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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표시, 농산물에 안하나, 못하나?가공식품에는 가능, 농산물은 금지... 건강기능식품 업체에 특혜 시비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깻잎이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해준다면? 만약 그런 사실이 적힌 포장된 깻잎을 발견한다면, 누구라도 봄철에 깻잎을 사지 않을까? 꽃가루 알레르기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값싸고 맛있고 눈 건강에도 유익한 깻잎이 도시와 농촌 모두에게 고마운 효자 농산물로 내내 칭송받지 않을까? 해외 각지로 수출도 되고 현지에서도 주목하는 스페셜 K-농산물 반열에 오르지 않을까?

맞다. 깻잎 얘기다. 아니 우리 농산물 이야기다. 우리나라 깻잎이 지난해 일본에서 앞서 언급한 바로 그 기능을 인정받아 ‘기능성표시 식품’으로 등록됐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의미를 아는 사람이 적은 것 역시 마찬가지. 어쨌거나 우리나라 농촌진흥청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우리 깻잎의 로즈마린산 성분이 눈의 불쾌감과 꽃가루 알레르기를 완화시켜주는 기능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이를 일본의 식품제도에 발 빠르게 적용했다. 

작년 7월 한국산 깻잎이 일본 소비자성에 기능성표시식품으로 등록됐다. [사진=aT]

◇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로 활력 찾는 일본 농업... 우리나라는 언제쯤에나?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로 눈이 빨갛게 변하는 일본인들이라면 포장용지에 적힌 “한국산 깻잎, 로즈마린산 성분이 눈 불쾌감과 꽃가루 알레르기를 완화시켜 줍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구매를 망설일 이유는 없을 것이다. 냉큼 깻잎을 들고 계산대로 달려갈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일본에선 우리나라 깻잎이 인기가 높다는 시장보고서도 나와 있다.

또 하나, 우리나라의 당조고추도 일본 기능성 표시제도의 수혜자라는 것. 혈당 상승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기능성 표시를 하고 일본에서 잘 팔려나간다. 국산 당조고추는 우리 농산물 최초로 일본에서 기능성 표시식품으로 인정받은 품목이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당조고추의 표시기능성 성분은 루테올린.

반면 우리나라에선 당조고추(제일종묘농산 개발)와 관련한 씁쓸한 ‘사건(?)이 지난 2013년에 벌어진 적이 있다. 당조고추의 당뇨병 증상 완화 효과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를 삼고 나섰던 것. 부당광고라며 제재를 가했다가 추후 의결에선 무혐의 판정을 내려 업체와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당시 공정위는 ‘당조고추의 효능인 혈당 떨어뜨리는 AGI성분이 일반고추의 3~5배 함유’, ‘당조고추가 혈당을 떨어뜨린다’, ‘국내 의과대학교병원 AGI성분 효능 검증’ 등의 광고에 대해 전문가 검토를 거친 결과, 부당광고 혐의가 없다고 슬쩍 꼬리를 내렸다. 즉, 효능은 인정하지만 법적으로 인정해줄 수는 없다는 게 바로 관계기관의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런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깻잎과 당조고추 외에도 히로시마 감귤 (표시 기능성 성분 : 베타-크립토크산틴 ), 히나토마 가바 토마토 (표시 기능성 성분 : GABA), 프라임 애플(표시 기능성 성분 : 사과유래 프로시아니딘), 채소로 루테인 시금치 (표시 기능성 성분 : 루테인) 등 30여 개의 농산물이 기능성 표시 허용 품목으로 소비자들에게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일본농촌이 활력 넘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2015년부터 일본은 ‘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김치,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되는 고추, 에너지 보충과 근력향상에 좋은 초콜릿’ 등등 농산물과 가공식품에 기능성표시제를 도입함으로써 농산물시장과 식품시장 양쪽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 깻잎은 일본에서만 ‘(로즈마린 성분 함유로) 눈의 불쾌감을 완화 시켜주는 깻잎’ 이라는 식으로 기능성을 표기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깻잎에 그런 기능성을 표기하면 법에 어긋난다. 깻잎은 그저 ‘깻잎’이어야만 한다. 지난해 말 1년 넘게 TF를 가동해 일반식품에 기능성 표시를 하는 문제를 논의해온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기능성표시를 하려면 반드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를 포함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사실상 공산품에는 허용하되, 농산물에는 기능성 표시를 하는 걸 막아놓은 셈이다. 안타깝다.

