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과 정부가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최근 산림청이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 문제를 사회적 합의기구를 꾸려 해결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이 맡아서 꾸릴 사회적 합의기구에는 산림청. 투쟁위. 문체부. 환경부. 강원도. 환경단체 등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좋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꾸려질 합의기구를 왜 정부는 1년을 질질 끌며 이제야 만들었는지를 묻고 싶다. 아니 따지고 싶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고질적인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가리왕산 복원문제가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해도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싶다.

또한 산림청의 강경입장이 나오고 난 후에야 총리실이 나서서 이런 합의기구를 꾸리는 일은 솔직히 바람직한 행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졸속행정, 눈치 보기 행정, 힘에 끌려다니는 행정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행태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할 말은 없어 보인다.

한국영농신문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가리왕산 복원문제를 기사화한 바 있다. 기사에서 줄곧 강조해온 것은 바로 ‘약속의 가치와 무게’였다. 약속을 대하는 정부와 지자체와 사람들의 태도를 지적해왔다.

동계올림픽 이후 가리왕산 복원은 대회 개최 전에 이미 결정되고 합의된 사항이었다. 이건 팩트(사실)이다. 그 약속을 뒤집은 건 누구인가? 특별법까지 만들어서 ‘선 스키장 건설 → 후 복원’을 확약했던 사항을 누가 말을 바꿔 지키지 않으려고 하는지를 밝혀보자는 뜻이다.

한 달 전에 산림청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당초의 사회적 약속과 관련법에 따라 산림으로 복원하는 법적 의무사항을 준수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한 달만에 상황은 완전히 변해버렸다. 한 달 도 안돼서 번복될 말이라면 앞으로는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의 언급은 ‘믿지 못할 것. 믿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쪼록 말과 약속의 무게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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