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최근 발표한 아파트 텃밭에 대한 인식조사가 의미심장하다. 농진청이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동안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58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인데, 아파트 텃밭의 필요성과 목적, 식재식물 선호도, 아파트 텃밭 필요 시설 및 지원 등에 대해 물어봤다. 그 결과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응답자 중 95.6%(560명)가 아파트에 텃밭이 필요하다고 대답한 것이다.

설문조사에 응한 거의 모든 사람이 아파트에 텃밭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은 2019년 현재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설문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아파트 텃밭이 필요한 이유는 즐거움 및 만족감 증가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2위가 이웃과의 교류 및 친목 도모, 3위가 불안. 우울 감소, 4위가 자녀 교육 및 학습, 5위가 가족 관계 증진이었다. 15점) 순으로 나타났다. 텃밭에 심고 싶은 식물로는 채소, 화훼(꽃, 허브), 과수, 약용작물, 곡류가 꼽혔다.

농촌진흥청은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아파트 텃밭 조성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기로 했다. 좋은 일이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반려동물이라는 말에 이어 반려식물이란 신조어도 이젠 낯설지 않은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파트 거주민들이 텃밭을 통해 즐거움과 공동체 유지를 꿈꾼다는 점이 연초록 새순만큼이나 신선하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농촌진흥청이 전국의 반려동물 양육인들(전국 19세~59세 2천명 대상)의 의식조사결과 역시 생각할 점이 많았기에 더욱 그렇다. 반려동물 양육인들은 “생활에 있어 가장 기쁨을 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1위 ‘반려동물’(41.6%), 2위 가족(24.8%), 3위 돈 (9.9%), 4위 여행(9.4%)라고 답변했던 것. 반려동물이 가족보다 더 기쁨을 주는 존재로 등극한 현실이 놀랍기도 하지만, 동물을 기르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어서 새롭다.

식물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아파트 주민 대다수가 텃밭가꾸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 역시 즐거움과 기쁨을 추구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성정인 듯싶어 흥미롭다. 텃밭을 넘어 도시농업이 활성화되어 도시와 농촌을 잇는 튼튼한 다리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가 점점 커지는 요즈음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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