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글리시는 코리안(한국어)와 잉글리시(영어)의 합성어다. 정작 현지인들은 쓰지 않는 단어인데 한국사람들이 한국식으로 쓰는 영어 단어를 일컫는다. 주로 정확한 의미도 모르고 잘난 척하며 말하는 사람을 비꼴 때 쓴다. 요즘 유행하는 ‘언택트‘라는 말도 콩글리시다. 현지인은 안 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행어가 됐다. 

언택트(untact)는 부정의 접두사 ‘un(언)’과 접촉이라는 뜻인 ‘contact(컨택트)’가 합쳐진 말이다.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비접촉, 비대면 정도다. 최근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라 시행되면서 사람들간 접촉 빈도가 줄어들었다. 이렇게 비대면, 비접촉 상황을 언택트라고 한다. 뒤에 산업을 붙이면 ‘언택트 산업’이 된다. 대면 접촉을 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을 말한다. 대표적인 게 온라인 쇼핑이다. 코로나19로 백화점, 마트의 매출은 줄고 온라인 유통 매출은 크게 늘었다. 사람들은 이제 온라인으로 물건 사는 일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언택트로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 국회에서는 ‘포스트코로나 언택트 산업 전략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제도개선TF단장 이원욱 의원(화성을)과 비대면경제TF단장 김병욱 의원(성남시 분당구을)이 주도한 이 토론회에 여당의 주요 인사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낙연 전 총리와 김진표 의원,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 백혜련 의원, 서삼석 의원, 이광재 당선인, 양향자 당선인 등이 참석했다. 특히 이낙연 전 총리는 행사 시작부터 주제 발표가 진행되는 약 한 시간 반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기도 했다.  

이 날 토론회는 국회, 정부, 민간이 포스트코로나시대의 비대면산업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코로나19 이후 산업전환을 전망하고, 온라인기반 비대면·비접촉 산업인 언택트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전략 등을 논의했다. 과학기술부 비대면산업육성팀 김직동 과장이 '언택트산업, 디지털라이프의 전환'을, 미래에셋대우 이학무 애널리스트가 '언택트산업 글로벌 동향 및 국내현황'을 발표했다. 이어 한국경제연구원 추광호 경제정책실장이 '언택트산업 관련 정책 및 제도 개선방안'을,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김형수 전무가 '언택트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금융분야 제언'을 발표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는 ‘포스트코로나 언택트 산업 전략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제도개선TF단장 이원욱 의원과 비대면경제TF단장 김병욱 의원이 주도한 이 토론회에 여당의 주요 인사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이병로 기자]

토론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규제개혁’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언택트 산업이 뜨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규제에 막혀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언택트 산업의 사례로 유통, 교육, 의료 분야 등이 거론됐고 그 중에서도 원격진료에 대한 규제 개혁의 목소리가 높았다. 농업분야에서도 언택트 시대에 맞춰 스마트팜과 유통혁신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농업계에서도 좀 더 전문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2부 토론에서 좌장을 최운열 의원의 발언이 의미심장했다. 그는 “현재 중국은 한국의 유명 의사들을 스카웃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병원들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한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우리 보건의료체계를 언택트 기술로 해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이와 함께 최 의원은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규제 완화에 부정적이었고 미래통합당은 규제를 확실하게 대폭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언택트가 가져온 시대 상황 때문에 의외로 두 정치세력 간 접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규제 개혁에 있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전향적인 자세로 임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읽혔다. 

이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언택트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2007년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휴대전화기 아이폰 들고 나와 모바일 시대를 열어 제쳤다. 이후 포노사피엔스(전화기 인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휴대폰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덩당아 있던 사업은 없어지고 없던 사업들이 새로 생겼다. 코로나도 언택트 시대를 몰고 왔다. 판이 바뀌는 대격변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가 신사업을 키울 법과 제도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했다. 

이날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언택트라는 말은 콩글리시가 맞다. 그런데 이번 신조어는 우리나라가 리딩컨트리(선도국가)라는 증거”라고 했다. 이제 우리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방역 모범국가의 위치에 올라섰다.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도 한국의 방역 사례가 언급될 정도다. 우리의 행동이 세계의 표준이 된다. 최소한 방역에서는 선도형 국가다. 그런 면에서 자신감을 가지라는 양 교수의 주장은 옳다. 

우리 경제는 선진국을 모방하는 ‘추격형’이었다. 따라쟁이였기에 콩글리시가 부끄러웠다. ‘선도형‘이 되면 다르다. 산업을 이끄는 리딩 컴패니가 많이 나온다면 더 이상 콩글리시가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따라할 대상이 안보이니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 하는 숙명이 우리 앞에 놓였다. 코로나 이후 언택트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치권과 사회각계의 대타협을 주문하며 응원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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