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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채식 기싸움 속 '비건 라면' 등장'육-채 전쟁'보다 영양식에 눈길.. '건강' 앞세운 가공식품 인기 추세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라면이 건강에 좋은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은 끝도 없다. 라면만 먹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1인당 라면 소비량이 세계 최고수준인 한국인들에게 라면과 건강의 상관성은 언제나 큰 관심사다. 라면은 왜 지금껏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란 평가를 묵묵히 참아온 것일까? 나트륨 함량 과다? 방부제 포함?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불균형? 그래봤자 정크푸드? 이런 주장들을 모두 인정한다는 뜻에서의 침묵이었을까?

그런데 그건 아니라는 라면기업들의 항변과 반론은 그동안 꾸준했었던 게 사실이다. 다만 그 목소리가 작았을 뿐이다. 공격에 비해 방어가 약했다는 뜻이다. 그러던 게 최근엔 공수가 바뀐 분위기가 감지된다. 라면에 따라다니던 이러저러한 ‘불건강’ 꼬리표를 떼어내는 시도가 하나 둘씩 진행되고 있단 뜻이다.

그 시작은 바로 비건 라면의 등장이다. 비건 라면? 이름에서부터 뭔가 건강에 도움이 될 거 같은 느낌을 주는데, 비건라면은 라면에서 계란과 우유라는 동물성 영양성분 조차 배제한 100% 식물성 라면을 말한다. 요즘 유행하는 비건 트렌드에 맞춰 출시된 라면이라서, 건강함·자연친화 라는 대목을 앞세워 마케팅이 한창이다. 수출도 한다. 그렇다면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다는 우리나라 비건 라면은 국민라면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을까? 국민 MC, 국민 여동생, 국민 오빠처럼 비건 라면도 대표적인 건강식. 다이어트식이 될 수 있을까?

흔히 라면이 건강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은 라면의 영양 불균형과 나트륨 과다 함유를 꼽곤 한다. 먼저 영양불균형이란 지적을 살펴보면, 우리 몸에 필요한 3가지 필수영양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건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지난 몇 년 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국인의 이상적 영양소 섭취 기준(열량비)은 탄수화물 55~65%, 단백질 7~20%, 지방 15~30% 다. 이걸 라면에 적용해보면, 라면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비율이 대략 62 : 8 : 30 수준으로 보건복지부가 내세우는 한국인의 이상적인 영양소 섭취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영양학적으로 손색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나트륨. 라면 한 개에 들어있는 나트륨이 하루 섭취 권장 나트륨량에 육박한다는 게 라면 공격자들의 주장인데, 이건 사실일까? 전문가들은 라면의 일반적인 나트륨 함량은 국물까지 다 마셨을 경우에 약 1700~1900㎎ 정도로 추산한다. 하지만 국물을 다 먹지 않으면 약 1000㎎ 이하로 내려간다. 일부에서는 짬뽕 4000㎎, 소고기 육개장 2853㎎, 간짜장 2716㎎에 비해 오히려 나트륨 함량이 절반도 안 된다는 주장도 한다. 라면만 유독 짠 음식은 아닌 셈이다. 더 짠 음식이 우리나라엔 차고 넘친다.

풀무원이 출시한 비건라면 '정면' [사진=풀무원]

이쯤에서 정크푸드라는 지적을 너끈히 비껴갈만한 라면, 비건라면이란 걸 만든 게 누굴까 궁금해진다. 주인공은 바로 국내식품기업 풀무원이다. ‘건강한 라면’을 앞세워 라면시장에 재진입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최초 비건인증 라면을 출시한 덕에 1년여 만에 약 400만 봉지를 판매했다.

이런 관심이 우리나라를 넘어 먼 나라 스위스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알프스 산 융프라우 정상에서 우리나라 컵라면을 즐겨먹는다는 바로 그 스위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스위스 무역관 조사에 따르면 비건인구가 전체인구의 약 5%인 스위스에서 우리나라 비건라면이 최근 누들(국수,라면)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단다. 계속해서 공략하고 키워야 할 시장이라는 제언도 잇따랐다.

얼마 전 서울 광화문광장 앞에선 가면을 쓰고 구호를 외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눈길을 끌었다. 구호만 외친 게 아니라 기자회견도 했다. 한국채식연합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이들은 “만병의 원인인 육식을 중단하고, 건강 채식을 촉구한다”라는 현수막 앞에서 다소 극단적인 ‘채식 만능주의’를 주장했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지난여름 한 방송국에서 특집방송한 ‘육채전쟁 완결편’을 보면 육식에 관한, 정확하게는 단백질 섭취량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과 이론이 등장한다. 단백질 섭취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거나 늘리는 인간의 행동이 자연스레 나타난다는 것. 결론적으로 저단백군 실험자들은 부족한 단백질량을 간식으로 채우려는 노력을 통해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

이런 점을 감안하면 극단적인 채식식단이나 육식식단만이 인간을 건강하게 해주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육식이냐 채식이냐를 따지는 ‘육ㆍ채 전쟁’ 보다도 어쩌면 라면을 포함한 수많은 가공식품들의 건강함을 따지는 게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비건라면이 육식도 채식도 아닌 ‘가공식품의 건강함’을 웅변하고 있다. 비건라면이 국민라면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할 지 아닐지는 국내외의 향후 소비량이 말해주겠지만, 국민라면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건강라면이라는 타이틀은 가져갈 수 있으리라는 전망은 가능하다.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김우경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성인 1만 5760명을 대상으로 가공식품 섭취 비율을 분석한 결과 , 한국인들이 섭취하는 식품의 70%가 가공식품이었다. 총 식품 섭취량 중 원재료식품은 31.9%(495g), 가공식품은 68.1%(1054.5g)로 나타났다. 즉, 가공식품 섭취량이 원재료식품(육식ㆍ채식)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날로 격해지는 육식주의자들과 채식주의자들의 ‘육ㆍ채 전쟁’ 전선을 비건라면이 뚫고 들어왔다. 그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게 느껴진다. 그건 아마도 오늘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의 70% 정도가 가공식품이라는 통계 때문일 것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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