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의 산소배출량은 같은 면적의 수목류에 비해 200~300배나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풀과 나무들보다 이끼가 탄소저감능력도 월등하다. 사진은 꼬마이끼 [사진=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서양속담일 것이다. 어쩌면 영어문법책에 등장하는 예문일 수도 있다. “구르는 돌엔 이끼가 끼지 않는다”라는 문장 말이다. 부지런하라, 성실하라, 그러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뉘앙스의 이 문장 속에서 이끼는 다소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매사에 ‘이끼’가 끼지 않도록 하라는 뜻이기 때문.

하지만 2023년 현재에는 이끼라는 말을 그런 뜻으로 사용하면 안 될 것 같다. 이끼가 ‘이끼산업’이라는 분야를 열어젖히면서 친환경 화장품, 의약품 생산을 비롯해 생태계복원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끼산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산업적 측면 외에도 이끼는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문제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대략 이끼의 산소배출량은 같은 면적의 수목류에 비해 200~300배나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풀과 나무들보다 이끼가 탄소저감능력도 월등하다.

그래서 이웃나라 일본은 이미 6~70년 전부터 이끼관련 사업을 전개해왔고, 현재는 전국적인 산업으로 성장했다. 지자체에서 이끼 재배법도 가르친다. 일본은 도심녹화를 비롯해 미세먼지 완화, 산소배출, 온도조절 등의 목적으로 건물옥상에 이끼정원을 조성하고, 수직정원 형식으로 이끼를 가꾸며 도시 생태계를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끼의 공기정화능력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척이나 뛰어나다. 최근 이끼의 공기정화능력이 알려지면서 대기오염을 줄이는 아이템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는 첨단기술을 활용해 이끼로 천연 공기필터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든 이끼공기필터가 최대 80%의 미세먼지 알갱이를 걸러낸다는 실험결과도 나왔다. 쉽게 말해 이끼가 지구의 산소탱크이자 공기청정기 역할을 해낸다 것. 아니, 그래왔지만 우리가 몰랐다.

이끼는 식품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일부 북유럽국가나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는 이끼를 오래전부터 식용으로 활용해왔는데, 단백질,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끼는 의약품으로도 쓸 수 있다. 이끼 추출물에서 항염증, 항균, 항암, 황산화, 진통효과를 발견해 이를 약 제조에 활용한다. ​친환경 건축자재로도 활용되는 등 활용 사례가 무궁무진한 게 이끼라는 걸 알 수 있다.

국내의 이끼 관련 기업인 미래엔피아와 한국환경정보연구센터 이재성 회장은 "이끼의 강인한 생명력을 활용할 때가 왔다. 이끼는 친환경 화장품 의약품 식품 종이 건축자재 생태계복원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자연의 보물과 같은 소재“라고 강조하며 ”이끼의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래엔피아의 이끼를 활용한 통합형 공기질 개선장치 제품 [사진=미래엔피아 홈페이지]

◇ 우리가 몰랐던 이끼의 능력... 지구의 산소탱크이자 공기청정기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이끼산업협회가 지난 6월 8일 공식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이끼산업협회 방덕우 이사장은 이끼산업 육성의 필요성과 목표를 역설하고 있다. 방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탄소저감 효과가 매우 큰 이끼를 스마트팜과 연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탄소중립 목표도 달성하고, 청년농 육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방 회장은 또 “현재는 주목받고 있지 않지만, 이끼산업을 우리나라의 선제적 산업으로 육성하면 국내‧외 시장에서 독보적으로 앞서나갈 수 있다”며 “이끼의 경제적‧환경적 가치를 입증하는 연구과제도 수행해 산업 육성의 당위성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끼산업협회는 향후 이끼 판로 활성화 사업을 비롯해 품질 인증사업, 도시농부 재배기술 교육 등의 활동과 더불어 이끼산업에 대한 대국민 홍보 활동을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이끼산업협회는 오는 9월 22일부터 10월 22일까지 열리는 ‘강원세계산림엑스포’에 참여해 홍보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이끼산업협회는 "이끼산업은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청정한 물과 공기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끼산업협회의 활동을 관심있게 지켜봐 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ESG 경영'이란 말이 화두가 된 현재, 이끼산업이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또한 커져가고 있다. 글로벌 경영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 기업의 책임 또한 커지고 있어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럽연합,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ESG 경영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서 친환경 이끼산업이 더욱 주목받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잘 몰랐던 이끼의 초능력(?) 발견과 더불어 환경보호와 산업의 바람직한 콜라보(협업) 형성을 이끼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