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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도 중요, 농어촌 삶의 질 향상은 더 시급살기 좋은 공간에 삼람 모여... 의료-보육-교통 등 복지 서비스 늘려야

귀농, 귀촌, 귀어, 귀산촌, 창농, 반농반X 등등의 단어가 귀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노력 덕분이겠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인식변화 역시 이런 분위기에 큰 몫을 하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아니 어쩌면 도시생활의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귀농과 귀촌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시골로 가서 농사짓고 살면 얼마를 벌며,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가 나왔다. 귀농 1년차 가구소득은 2828만원이고, 귀농 이후 5년차(3895만원)까지 귀농전 평균 가구소득(4400만원)의 88.5% 수준으로 회복된다는 것이다. 즉 귀농한 이후 5년쯤 되어서야 도시에서 벌던 소득의 90%가까이 벌어들인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귀농가구의 절반은 농업 이외의 다른 부업으로 부족한 소득을 충당하고 있었다. 귀농 가구의 48.6%는 농업소득 부족 등의 이유로 농업 외 경제활동을 수행한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농가의 농업소득, 즉 농사만 지어서 벌어들이는 소득은 30년 가까이 1천만원 대 초반에서 답보중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짜장면 값이 서너 배 오르는 세월 동안 농민이 농사지어서 벌어들이는 소득은 명목상으로 1천만원대 초반인 상태로 30년을 버텨온 것이다. 농업소득을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실질적으로 계산해보면, 농업 소득은 오히려 현저하게 감소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귀농가구가 부족한 농업소득 외에 하는 추가 경제활동으로는 직장취업(24.6%), 농산물·가공식품 직접 판매(23.8%), 임시직(21.9%), 자영업(17.9%), 비농업부문 일용직(12.7%), 농업 임금노동(10.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 귀농 후 5년쯤 되어서야 도시에서 벌던 소득의 90% 정도 버는 현실

이같은 통계는 지난 2월 26일 농림축산식품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최근 5년간(2014~2018년) 귀농·귀촌 4167가구(귀농 2081가구, 귀촌 2086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귀촌가구는 귀농가구와 사정이 좀 다르다. 귀촌 가구는 귀촌 전 평균 가구소득이 약 4038만원이며, 귀촌 4년차(4058만원)에 귀촌 전 소득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귀농 귀촌 가구의 귀농·귀촌 전후 월 평균 생활비 변화는 귀농가구 282만원 → 210만원, 귀촌가구 259만원 → 귀촌가구 213만원으로 각각 72만원과 46만원씩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생활비는 주로 식비 > 주거·광열·수도·전기세 > 교통통신비 > 교육비 순으로 지출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귀촌가구가 귀농가구보다 농촌에 와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1년차부터 4백만원 가까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의 연차별 소득을 귀농/귀촌 순서로 살펴보면, 1년차(2828만원/3279만원) → 2년차(3257/3606) → 3년차(3303/3635) → 4년차(3794/4058) → 5년차(3895/4200)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귀촌자들이 농촌에서 살며 농사지어 버는 돈, 즉 농업소득 외에 다른 소득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달리 말해 귀촌자들은 도시생활을 하며 벌던 수익을 농촌에 와서도 여전히 유지하면서, 거기에 농업소득(농사지어 버는 소득)이 서서히 합쳐지면서 나타난 현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지난 2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위원회‘를 개최하여 ‘제4차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기본계획‘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총리실]

◇ 귀촌자들의 소득 증가 추이가 귀농자들의 소득증가보다 높다. 이유는?

이들은 귀농 준비에 평균 2년 이상을 쓴 것으로 나타났는데, 어디에 살까를 탐색하는 정착지역 모색이 40.7%로 1위, 주거·농지 탐색이 32.5%로 2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이들 귀농 귀촌자들은 왜 농촌으로 오게 됐을까? 그 동기가 궁금해진다. 귀농·귀촌 10가구 중에서 7~8가구는 농촌에서 태어나 연고가 있거나 생활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리 말해 시골생활의 경험이 있고 조상 대대로 농촌에서 거주했던 문화적 요인을 내재적으로 지닌 사람들이 주로 귀농귀촌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이한 점은 귀촌 가구의 31.9%는 도시에서 태어났고 농촌에 전혀 연고가 없는데도 농촌으로 이주했다는 것이다.

