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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유는 정말 세계에서 가장 비쌀까?빅맥지수-국제물가지수 등 따져봐야.. 생산자-가공사간 갈등, 정부 적극 중재 필요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우유값을 놓고 관련업계들과 정부 사이의 힘겨루기가 세차다. 불가피하게 올려야 한다는 쪽과 그럴 순 없다는 쪽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양측은 서로가 자기 할 말을 한껏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선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좀 더 거시적인 합의와 양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짐작하다시피, 값을 올려야 된다는 주장은 낙농업계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원유(우유의 원재료) 가격은 대략 1리터 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정도 올해 8월 들어 인상됐다. 사료값도 오른지라 더는 미룰 수 없었다는 게 낙농업계의 입장이다. 또 다른 이유는 원유와 유제품의 수급조절, 가격안정, 유통구조 개선 및 품질향상 등을 통하여 국내 낙농업과 관련산업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낙농진흥회 의결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우리나라 원유 가격은 정부, 소비자, 낙농업계가 모인 낙농진흥회에서 ‘원유가격 연동제’에 따라 지난 2013년부터 결정되어 왔다. 하지만 낙농가의 생산비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가격이 정해진다. 정부가 생산비용에서 최소 비용을 보전해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게끔 하는 이 제도는 역설적이게도 원유가격만 끌어올렸다는 비판을 받는 애물단지가 됐다. 우유 수요가 줄어도 낙농업계 차원에서 공급을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알아서 손해 안 나게 낙농업계를 도와주는 마당에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었던 것이 현실.

우유값을 놓고 관련업계들과 정부 사이의 힘겨루기가 세차다. 불가피하게 올려야 한다는 쪽과 그럴 순 없다는 쪽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페이스북]

한편 반대하는 쪽은 원유 구입의 주체인 유가공업체, 소비자단체다. 이들은 낙농업계와는 반대편에 서서 우유가격 결정 시스템을 이번에 꼭 손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우유가 남아도는데도 원유 가격을 올리는 게 말이 되느냐는 주장. 실제로 국민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1인당 26.3㎏으로 지난 1999년 이후 가장 적은 소비량을 나타냈다.

정부는 정부대로 난감하다. 그동안 낙농업계에 끌려다닌다는 손가락질을 받아온지라 뭐라도 해야 할 처지다. 그래서 지난 8월 2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공개회의를 열어 낙농업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박범영 차관 주재 1차 '낙농산업 발전 위원회'에서 농식품부는 원유 가격 결정을 좌우해온 낙농진흥회의 인선부터 강력하게 성토했다. 15명의 낙농진흥회 이사 가운데 7명이 생산자측 이사로 돼 있는 게 정상적인 시스템이냐며 낙농진흥회를 직격했다.

이에 생산자 단체 측인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우리의 생존권은 우리 자신이 지켜야 한다’라는 제목의 대농가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지난 8년간 원유가격은 리터당 고작 7원밖에 오르지 않았다. 올해는 생산비의 54%를 차지하는 사료 가격이 15% 이상 폭등했다. 이에 낙농 현장은 빚더미 위에 앉은 형국”이라며 “농식품부는 우유 가격 중 38%나 달하는 유통 마진의 근본적인 개선, 국산 유제품 생산대책은 등한시하며 우유값이 비싸다며 힘없는 낙농인들만 몰아세우고 있다”며 거세게 정부를 비판했다.

반면 조성형 매일유업 부사장은 "일부 홈쇼핑에서 1ℓ짜리 수입 멸균우유가 1180원에 판매되고 있다. 곧 살균우유 수입이 가능해지는데 시장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낙농산업과 유가공산업이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부사장의 말처럼 국내 흰우유 가격은 2500원 안팎이며 국산멸균우유의 온라인 가격도 2000원을 훌쩍 넘는 수준. 2026년부터 수입 개방되는 외국 멸균우유보다 갑절이나 높은 가격으로 과연 경쟁이 되겠냐는 뜻이다. 우유값이 외국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논리다.

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회장도 “우리나라 소비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유를 먹고 있다. 소비자가 싼 가격에 우유를 사 먹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했다. 과연 우리나라 우유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게 맞을까?

농림축산식품부 박영범 차관이 8월 25일 세종시에서 열린 낙농산업 발전 위원회 제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 낙농업계·낙농진흥회·유가공업계·소비자단체 갈등 고조... 정부는 어느 편?

