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섭 산림청 차장(오른쪽 세번째)이 26일 집중호우를 대비해 충북 음성군 벌채사업지를 찾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이번 장마피해는 크게 산사태와 홍수로 나뉜다. 쉽게 말해 산과 물을 관리하는데 더욱 힘써야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잘 알다시피 임도라는 것은 산불 진화용 도로, 임산물 운반 등 산림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폭 3m 안팎의 산길 즉 산에 난 도로를 말한다.

최근 임도관리에 실패해 산사태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컸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장마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난 경북 예천 산사태를 조사해봤더니 산림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임도에서 산사태가 시작됐다는 주장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기 때문. 그밖에도 인명 피해가 비교적 컸던 경북의 7군데 피해지역 중에서 5곳 정도가 벌목이나 임도 건설 등 인위적 개발이 진행된 지역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임도 실명제, 즉 임도를 만든 주체인 기관이나 개인 등이 산사태 등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실정. 하지만 아직은 임도로 인한 산사태 발생이 확정적인 사실로 밝혀진 것은 아니다. 한 예로 경북 예천 산사태 발생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예천양수발전소 관리도로에서 발생한 것이란 녹색연합의 지적과 이에 대한 한수원 측의 반론이 여전히 팽팽하다. 한수원은 지난 24일 해명자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 전에 한수원이 관리하는 도로 때문에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맞다. 임도라는 단 하나의 조건 때문에 산사태가 발생했다는 건 성급한 일반화 일 수 있다. 여러 조건들이 얽히고 설켜 재해는 발생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부의 책임 또한 빼놓을 순 없다. 정부의 산사태 관리 방법이 너무 형식적인 것이었다는 지적도 뼈아프게 들어야할 대목이다. 산림청 지정 산사태 취약지역엔 밭, 논, 과수원, 도로, 주택, 태양광 등등은 빠져있어서 실제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포인트를 빼놓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

어쨌거나 임도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경북에서 이번 장마 피해가 가장 컸던 걸 보면, 임도와 장마철 산사태의 상관성은 간과하기 힘든 부분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실제로 경북은 윤미향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이 공개한 산림청 임도기본계획만 봐도 2020년 현재 전라남도 다음으로 임도가 많다. 경북의 임도 총 연장 길이는 약 2,763.7㎞에 달한다.

충남 보령시 성주면 옥마산 임도 [사진=산림청]

◇ “임도가 산사태 원인이라면, 대책 마련 서둘러야”

그렇다면 산사태에 대해 좀 더 전문적인 자료를 인용해서 살펴보자. 산림청엔 산사태정보시스템이란 게 있는데, 여기에는 산사태가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산사태란 자연적 또는 인위적인 원인으로 산지가 일시에 붕괴되는 것” 이라거나 “빗물이 산지사면의 토양내부로 침투하여 포화도가 증가함에 따라 불투수층(암반)과 흙의 경계가 분리되어 토층(암반상층)의 흙이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라고 되어 있다.

산사태 발생 메커니즘에는 2가지가 있다. 내적요인(간접요인)과 외적요인(직접요인)이 바로 그것이다. 내적요인은 숲(임상, 경급, 임령 등)과 산지(지질, 지형, 토심 등)의 현황이 산사태에 영향을 미치는 내재적 요인을 말하고, 외적요인은 집중호우, 태풍, 지진 등이 산사태에 직접 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이번 산사태는 외적요인(직접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산사태 발생 추이를 보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집중호우빈발로 산사태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최근 10년간 피해면적 (연평균)은 2,603ha, 최근 10년간 복구비 (연평균)는 601억 9천만 원이다. 산사태의 발생 빈도를 월별로 분석해보면, 8월(1,271ha, 48.8%)과 9월(644ha, 24.7%)에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지역별로는 영남(912ha, 35.0%)과 중부(677ha, 26.0%)에 피해가 집중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20년 동안의 대형 산사태 피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2002년 태풍 '루사' = 산사태 2,705ha, 인명피해 35명(복구액 2,994억 원) ▲2003년 태풍 '매미' = 산사태 1,330ha, 인명피해 10명(복구액 2,278억 원) ▲2006년 태풍 '에위니아' = 산사태 1,597ha, 인명피해 9명(복구액 : 3,192억 원) ▲2011년 국지성 집중호우 = 산사태 824ha, 인명피해 43명(복구액 1,580억 원) ▲2012년 태풍 '산바' = 산사태 491ha, 인명피해 1명(복구액 971억 원) ▲2013년 국지성 집중호우 = 산사태 312ha, 인명피해 3명(복구액 545억 원) ▲2017년 국지성 집중호우 = 산사태 94ha, 인명피해 2명(복구액 183억 원) ▲2019년 태풍 '미탁' = 산사태 156ha, 인명피해 3명(복구액 : 429억 원) ▲2020년 국지성 집중호우, 태풍 ‘마이삭’, ‘하이선’ = 산사태 1,343ha, 인명피해 9명(복구액 3,317억 원) 등

