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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에게 문재인 정부 1년의 의미는?

- 대선 공약집 내용 대부분 구호만 있고 실행은 없었던 속빈 강정
- 대통령이 직접 <농어업특별기구> 설치 챙기고, 핵심 농업문제 대책 세우라

 

2017년 4월 더불어민주당이 발간한 <제19대 대통령 선거 정책공약집>을 1년이 조금 더 지난 시점에 다시 들춰봤다. 농업이 이렇게도 홀대받고 소외되어야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라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19대 대선공약을 모아놓은 이 책의 제목은 ‘나라를 나라답게’ 이다. 나라만 나라다워진 걸까? 그렇다면 농민은? 사람이 먼저라고 하지 않았던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발간사에서 “공약은 보기에만 화려한 전단지가 아니라, 국민과 한 약속이자 스스로 다짐하는 굳은 맹세. 더불어 민주당은 반드시 약속을 지켜내고 맹세를 잊지 않을 것. 변화된 이 나라의 주인은 바로 국민여러분”이라고 열변을 토하고 있다.

어쨌든 1년 전엔 그랬다. 온통 장밋빛이었다. 그런데 1년도 더 지난 지금 농촌의 상황은 어떠한가? 대선공약집에 적혀있는 것처럼 과연 농민은 이 나라의 주인 대접을 제대로 받고 있는가? 3개월이 넘도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공석인 마당에 대한민국의 농정시스템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인가?

대봉감, 청양고추, 대파 등의 농산물이 가격폭락으로 밭에서 산지폐기 되고 불태워지는 일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데,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GMO 완전표시제에 광우병과 원전(원자력발전)에 기울였던 노력․정성의 100분의 1이라도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인가? 이런 게 나라의 주인 대접인가? 대통령의 약속처럼 정말로 ‘나라가 나라답게’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 대통령은 1년간 단 한 번도 농업․농민을 위해 진심어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공약집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공약집에 나와 있는 <4대 비전, 12대 약속>중에 농촌이 유일하게 언급된 항목은 12대 약속 중 6번째 약속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에서 139쪽 ‘살기 좋은 농산어촌’부분. 그 아래로 총 14가지 항목이 거창하게 제시되어 있는데, 그중 첫 번째가 바로 ‘대통령이 농어업을 직접 챙기겠습니다’라는 대목이다. 세부적인 내용으로는 ‘▲농어업특별기구 설치 ▲농지법개정을 통한 경자유전의 원칙 재확립 ▲ 인공지능(AI), 로봇,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 4차산업을 활용한 최첨단 농어업인 스마트팜․낙농 등 미래농어업으로 발전기반 조성, ▲친환경생태농업을 6차산업으로 육성 등 4가지가 화사하게 나열되어 있다.

그런데 과연 공약한 것처럼 그렇게 실행해왔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농어업을 직접 챙긴 게 사실일까? 농어업특별기구 설치를 비롯한 4가지 항목 중에서 첫 삽이라도 뜬 게 과연 있기는 한가? 안타깝게도 그건 아니었다. 어떤 것 하나도 제대로 진행중인 게 없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농민과 농업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진심어린 발언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농어업에 무관심했다. 취임 1년을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의 농업분야 점수는 후하게 매겨도 100점 만점에 50점을 넘기기 힘든 수준이라는 게 농어업 현장의 목소리다. 쉽게 말해 문재인 정부는 농어업분야에서 낙제점을 받아도 아무런 할 말이 없는 것이다.

한국영농신문이 지난 1년 동안 자체 비교한 가장 ‘대표적인 대선공약과 현실 괴리’ 항목은 ‘살기 좋은 농산어촌’ 14항목 중 1항과 6항이었다. 구체적인 데이터나 수치가 동원되지 않더라도 농어민들과 농업관계자들이 피부로 실감할 수 있을 만큼 정부의 어떤 노력이나 정성도 투입되지 않은 항목들이랄 수 있다. 그 2항목을 각각 공약과 현실로 대비시켜봤다.