그런데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 우유값은 세계에서 최고로 비싼 게 사실일까? 이를 살펴보려면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만 하지만, 우선 우리는 빅맥 지수라는 세계의 물가 비교 지수를 적용해볼 필요가 있다. 빅맥은 잘 알다시피 맥도널드 햄버거. 빅맥 지수(Bic Mac Index)는 각 나라의 구매력 평가를 비교하는 경제지표로 흔히 사용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세계 각국에서 판매되는 빅맥 버거 가격을 미국 달러로 환산 비교하는 거다. 빅맥지수가 높으면 물가가 높고, 빅맥지수가 낮으면 물가가 낮은 것으로 본다. 여기서는 우리나라 우유값이 전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높은지를 대략 가늠하기 위해 빅맥지수를 인용해 봤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서 발표한 2017~2018년 기준 빅맥지수 1위국은 스위스(6.54), 2위는 스웨덴(5.82)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5.51, 한국의 경우에는 빅맥지수가 4.1로 전 세계 국가중 24위로 나타났다. 일본은 3.74, 칠레 4.09, 아르헨티나 3.75, 싱가포르 4.43이다. 중요한 건 구매력인데, 빅맥 지수와 1인당 GDP를 고려해 각국의 구매력을 산정해보면 우리나라의 구매력은 우루과이, 브라질, 칠레, 스리랑카 등의 국가들보다는 높지만, 이스라엘, 뉴질랜드, 영국, 아랍에미리트 등의 국가들보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빅맥 지수 4.1(달러)와 1인당 GDP 32000달러를 고려하면 약 8009개의 빅맥을 살 수 있다. 스위스는 (빅맥가격 6.54달러, 1인당 GDP 8만189달러, 구매가능 빅맥 1만2261개), 영국은 (빅맥가격 4.23달러, 1인당 GDP 3만9720달러, 구매가능 빅맥 9390개), 브라질은(빅맥가격 4.4달러, 1인당 GDP 9821달러, 구매가능 빅맥 2232개), 스리랑카 (빅맥가격 3.64달러, 1인당 GDP 4065달러, 구매가능 빅맥 1117개) 등이다. 즉 빅맥지수가 높아도 1인당 GDP가 높으면 구매력이 높고, 빅맥지수가 낮아도 GDP가 낮으면 구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빅맥 지수가 이렇다면 한국의 우유는 해외보다 얼마나 비싸거나 싼 걸까? 2020년 기준 1㎏당 원유가격은 한국이 일본 다음으로 높다. 정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원유 가격은 일본(1168원),한국(1051원),미국(477원),유럽(456원), 뉴질랜드(408원) 순이었다. 소비자 가격도 마찬가지. 국제 물가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흰 우유 1리터 가격은 한국이 2442원으로 전 세계 8위. 일본(2054원), 영국(1456원), 미국(984원)보다 비싸다. 빅맥지수만 보더라도 얼추 비슷한 수준의 빅맥지수를 나타내는 국가들(싱가포르, 유럽, 영국 등)에 비해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빅맥지수는 단순 참고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감안하고 다른 품목가격과 비교했을 때는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축산물이나 과일 가격에 비해 국산 흰우유 가격은 저렴한 편에 속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라는 단체에서 올해 2월에 2020년 8월부터 12월까지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호주 등 세계 10개국 주요 도시에서 축산물, 수입과일, 가공식품, 주류 등에 대해 소비자가격을 조사 비교한 자료를 보면 그렇다.

이 단체 조사를 보면, 세계 10개국 국제물가 조사 결과, 쇠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 한국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과일 8개 품목(바나나, 파인애플, 자몽, 망고, 수입포도(레드글로브), 레몬, 오렌지, 키위 모두 10개국 중 한국이 1, 2위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고, 바나나, 파인애플, 자몽, 망고는 한국이 10개국 중 가장 비쌌다. 코카콜라와 칠레산 와인 몬테스 알파 까르네쇼비뇽의 가격은 한국이 10개국 중 가장 비쌌고, 펩시콜라(3위), 수입맥주 버드와이저(3위), 하이네켄(2위)은 한국이 비싼 순으로 3위 안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과일 8개 품목(바나나, 파인애플, 자몽, 망고, 수입포도(레드글로브), 레몬, 오렌지, 키위) 모두 10개국 중 한국이 1, 2위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고, 바나나, 파인애플, 자몽, 망고는 한국이 10개국 중 가장 비쌌다. 파인애플의 10개국 평균 가격은 4041원으로 한국은 해외평균에 비해 1.6배 비쌌다.

우유 1리터가격의 경우 미국이 가장 비싼 3069원으로 조사됐고, 일본이 3051원, 캐나다가 2697원, 중국이 2462원, 우리나라가 2631원으로 10개국 중 4번째를 기록해 다른 축산물이나 과일이 타국과 비교해 비싼 반면, 국산 흰우유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다는 해석이 가능한 자료가 나왔다.

물론 한 소비자시민모임의 자료만 놓고 우리나라 우유값이 저렴한 편에 속한다고 결론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빅맥지수나 세계소비자가격지수 등과 대비되는 조사결과도 있다는 데에서 이 소비자단체의 통계는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 하겠다.

빅맥지수, 세계소비자물가지수,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우리나라 우유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유는 아닌 듯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 빅맥지수, 국제물가지수로는 “비싸다” VS 축산물, 과일과 비교하면 “싸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나라 원유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 대신에 정부와 낙농진흥회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가격을 정해왔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단점은 소비자들의 우유소비량을 감안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가격을 정했다는 것. 이를 바로잡겠다는 쪽(농식품부, 유가공업체, 소비자단체 등)과 그대로 시행하자는 쪽(낙농업계)이 2020년 9월 초까지 여전히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시합(?)을 지켜보며 누가 이기는지 구경만 할 수는 없다. 우리 모두가 우유룰 마시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유가격 산정 시스템을 고치거나 고치지 않거나 하기 전에 우선 우리나라 우유가 세계에서 얼마나 비싼지 또는 저렴한지를 알아보는 게 중요할 것이다. 빅맥지수, 세계소비자물가지수,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우리나라 우유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유는 아닌 듯 보인다. 우유의 소비자 가격이 비교적 비싼 축에 속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어쩌면 오히려 축산물, 과일에 비해서는 가격의 구매 접근성이 좋다고도 평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 이번 우유값 산정 시스템 개정 논란의 해법은 우유 가격을 바라보는 각 이익주체들의 양보에 있는 듯하다. 축산전문가들도 양보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는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수급을 고려하지 않은 현 가격체계는 문제가 있으므로 시장 상황에 맞게 고쳐야 한다. 하지만 일단 낙농진흥회 의결로 인상하기로 한 가격의 50%만 적용하는 등 절충점을 찾고, 연말에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로 반씩만 주장해서 문제를 풀어가자는 뜻일 것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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