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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조 원 넘는 농업 분야 예산, 농민에게 얼마나 쓰이나?농민은 공익적 가치 지켜내는 준 공무원... 걸맞는 처우 받아야

문재인 대통령은 농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말로 농업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래서일까? 문재인 정부의 농업 슬로건은 누가 뭐래도 ‘농업의 공익적 가치 공유 및 실현’이라는 걸 부인하기 힘들다. 

대통령 직속 ‘농특위’도 만들어져 분주하게 농정의 틀을 짜고 있다. 신년을 맞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신년사에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실현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장관은 또 올해 시행되는 공익직불제부터 언급하고 나섰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 부양과 공익직불제 시행은 분명 같은 물줄기일 것이다. 김 장관의 말처럼 공익직불제가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는 건 농민과 농업관계자들이라면 대체로 동의하는 부분일 것이다. 물론 이견도 있을 것이다.

김현수 장관은 "공익직불제 시행으로 일정 규모 이하의 농가들은 예전보다 큰 폭으로 상향된 금액의 직불금을 받는다.이를 위해 2020년 2조 4000억원의 예산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비해 1조원이 늘어난 금액이라고도 했다. 이 제도의 핵심은 쌀 직불제와 밭 직불제를 통합해 재배 작물의 종류 및 가격에 관계없이 동일한 단가를 지급하되, 면적 구간에 따라 면적이 작을수록 높은 단가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 공익형 직불제 예산 2조 4천억원 ...지난해보다 1조원 늘어

2020년 농업예산은 총 15조~16조원 정도. 그렇다면 2조 4천억원이 공익형 직불제 예산인 것에 대한 문제제기나 다른 의견은 없는 것일까?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다양한 농업예산 관련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직 큰 틀을 짜는 중인 '농특위'가 주최한 행사였는데, 이 자리에서는 지속가능한 농어업과 농어촌이 핵심주제로 논의됐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기여지불’ 제도를 중심으로 농정예산을 다시 짜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농정예산 이대로 좋은가?’ 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 자리였다. 대통령직속 농특위 박진도 위원장을 비롯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황주홍 위원장, 김종회 의원, 김현권 의원이 참석했다. 또한 전문가 그룹인 농촌경제연구원 김홍상 원장, 농림축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신명식 원장, 충남 삼농정책위원회 박의열 위원장, 전북 삼락농정위원회 박흥식 위원장을 비롯한 전국의 농업 농정관련 주요인사가 백 명 넘게 참석해 그 열기가 무척이나 뜨거웠다.

이 자리에서도 농특위 박진도 위원장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농정예산을 개편하고 증액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주홍 위원장도 역시 “농어촌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데도 여전히 홀대받는다”고 말했다.

김종회 국회의원도 “농어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가치를 실현하려면 농업인은 준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농민을 공익적 가치를 지키고 실현하는 준공무원이라고 주장한 김 의원의 말이 신선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농정예산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렸다. 농특위 박진도 위원장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농정예산을 개편하고 증액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주홍 위원장도 역시 “농어촌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데도 여전히 홀대받는다”고 말했다. [사진=황주홍 의원실]

◇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지켜나가는 농민은 준공무원...걸맞는 처우 필요”

'농민이 (농촌과 농업을 지켜내는 ) 공무원'이라면 우리나라 농정예산은 어떻게 다시 짜여져야 하는 걸까? 전문가들의 주요 발언들을 모아본다.

▲"농업예산을 농산업 육성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보건·문화·오락 소비 증가 추세에 맞춰서 농촌의 문화 ·휴양· 관광 ·교육 및 치유분야에 투입해야한다.", ▲“농정예산 증액 전에 지역내 민관협치기구를 만들고 추진체계와 기반구축부터 해야 한다.” , ▲“직불제를 농어촌 지역 지원개념으로 바꾸고 제도정비를 할 필요가 있다”, ▲“공익형 직불제에 수산부문도 포함시켜야 한다.” , ▲“농업인 감소에 따른 농업예산 축소도 논의되는 실정이다. 농업에 지속가능한 예산지출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2020년 농업예산은 실제로 어떻게 짜여져 있는지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던 농업예산의 지향점들을 염두에 두고 현실에선 어떻게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보자. 지난 12월 10일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 및 기금 총지출 규모는 15조 7743억원. 2019년의 14조 6596억원보다는 1조 1147억원 증가한 규모다.

정부가 밝힌 농업 예산의 특징을 간추려보면, ▲ 현행 직불제를 공익형직불제로 개편, 예산을 2조 4천억원 확보, ▲ 저소득층 농산물 구매지원 사업 반영, ▲ 자조금 단체 지원 확대로 농산물 수급 안정 기능 강화, ▲ 가축질병 방역체계(ASF 등) 개선 예산 반영, ▲농식품산업 지원 및 스마트팜 패키지 수출 예산 편성, ▲식품 벤처‧창업 활성화 예산 편성 등이다.

예산 규모 역시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15조 7천여 억원의 농업예산 중에 농업·농촌 분야가 14조 5379억원으로 92%가 넘었다. 그 다음이 식품분야로 7515억원으로 약 5%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반적인 사회분위기에 비춰볼 때 , 식품분야 예산은 앞으로도 점점 증액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기도 하다.

농식품 산업의 혁신성장에 따른 예산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에 834억원이 편성됐다. 그 밖에도 빅데이터 센터 구축과 거점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에 각각 80여 억원씩이 할당됐다. 농식품분야 취창업 조건 대학생 장학금으로도 177억원이 편성된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 농민에게 실질적 도움 주는 방향으로 예산은 쓰여져야 한다

그런데 농업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씁쓸하지만 농업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건 바로 농업과 농촌 현실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음직한 ‘농민 1명에게 빨대 꽂은 사람은 모두 7명’이란 말이다. 예산이 짜여져 농민에게 오기까지 7단계 정도의 관리.유통.컨설팅 등을 거치면서 실제로 농민이 받는 혜택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실제로 농민에게 돌아가는 액수를 늘리는 게 어쩌면 명목상의 예산을 늘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문재인 대통령은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공약했다. 그래서 그의 농정 철학 역시 ‘지속가능한 농정’일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먼저 농촌이 ‘살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한다. 살고 싶은 농촌이 되려면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전체예산의 3% 안팎에 머물고 농업예산을 5%대로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농민이 피부로 체감하는 예산수혜 조치가 필요하다. 농민 1명에게 7명이 빨대를 꽂고 산다는 말을 문재인 정부와 농특위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새겨들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걸 해내는 게 문재인 정부가 출범 전에 공약했던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말의 실제적인 구현일 것이다. 그게 바로 농업과 농촌과 농민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보람있는 일이란 걸 정부와 관계자들이 꼭 알았으면 한다. 거창한 구호나 명목상 예산증액보다는 그게 훨씬 농민들에겐 유익하니까 말이다.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농촌과 농업’ 으로의 실질적 전환을 이룰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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