생물농약 개발 과제’에 참여했다. 그 결과 전북대학교 김재수 교수와 함께 살충 활성 미생물 균주(Beauveria bassiana ERL836)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201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총채벌레 번데기 관리용 토양처리형 자재인 ‘총채싹’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 경농 = 경농은 박테리오파지를 활용한 '아그리파지'라는 생물농약을 개발했는데, 항생제 없이 식물 화상병원균을 직접적으로 사멸시키는 기능을 지닌 게 특징이다. 박테리오파지는 쉽게 말해 세균을 먹는 바이러스를 뜻한다. 세균이 있는 곳에 어디든 존재하는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 항생제 내성, 잔류 등을 해결한 항생제 대체물질 활용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그리파지 액상제’는 화상병균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한다. 특징이라면 항생제가 아니면서 세균병해 예방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경농은 ‘아그리파지 액상제’가 세균병해 예방치료제로서 내성균 관리에 적합한 약제라고 설명했다.

■ 두호랜텍 = 이 회사가 출시한 '황토약손'은 세계 최초의 황토 수목치료보호제로 알려져있다. 국내산 천연 황토를 주 원료로 사용해서 식물의 생육 증진 효과와 더불어 식물성 해충기피제 첨가로 해충 저감효과도 입증됐다. 황토약손 스프레이는 황토 함유량이 약 40% 정도여서 농도가 짙은 점이 장점.

■ 천지인바이오텍 = 친환경농자재 생산·판매 업체인 ㈜천지인바이오텍은 지난해 생물농약 개발을 본격화했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핵심농자재국산화기술개발사업’ 대상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천지인바이오텍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남대학교 등과 함께 생물농약 국산화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마늘·양파·토마토·배추·고구마 등 주요 농산물의 생장조정제 개발 및 산업화를 1차 목표로 삼았다.

환경부는 전국의 골프장 541개소의 2020년 기준 화학농약 사용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는데,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았거나 사용량이 적은 골프장 50개를 선정해 '화학농약 사용 저감 우수 골프장'이라고 명명했다.  [사진=픽사베이]

◇ 천연 작물보호제 개발에 정부, 기업 모두 적극적... 발전 가능성 높아

올해 봄에 천연 작물보호제 관련 흥미로운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골프장 잔디 관리를 위한 천연식물보호제 사용이 언급된 내용이었는데, 환경부가 조사해서 골프장 마다 어떻게 식물보호제를 쓰고 있는지를 발표했다.

환경부는 전국의 골프장 541개소의 2020년 기준 화학농약 사용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는데,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았거나 사용량이 적은 골프장 50개를 선정해 '화학농약 사용 저감 우수 골프장'이라고 명명했다. 환경부는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3개소, 단위면적당 농약사용량(kg/ha)이 적은 '화학농약 저사용 골프장' 45개소 등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뽑힌 골프장들은 화학농약 사용을 줄이려고 여러 다양한 방법을 사용 중이었으며, 꼭 농약사용이 필요할 때는 천연식물보호제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 알려졌다. 바람직한 일이다.

이제 장마가 지나고 과수농가에는 과수화상병 피해 발생이 늘고 있다. 과수화상병 확산 저지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실시간 유전자증폭기술을 활용해 발생현장에서 바로 진단하는 체계도 확립한 바 있다. 나아가 현재 흔히 쓰고 있는 합성농약을 대체할 미생물제와 박테리오파지 등을 찾아 화상병 방제 효과도 확인하고 있다. 골프장에서나 산림에서나 과일과 채소를 위해서나 천연 작물보호제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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