귀농을 선택한 20~40대 젊은층은 직업으로서 농업을 선택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2040세대는 ‘농업의 비전 및 발전가능성’을 보고 귀농을 결심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즉 직업으로서 농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한편 5060세대는 ‘자연환경이 좋아서’라는 응답 비중이 가장 높았다. 귀농 귀촌을 결심한 이유도 각각 달랐다. 귀농은 자연환경(28.6%)> 농업의 비전‧발전 가능성(26.4%)> 가족 생활(10.4%) 순으로 응답했고, 귀촌은 정서적 여유(21.2%) > 자연환경(19.3%) > 저렴한 집값(13.6%) 순으로 응답했다.

귀농·귀촌 10가구 중 6가구 정도가 농촌생활에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3가구는 보통, 1가구는 불만족하다고 응답했다. 주요 불만족 이유로 귀농은 영농기술·경험부족(28.5%), 자금부족(27.8%), 귀촌은 자금부족(43.3%), 영농기술·경험부족(30.0%)을 꼽았다.

‘지역주민과 관계가 좋다’는 응답은 귀농 74.7%, 귀촌 56.1%로 조사됐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응답은 귀농 23.9%, 귀촌 42.4%였다. ‘지역주민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귀농 1.4%, 귀촌 1.5%로 나타났다. 응답자가 느끼는 주요 갈등요인은 선입견과 텃세, 생활방식 이해충돌, 마을공동시설 이용문제 등으로 나타났다.

 

◇ 귀농 귀촌 10가구 중 7~8가구는 농촌출신이거나 연고 있는 U턴형

농식품부의 귀농귀촌 통계가 나오기에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위원회(이하 ’삶의 질 위원회’)‘를 개최하여 ‘제4차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기본계획(이하 ‘제4차 삶의 질 기본계획’)‘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정세균 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아직도 우리 농어촌은 해결해야 할 다양한 도전과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지역소멸 위험, 개방화에 따른 농업경쟁력 저하 우려, 도농 격차 심화 등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의식은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농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위원회는 이번 4차 삶의 질 기본계획을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그 동안 3차에 걸친 삶의 질 기본계획 등을 통해 정주생활 기반이나 경제·일자리, 안전 인프라 등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진료·응급 서비스, 영유아 보육, 초중학교 교육, 대중교통 등은 여전히 도시에 비해 서비스가 부족하고 전반적 생활 여건 만족도도 농어촌이 도시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난데 따른 것이다.

 

◇ 농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이 가시적일 때, 농어촌은 활력의 공간 될 수 있어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박진도, 농특위) 역시 고령화·공동화, 도시와의 생활여건 격차, 지방소멸 위기 등을 귀농어·귀촌 인구 증가, 힐링공간으로서의 농어촌 가치 향상 등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노력중이다.

지난해 9월 농특위는 산하 특별위원회 중 하나인 ‘농산어촌청년희망위원회’를 구성했다. 농산어촌청년희망위원회는 농산어촌에 거주하는 농업인 등 청년과 청소년의 지역 활동을 활성화하고 귀농·귀촌이나 농산어촌 관련 활동을 펼치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발굴하기 위한 것. 특별위원회 중 ‘좋은농협위원회’에 이어 두 번째로 농특위가 구성한 조직이 바로 농어촌 청년 희망 위원회인 것이다.

박진도 위원장은 당시 “농어업·농어촌이 지닌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극대화하도록 농정의 틀을 바꾸려면 반드시 젊은 일꾼들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생산뿐만 아니라 문화, 교육, 환경, 가공 등 다양한 분야에 참여하면서 지속가능한 농어촌을 위한 주역으로 활약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농촌으로 가서 살지 않으면 우리 농촌이 살아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절절이 묻어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귀농귀촌이 농어촌을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은 분명히 맞다. 하지만 농어촌이 살기좋은 곳이 되어야만 귀농귀촌은 더욱 활성화되고 농어촌이 활력을 찾을 것이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데 있어 무엇이 먼저냐를 따지기보다는, 농어촌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나가는 지혜를 모으는 게 우선일 것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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