국회 농해수위 소속 정희용 의원(국민의힘, 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이 지난 6월 산림청으로 제출받은 ‘최근 5년여간(올해 6월 현재) 산사태 취약지역 내 거주민 현황 및 산사태 피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여간 산사태 취약지 내 거주민은 2018년 6만 5905명에서 2019년 6만 7690명, 2020년 6만 9302명, 2021년 7만 2174명, 2022년 7만 2326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하지만, 2023년 6월 현재 7만 2231명으로 소폭 하락한 반면, 산사태 취약지역은 2018년 2만 5545개소에서 2019년 2만 6238개소, 2020년 2만 6484개소, 2021년 2만 6923개소, 2022년 2만 7400개소, 2023년 6월 현재 2만 7948개소로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근 5년간 발생한 산사태 피해 건수는 2018년 381건, 2019년 1644건, 2020년 6175건, 2021년 190건, 2022년 1278건으로 총 9668건으로 조사됐으며, 이에 따른 인명피해(사망)는 12명, 총피해복구액은 4791억 400만 원으로 확인됐다.

지역별 피해 현황은 경상북도의 피해 건수가 2156건, 피해복구액 760억 400만 원, 강원도 피해 건수 1635건(복구액 534억 5800만 원), 충청북도 1486건(복구액 738억 6000만 원), 경기도 1273건(복구액 716억 3700만 원), 전라북도 994건(복구액 729억 6400만 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남성현 산림청장이 7월 31일 오후 호우로 인해 산사태가 일어난 세종시 금남면과 부강면 현장을 찾아 관계자들과 피해상황 및 복구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 산사태 발생 8월,9월이 74%, 지역별로는 영남과 중부가 61%

이에 산림청은 토지의 붕괴 및 토사유출 등을 방지하기 위해 공작물을 설치하거나 식물을 파식하는 이른바 ‘사방사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과거에는 산림 복구 및 녹화를 위해 실시하던 사방사업이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 발생이 빈번함에 따라 그 필요성과 수요는 계속 커지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산림청(청장 남성현)은 지난 19일 산사태 피해지에 조사단을 파견하여 원인조사를 실시하고, 헬기, 드론, 중장비 등을 긴급 동원하여 응급복구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산사태 원인조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북, 충남지역을 우선적으로 실시하며, 드론과 위치확인시스템(GPS) 장비를 이용해 피해규모를 파악하고 지형, 지질, 지반 특성 등을 정밀조사하여 원인을 분석하게 된다. 산사태 원인조사단은 산림, 토목, 지질 등 각 분야 전문가 89명으로 구성되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소요 예산을 산출하고 항구복구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한편, 산림청은 이번 수해 피해지 응급복구를 위한 자재 운반, 이재민 구조와 구호 물품 지원 등을 위해 소속기관, 산림조합 등 유관기관과 협조하여 헬기 10대, 드론 54대, 중장비 959대 등 가용자원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수해복구에 헬기 등 장비 지원이 필요한 지자체는 산림청 산사태중앙사고수습본부로 연락하면 신속히 지원받을 수 있다. 남성현 산림청장(산사태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산사태 피해 발생 시 산사태 원인조사단을 즉각 투입해 원인조사와 복구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라며, “신속한 응급복구를 위해 산림 헬기를 비롯한 가용 장비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집중호우는 이제 기상이변이 아닌 새로운 일상이 됐다. 여기에 걸맞는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비극이 이어질 수 있다. 반복되는 산사태, 이제는 끝낼 때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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