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는 지난달 4월 27일 국내 식품업계 대표자들과 함께 가루쌀 연구 및 제품개발사업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농식품부]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윤석열 정부 농정의 이런저런 특징들이 있지만, 쌀 관련해서는 단연 가루쌀 산업화가 주목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농협경제지주 역시 지난달 ‘2023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 참여사업자로 선정돼 가루쌀 제품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가루쌀 분야에 농협까지 참여함으로써 그야말로 가루쌀 전성시대를 맞이하는 모양새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는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 사업자로 총 15곳의 식품업체와 제품 19개를 선정한 바 있다. 농심, 삼양식품, 하림산업, SPC삼립, 해태제과, 풀무원 등 굵직한 대기업들이 선정됐고, 대전 성심당, 이가자연면, 미듬영농조합법인 등도 가루쌀 산업화에 앞장서고 있다.

농식품부는 제품개발 사업과 별도로 가루쌀의 식품 원료 활용도를 높이는 사업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저당 쌀가루 이용 기술’과 ‘쌀가루 노화 지연 소재’를 개발할 수행기관에 식품업체 5곳도 참여한다. 저당 쌀가루 이용 기술 개발하는 곳은 한국식품연구원, 신세계푸드, 두리두리, 경기대, 경희대, 가천대가 선정됐다. 쌀가루 노화 지연 소재 개발은 전남대, CJ제일제당, 다인소재, 아이엔비솔루션즈, 한국식품연구원, 한림대 등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한국쌀가공식품협회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김문수 한국쌀가공식품협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지난 30년간 정부와 유관기관, 회원사 간 가교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수많은 어려움을 꿋꿋이 이겨내고, 연간 33만 톤의 정부양곡을 소비하는 단체로 성장했다”며 “지난해 기준 1억 8,200만 달러 쌀가공식품 수출에 일조하며 우리나라 쌀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공용 쌀 공급사업을 기반으로 쌀가공산업의 대내외 정책 업무를 다각화해 쌀산업의 부가가치를 올리고, 고객 가치를 창출, 국가 경제·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협회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쌀가공식품산업 국가 인증 업무, 글루텐프리 인증 사업 등을 통해 협회 대내외 가치를 제고,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쌀산업 핵심단체로 선도적 역할을 지속해 나가겠다. 대한민국 쌀산업 발전의 중심이 돼 세계 속에 K-라이스 푸드 시대를 열 것을 약속드린다”고 피력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춘진)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와 국내 쌀 농가 소득 안정과 미래 식량안보 대응을 위해 가루쌀 산업 활성화에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는 지난 6월부터는 가루쌀 산업 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할 지원업체들을 직접 찾아가 제품개발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사업발전 방안을 모색 중이다.

충북 음성의 ‘이가자연면’ 이범수 대표는 “정부와 공사의 지원을 받아 가루쌀로 만든 장칼국수, 비빔칼국수 2종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밀가루 면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해온 중소기업이지만, 가루쌀을 이용한 쌀칼국수로 차별화된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쌀 가공 전문기업인 ‘미듬영농조합법인’의 전대경 대표는 “가루쌀로 만든 국수, 스낵 등 기존 제품의 시장 호응이 좋아서 이번에 가루쌀로 만든 빵, 샌드위치 등 식사 대용식을 개발해 가루쌀 가공식품의 저변을 확대하겠다”라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배옥병 수급이사는 “가루쌀 제품개발 현장에서 맛본 칼국수와 식빵 등은 맛과 품질이 매우 우수해 하루빨리 시장에 선보이길 기대한다”면서, “공사는 가루쌀 제품개발이 원활히 진행되고 안정적으로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총력 지원에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다 좋다. 남아도는 쌀을 가루쌀로 만들어 새로운 산업분야를 창출하고 시장을 개척하자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갑작스레 등장한 ‘가루쌀 산업화’가 마치 군사작전 같은 일사분란한 분위기 속에 추진되는 걸 보고 있노라면 다소 불안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 수십 년째 감소중인 우리나라사람들의 쌀 소비량과 음식문화 변화 패턴이 ‘가루쌀’ 하나를 속도전, 총력전으로 밀어붙인다고 쉽사리 변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2~3년 이라는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내서 이를 홍보하겠다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농촌과 농민을 위한 진정한 가루쌀 정책을 꾸준히 오래오래 추진해냐가길 바란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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