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니 세계는 온통 ‘기생충’ 얘기다. 아시아 영화 최초로 봉준호가 사정권 밖으로 쏘아올린 불꽃은 수 천발의 축포가 되어 지구촌 곳곳에서 펑펑 터지고 있다. 미국도 중국도 프랑스도 영국도 러시아도, 이웃나라 일본과 남아시아 인도에서도 ‘기생충’의 영향력은 감지된다.

이런 기류는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발 빠르게 번져갔지만, 최근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까지 ‘기생충 마케팅’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오는 2월 말부터 미국의 온라인몰 아마존을 시작으로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등에서 ’한국식품 온라인 판촉전‘을 추진한다.

’한국 식품 4개를 고르면 1개는 무료‘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 영화 ’기생충‘에서 노출됐던 우리 식품과 농산물을 연계해 판매할 계획이다.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뒤섞은 요리(?) ’짜파구리‘에서 힌트를 얻었음이 분명한 이번 기획은 글루텐프리 쌀가공품, 불닭볶음면+알로에음료, 스낵류+소주 등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농식품부 수출진흥과 관계자는 “한때 우리나라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에서 ’치맥‘ 바람이 분 적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맥주 수출이 늘었던 게 사실”이라며 “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는 것은 또 다른 한류”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무쪼록 잘 되길 바란다. 그러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대한민국 농식품(넓게 말해 식품)이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큰 프레임부터 살펴봐야 한다. 세계 5대양 6대주에 존재하는 나라들 중, 특정 국가에 어떤 상품이 수출되고 있는지 또한 그 중 제일 잘 팔리는 게 뭔지를 알고 틈새를 파고들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해외시장 뉴스는 우리 기업과 제품의 전 세계 유통 루트와 과정을 살피는데 무척 요긴하다. 코트라 자료로 몇몇 국가들과 우리나라 농식품의 관계를 찬찬히 짚어보자. 요즘 우리나라와 무척이나 ‘핫’한 관계라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등 동남아시아 국가, 이른바 남방국가들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더 살펴보기로 하자. 이는 베트남에서의 떡볶이 열풍을 다룬 기사 등이 본보에 최근 여러 차례 게재된 점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선은 우리 농식품과 식재료들이 가장 신선하게 공급, 유통, 배달될 수 있는 이웃나라, 그 중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에서 우리 농식품들이 어떻게 팔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본다. 이는 우리 농촌과 농민들이 대한민국 농산물과 농식품을 수출하는 안목과 이정표를 제공한다는 차원이다. 또한 원재료를 수출할 지 아니면 가공품을 수출할 지, 직접 시장에 도전할 지 아니면 큰 기업과 손을 잡고 수출시장을 개척해야할 지를 결정하는 나침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aT 이병호 사장이 지난해 8월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88 왕홍 박람회’에서 중국의 유명 왕홍과 함께 수출 유망 농식품을 홍보하고 있는 모습 [사진=aT]

◇中 식품수입액 616억 달러 중 한국은 16억 달러에 불과

우선 중국이다. 코트라 해외시장 뉴스 자료에 따르면, 중국 해외식품 수입액은 1997년 이후 20년간 약 15배 증가했다. 중국인들은 2017년 한 해 동안 616억 5000만 달러(우리돈 약 64조원)의 해외식품을 수입해서 먹었다. 더구나 연 14.6%씩 수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수입식품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육류, 육류제품, 유제품, 수산물, 수산물가공품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중국 해외식품 수입액 TOP3 품목은 육류 및 육류 가공품(95억 달러), 유제품(93억 달러), 수산물 및 수산물 가공품(84억 달러)순이다. 중국이 주로 식품을 수입하는 국가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프랑스인데, 총 수입액의 약 50% 가까이를 이들 5개 국가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에 어느 정도의 식품을 수출하고 있는 것일까? 2018년 기준, 한국의 대중국 3대 수출식품은 ▲어류,갑각류,연체동물,기타 수생무척추동물(2억 4704만 3000달러), ▲곡물, 곡물분, 전분, 밀크의 조제품, 베이커리제품 (2억 3882만 3000달러), ▲음료, 알코올, 식초 (1억 7037만 9000달러) ,▲당류와 설탕과자 (9천 9백만 달러), ▲채소, 과실, 견과류, 또는 식물의 기타부분 조제품(7천 6백만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타깝게도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한국은 대 중국 식품수출국 10위 안에 들지 못하고 있다. 수출액 또한 16억 달러(우리 돈 1조 8천억원 정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KOTRA 칭다오 무역관이 인터뷰한 칭다오 현지 식품 수입업체 관계자는 "중국인의 소득이 늘고, 가격보다 제품의 품질을 우선시하는 트렌드가 점차 자리잡으면서 수입식품을 찾는 중국인이 늘고 있다. 중국 시장을 공략할 때는 수출하고자 하는 식품이 다른 회사 제품과 차별화되는 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품질이 얼마나 좋은지를 강조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중국 국제수입박람회는 식품, 농산품 수출국에게 대중국 수출 확대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으로 2018년 11월 상하이에서 개최된 제1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서는 식품 및 농산품 전시관에 가장 많은 국가(지역)와 기업이 참가해 120여 개국에서 온 1500여 개 기업이 다양한 식품을 전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기업 10개사와 중소,중견기업 176개사 등 총 186개사도 참가했다.

