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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플랫폼법’이 기업 죽이는 또다른 규제?입점 업체와 상생 가능한 제도적 기반 만들 필요... 유통약자 보호에 방점 둬야

‘삼락몰’이란 게 있었다. 스마트폰 쇼핑 앱(어플리케이션)이다. 전라북도에서 2016년 만들었다가 이용자가 너무 적어 2018년에 서비스를 종료한 ‘비운의 앱’이다. 하지만 만든 의도만큼은 칭찬받아 마땅했다. 농촌의 ‘유통약자’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

삼락몰은 농산물 판로 개척이 거의 불가능한 사람들, 즉 유통의 절대약자인 고령농, 여성농민, 신규 귀농자를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는 문전박대 끝 서비스 종료. 이리저리 치이다가 결국 스스로 문을 닫고 말았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삼락몰을 지자체의 운영부실 사례라며 질타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삼락몰은 실패해도 다시 꾸준히 만들어야 되는 공익형 앱이었다. 책상머리에서 쉽게 ‘단죄’할 성격의 서비스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물론 유통약자를 위한 제도개선이라는 정부 차원의 큰 움직임도 있다. 「온라인 플랫폼법」(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두고 정부기관끼리 티격태격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온라인 플랫폼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면대치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서둘러 불끄기에 나섰다. 그만큼 찬반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법안을 발의한 공정위는 그렇다 치고, 방통위는 왜 이리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대체 온라인 플랫폼법이란 건 뭔가? 누구 말이 옳은 걸까? 사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온라인플랫폼법을 유통약자 보호라는 면에서 바라보면 상황은 좀 더 또렷해진다. 기업의 성장이나 거래액 또는 사이즈로만 바라보지는 말자는 거다.

쉽게 말해 「온라인 플랫폼법」은 플랫폼(쿠팡, 네이버, 카카오커머스, 야놀자, 배달의민족, 구글플레이, 다나와, 다방, 엔카 등)에 입점한 업체에 대한 플랫폼의 갑질(각종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을 말한다. 요즘 미국증시 상장 발표로 이슈를 몰고 다니는 쿠팡에서부터 G마켓, 네이버, 카카오, 구글까지 모두 포함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에 따르면 총 26개 정도가 온라인플랫폼법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오픈마켓 8개(이베이코리아, 11번가, 쿠팡, 인터파크, 위메프, 티몬, 네이버스마트스토어, 카카오커머스), 숙박애플리케이션(앱) 2개 (야놀자, 여기어때), 배달앱 4개(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위메프오가), 앱마켓 3개(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 가격 비교 서비스 3개(네이버, 다나와, 에누리닷컴), 부동산 정보 제공 서비스 4개(네이버부동산, 직방, 다방, 부동산 114), 승차 중개 서비스 등 기타 2개(엔카, 카카오모빌리티)가 대상이다.

놀라운 점은 오픈마켓 8개 업체의 입점업체 숫자만 헤아려도 총 92만 2천개. 8개 업체 매출액은 3조 원을 훌쩍 넘는다. 중개거래액은 53조 원이나 된다.

공정위가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안」은 지난달 26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공정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VS 방통위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

어쨌거나 공정위가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안은 지난달 26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물론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은 내년쯤에나 가능하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전혜숙 의원이 별도로 방통위 의견을 담아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토론회를 열어 일본이나 유럽연합에서는 통신규제기관이나 정보통신기관이 온라인플랫폼을 담당한다며 외국 사례까지 들고 나왔다. 공정위와 방통위가 맞붙은 형국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를 돌이켜보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쿠팡이 입점업체에 유통 경로 확인서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입점 업체들은 쿠팡이 유통망을 가로챌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소상공인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자료를 제출하거나 판매 정지를 당하는 현실이다.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갑질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도 같은 국감에서 배달앱 플랫폼들이 직접 생필품 판매까지 뛰어들면서 골목상권을 침해중이라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배달의민족의 B마트, 요기요의 요마트 등이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자 기존 골목상권과 편의점 매출이 급감하는 중"이라며 "배달앱들이 이마트 노브랜드처럼 자체 상품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골목식당까지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뿐만 아니다. 올해 1월에는 이른바 ‘로켓정산법’이란 법안도 등장했다. 이는 관행적으로 판매자들에 대한 정산주기를 늦춰왔던 온라인 쇼핑몰에 제동을 거는 법안.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지난 1월 상품대금 지급기한을 30일로 규정하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빨리 정산하라는 뜻을 담아 이른바 ‘로켓정산법’이라고 이름 붙였다는 후문. 한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통신판매중개업자와 유통 분야의 직매입 거래에서 대금지급 의무기한을 30일로 규정했고 ,이를 위반하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21대 국회 들어 유통법 개정안도 약 10건 가량 발의된 상태인데,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 의무를 확대하자고 했다. 대규모점포 출점 제한 대상에 대형마트 외 복합쇼핑몰을 추가하고, 백화점과 면세점을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도 포함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은 대규모점포 출점 제한 범위인 전통상업보존구역을 기존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반경 1km에서 20km 이내로 확대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지난 1월 상품대금 지급기한을 30일로 규정하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빨리 정산하라는 뜻을 담아 이른바 ‘로켓정산법’이라고 이름 붙였다. [사진=국회 사무처]

◇ 지난 ‘국감’서 드러난 플랫폼 갑질 사례 다수...최근엔 ‘로켓정산법’도 발의돼

농촌에서 라이브방송(라방)으로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시대에 e커머스와 플랫폼 갑질방지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온라인플랫폼법은 농민들에게도 해당되는 민생법안이랄 수 있다. 최근 불거진 온라인플랫폼법을 둘러싼 논란은 이 법안을 단순히 기업을 향한 규제로만 바라보는 시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통)약자 보호라는 점도 좀 더 고려되어야 한다.

실제로 온라인플랫폼법이 현실화되기 직전 상황이 되자, 관련 업계는 아직 꽃도 피지 않았는데 너무 빠른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입법 취지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벌써부터 이러는 건 가혹하다는 말도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는 쿠팡 같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닌가 라는 걱정도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 내용이 금지행위를 포함하고 있어 EU나 일본보다 규제수준이 높다거나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제정안에 포함된 금지행위는 이미 공정거래법에 규정돼 있던 거래상지위남용행위 금지조항을 플랫폼 산업의 특성에 맞게 적용한 것으로 새로운 규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온라인플랫폼법은 플랫폼의 성장을 막는 게 아니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생을 향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플랫폼기업과 입점업체와 함께 성장하는 건전한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도 했다.

끝으로 「온라인플랫폼법」의 핵심내용을 다시 정리해본다. 공정위가 발의한 「온라인플랫폼법」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업체는 지금까지 경영 기밀로 분류해온 상품 노출 순서, 형태, 기준 등을 계약서에 기재해야만 한다. 또한 입점 업체와 중개 거래 계약을 해지할 경우 해지 예정일 30일 전까지 입점 업체에 그 이유를 통보해야 한다. 이를 어길 때는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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