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식목일 행사에서 나무를 심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미국과 중국에도 우리나라 식목일 같은 날이 있다. 그런데 두 나라 모두 3월에 있다. 미국 나무의 날은 3월 22일, 중국의 식수절은 3월 12일이다. 대한민국 식목일은 미국과 중국보다 2~3주 뒤인 4월 5일. 이것저것 복잡하게 계산하지 않고 단순 비교하면 그렇다.

10여 년 전부터 식목일을 3월로 앞당기자는 말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더니 최근 박종호 산림청장이 라디오 방송에서 식목일을 한 달 정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운을 띄운 것.

식목일을 제정했던 수십 년 전과 현재를 비교하면 3월 평균 기온이 약 2.3도 정도 상승했기 때문이란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도 덧붙였다. 박 청장은 봄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잎눈이 틔는 시기가 5~7일 정도 앞당겨진다고 했다. 산림청장 말대로라면 우리는 지금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식목일을 수십 년 째 지켜오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식목일을 한 달 정도 앞당기면 어떤 게 이로운 걸까? 1946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4월 5일이 식목일이었는데, 이를 바꾸면 뭐가 좋은 걸까?

첫째, 여러 자료를 종합하면 식목 최적 온도는 약 6.5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해인 2020년 4월 기온이 나무를 심기에 너무 높다는 진단이 나왔다. 4월 기온이 평균 10도를 훌쩍 넘어선지 이미 오래라는 것. 따라서 평균 기온이 10도 이하인 3월이 나무 심기에 최적이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맞다. 이는 1946년 식목일을 제정했던 당시의 식목일 평균기온과 최근 기온의 차이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30년(1979~2008년) 식목일 평균기온은 과거 30년(1931년~1960년) 보다 서울 3도, 부산 2.2도, 대구 3.6도, 목포 2.1도가 상승했다.

둘째, 4월 5일 식목일과 한식을 전후로 해서 우리나라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불의 64%는 3월~5월에 발생한다. 봄철(3∼5월)은 습도가 가장 낮아 건조하고 바람도 강하다. 특히 강원도 영동지역 강풍은 ‘양간지풍(襄杆之風)’이나 ‘양강지풍(襄江之風)’의 영향을 받는다.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을 말한다. 고온 건조하고 풍속도 빠르다. 산불 확산의 주범으로 꼽힌다.

흥미로운 점은 고려, 조선시대에도 추석, 설날, 단오와 함께 4대 명절로 꼽혔던 한식날에 하던 특별한 일. 그건 바로 한식의 금화(禁火) 풍속, 즉 불의 사용을 금지하는 기간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조선시대 세종대왕 13년(1431년)엔 “한식 사흘 동안 불의 사용을 금지한다”는 왕명이 내려진 적도 있었다.

셋째, 나무들이 노령화돼서 탄소저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2021년 현재 우리 산림이 탄소의 3400만 톤 정도를 저장하고 있는데 2050년에는 1400만 톤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어린 나무를 꾸준히 많이 다시 심는 게 중요하다. 탄소저장률을 늘려야 하기 때문. 산림청은 이를 위해 남산 면적의 70배의 땅에다가 48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기로 했다. 제주도에서 2월 하순부터 식목을 시작해서 날씨가 추운 강원도와 경북 일부는 4월 하순까지 식재한다는 계획. 올해는 비대면 온라인 ‘내나무 갖기 캠페인’도 벌일 예정인데, 모든 가정에서 나무 한그루씩을 심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사정이 이렇다면, 식목일을 3월로 앞당기는 것을 과감하게 추진해도 좋지 않을까? 

김찬래 기자  kcl@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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