중국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관련 한국 기업은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게 코트라의 조언이다. 특히 콜드 체인 물류의 빠른 발전과 더불어 중국 수입식품 시장은 꾸준한 발전이 예상되며, 특히 수산물, 육류 등 신선식품 증가세가 뚜렷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이점은 중국의 수입식품 소비자가 수입식품 관련 정보를 얻는 경로가 온라인 구매 플랫폼의 추천이 51.4%로 1위라는 것이다.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서 온라인 구매 플랫폼과 SNS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코트라 자료에서 찾아낸 힌트다.

한편 중국에서는 한국의 아동용 소시지 ‘천하장사’가 ‘대력천장(大力天將)’이란 이름으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2009년 중국 진출 첫해 매출은 3000만원이었지만 2018년엔 130억원으로 매출이 껑충 뛰었다. 천하장사 소시지의 중국 내 누적 매출은 약 520억원이다.

◇ 러시아를 휩쓴 우리 식품들... 밀키스, 레쓰비, 초코파이, 도시락사발면, 마요네즈

다음은 러시아다. 러시아는 인구 1억5천 명의 거대한 소매시장이다. 또한 성장 잠재력도 크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는 “러시아는 한국 식품 수출 시장 다변화에 최적의 조건을 지니고 있다. 최근 김, 라면, 과자, 등이 현지인들에게 인기 품목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 식품이 고급품으로 인식되는 만큼,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고 강조하고 있다.

aT의 통계를 보면, 2018년 우리나라 식품의 러시아 수출액은 2억 달러 수준. 러시아는 우리나라 식품 수출에서 9번째로 비중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롯데칠성음료 밀키스, 레쓰비는 러시아 탄산음료와 캔커피 시장에서 90%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 를 수년 째 지켜가고 있다.

코트라 해외시장뉴스 자료에 따르면, 한국 식품이 러시아에 소개된 것은 1990년 소련이 붕괴하고 러시아와 교류가 시작된 직후. 부산항에 정박한 러시아 선원들은 당시 러시아에서는 귀했던 생필품 등을 사갔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라면은 특히 러시아 선원들의 기호에 맞았다. 편리하고 맛있는 한국 라면에 반한 러시아 선원들은 부산에서 라면, 초코파이, 커피프림, 마요네즈 등 러시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식품들을 사다가 러시아 사람들에게 팔았다. 이게 한국 식품의 러시아 수출의 시작이었다.

러시아로 수출된 주요식품 리스트를 보면, 라면과 스낵제빵류, 음료, 마요네즈, 커피 등이 비중이 높다. 최근에는 이마트의 노브랜드 제품까지 러시아 슈퍼마켓에서 볼 수 있다. 가공식품 외에도 딸기, 감귤 등 신선농산물도 꾸준히 수출되는 품목이다. 특히 한국과 가까운 극동 지역의 슈퍼마켓에서는 한국 식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러시아에서 국민 브랜드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한국 식품으로 팔도 도시락을 꼽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팔도 도시락 사발면은 러시아 국민 라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판매량이 3억 3000개라고 하니 러시아 국민 1억 5천 명이 1년에 최소 2개씩은 먹은 셈이다. 러시아 시장 누적 판매량은 50억 개다. 용기면 기준으로 러시아 시장 점유율이 약 60%다.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 때문이다. 러시아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덜 맵고 부드러운 ‘치킨 맛’도 개발하고 현재는 버섯, 해물 등 8개의 다른 맛의 도시락에다 도시락 파스타까지 판매중이다. 그리고 마요네즈를 스프에 풀어서 먹는 현지인들의 식습관에 착안해 마요네즈 소스를 넣은 ‘도시락 플러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젓가락에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인들을 위해 용기 안에 미니포크를 넣은 것도 현지화 전략의 일환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기생충 마케팅’에 나섰다. 오는 2월 말부터 미국의 온라인몰 아마존을 시작으로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등에서 ’한국식품 온라인 판촉전‘을 추진한다. 사진은 영화 '기생충' 포스터

◇ 아카데미와 칸느 영화제 휩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마케팅, 전 세계로 확산중

이런 분위기 속에 농식품부는 2020에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유라시아 케이푸드(K-Food) 대장정'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특히 농식품 수출에 관심 있는 학생, 수출업체, 마케팅 전문가, 식문화 전문가, 셰프 등으로 '케이푸드(K-Food) 홍보원정대'를 구성한다. 이후 시베리아철도(TSR)노선의 주요 도시를 방문, 한국 농식품을 홍보하고 식문화 이벤트 행사도 열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신북방 수출지원 조직 및 비관세 장벽 대응시스템도 보강하기로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카자흐와 모스크바에 사무소를 개설할 계획이다. 또한 신북방 지역 진출기업 및 물류업체 등으로 수출기업협의체를 구성한다. 이로써 시장개척 활동 및 수출확대 전략에 대한 컨설팅도 수행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 2월 10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된 ‘2020 모스크바 국제식품박람회(Prod Expo 2020)’에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총 18개 수출업체와 함께 사과, 배, 버섯 등 신선농산물을 비롯해 훈제오리, 막걸리, 인삼, 건강기능식품 등 수출유망품목들을 러시아 시장에 새롭게 선보였다.

바야흐로 우리 농식품의 신북방정책이 시작되고 있는 즈음이다. 몇몇 히트상품에 안주하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 농식품의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하길 기대해본다.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다. 초코파이, 도시락사발면, 마요네즈, 밀키스 등등이 바로 그 증거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