○ 공약 : 살기 좋은 농산어촌 14항목 중 제1항 ‘대통령이 농어업을 직접 챙기겠습니다’

◇ 현실 : ▲만들겠다던 농어업특별기구 설치는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못 만드는 것인가 안 만드는 것인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청와대 농어업비서관·행정관 모두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벌써 3개월 째 농정컨트롤타워는 존재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장은 중요한 자리니까 발 빠르게 챙기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아무 하는 일도 없는 한직이니까 방치하는 것이냐고 농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 4차산업 활용 스마트팜 등 미래농어업 기반마련은 구호만 있고 진행상황은 알 수 없다. 급속하게 노령화되는 농촌에서 어떤 방법으로 스마트팜 미래농어업 기반을 만들 것인가? 실행상황을 공개해보라.

○ 공약 : 살기 좋은 농산촌 14항목 중 제6항 ‘농산물 유통체계를 개선하겠습니다’

◇ 현실 : ▲올봄에 대파 1단에 100원이었다. 진도 대파 재배 농민들은 최근 광화문과 정부종합청사, 가락시장에 모여 대파를 불태우고 폐기하며 시위를 벌였다. 매년 겪는 일이어서 방치해도 되는 일인가? 정부의 농정 무능은 바로 농산물 유통 체계를 전혀 손대지 못하고 있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농민들은 입을 모은다. 계속 이렇게 무능할 텐가? ▲농민들은 양파를 밭에서 폐기하며 가격방어를 하는데, 정부는 수입 재고 양파 5백 톤을 시장에 방출했다. ▲가락시장(서울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는 농안법이 <시장도매인제>를 보장한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이는 정부와 서울시 양쪽을 탓하기보다 정부의 무능과 무관심을 먼저 탓해야할 사안이다. 이해주체 사이의 합의부터 도출하라는 정부의 ‘나 몰라라’식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 하나도 실행하지 못하는 정부가 ‘농산물 유통체계 개선’을 위해 한 일이 뭐가 있겠느냐는 게 농민들의 성난 목소리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5월 15일 ‘마늘양파 가격안정 대책 마련 및 문재인정부 농정개혁촉구 전국생산자대회’를 열어 농정 대개혁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사진=전농 페이스북]

 

◆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그 약속부터 지켜야 농촌은 살아날 것

이런 무관심을 일깨우려는 듯, 지난 5월 9일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가 주최한 <문재인정부 농업정책 1년 어디로 가고 있나> 토론회는 그야말로 문재인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토론자와 참석자들은 “대체 뭘 평가할 게 있는가?”에서부터 “이명박근혜 정부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 대통령은 문재인인데 농업정책은 기존 농정관료들이 좌우한다면 어떻게 농정개혁이 가능한가?” 등등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정부의 농업 홀대와 무관심을 질타하는 발언들을 가감없이 쏟아냈다.

이밖에도 토론회에서 쏟아져 나온 의견과 주장들은 무척이나 엄중하다. 

“▲식량자급률은 박근혜정권보다 목표치가 낮아졌다. ▲농산물 수입, 쌀 수입문제 방치하고 있다.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 및 전담인력은 여전히 요원하다. ▲농정관료들의 구태를 왜 개혁하지 못하나? ▲50% 이상이 임차농인 현 상황에서 스마트팜을 할 수 있는 농가와 농민들이 몇 명이나 될까? ▲농업에 대한 문 대통령의 관심이 농정변화의 출발점이다. ▲100원 택시가 농촌복지의 대표정책인가? 낯 뜨겁다. ▲최근 변동직불금 없애겠다는 기사의 댓글을 보면 참담하다. ▲ 대통령 직속 농특위 구성해 농산물가격·소득 등 핵심적인 농업문제부터 대책을 세워라” 등등이 성토장 같았던 토론회장의 목소리였다.

어떤가? 문재인 정부가 농업분야에서 잘하고 있어서 칭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가? 그건 아닐 것이다. 농민과 농업관계자들은 지금 매섭게 회초리를 휘두르고 있는 중이다. 물론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다. 지난 1년을 이렇듯 홀대받으며 소외되어온 농업현장에선 문재인 정부의 자각과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다른 사회분야에서는 70~90점대 점수를 받아든 문재인 정부가 농업분야에서만 낙제점을 받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약을 되새겨보고 농업분야의 첫 번째 약속부터 차근차근 실행해주길 바란다. 기억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첫 번째 약속은 바로 ‘대통령이 농어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것과 ‘농어업특별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두 가지를 합하면 더 강력하고 해법 또한 쉬워진다. 그건 이렇다.

‘대통령이 농어업특별기구 설치를 직접 챙기고, 농어업을 돌보겠다.’ 

백종호 기자 / 논설실장  b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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