애초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도를 추진했던 이유는 다양한 기능성 표시를 통해 우리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함이었을 게다. 농산물의 기능성 표시와 더불어 이를 활용한 농산물 가공식품시장도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거다. 그런데 1년 넘게 논의한 게 고작 건강기능식품 업계와 식약처의 주장만 반영한 것이라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당조고추는 ‘기능성’이라는 날개를 달고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당조고추의 당뇨병 증상 완화 효과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를 삼고 나섰던 적이 있다. 부당광고라며 제재를 가했다가 추후 의결에선 무혐의 판정을 내려 업체와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사진=aT]

◇ 장고 끝에 악수? 애초 농산물 위주로 추진하려던 기능성 표시제, 결국은 배제

실제로 지난 2019년에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농식품부 식품산업진흥 관계자는 이렇게 강조한 바 있다. “일반식품에도 기능성을 표시하면 국산 농산물 사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어 주장했던 것. 이 행사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 허용에 따른 식품산업계의 대응과 역할’이란 주제의 심포지엄이었는데 각계각층 전문가들이 모여 ‘식품의 기능성 표시 제도와 안정적 정착방안’이란 주제로 전문적인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농식품부의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식품이 가진 건강상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적을 때, 국내 농산업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성식품시장이 5년 사이에 5조 8천억 원 규모로 성장해 국산 농산물을 소재로 하는 식품업체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라고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더불어 농산물 기능성표시제가 도입되면 수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피력했다.

또한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된 개별인정원료의 약 71%가 외국산이다. 농식품부는 이를 대체할 국산 농산물을 발굴해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있다. 여기에 포함된 농산물이 기능성식품 소재로 사용되도록 정부 차원의 연구를 진행, 식약처에 등록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나고 나서 나온 결과는 ‘빈 소리만 요란한 깡통’이나 마찬가지. 아무 것도 지켜진 게 없는 실정이다. 지키지도 못할 이런 말을 대체 왜 꺼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어쨌거나 올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는 일반식품에도 과학적 근거를 갖췄을 경우에 기능성 표시가 가능하다는 규정을 발표하고 <알기쉬운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도> 안내서를 발간·배포했다.

물론 여기에 일선 농가의 농산물이 기능성표시제도에 포함된다는 내용은 없다. 이 제도 도입 이후 27개의 기능성을 표시한 일반식품 제품 정보가 한국식품산업협회 홈페이지 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체내 칼슘 흡수를 촉진시켜주는 ’PGA플러스칼슘 연두부‘, 콜레스테롤에 개선 효과가 있는 ’발효홍국나또‘, 배변활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쾌변 요구르트 등은 출시되어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농식품부는 이번 안내서를 내면서 “식품기업들의 제품 개발을 촉진시켜 고부가가치 식품 신시장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희망사항을 피력했다.

안내서에 따르면 기능성표시식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에 섭취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건강상의 이익을 표시한 식품(영양소기능 및 생리활성기능)”이라고 되어있다. 근거 법령은「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 1의 3호. “3.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것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 「건강기 능식품에 관한 법률」 제3조제2호에 따른 기능성이 있는 것으로 표현하는 표시·광고.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표시·광고는 제외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른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 정한 영양성분의 기능 및 함량을 나타내는 표시·광고 나. 제품에 함유된 영양성분이나 원재료가 신체조직과 기능의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으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여 고시하는 내용의 표시·광고”라는 조항도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일본에서는 지난해에만 무려 3천 개의 기능성표시 공산품이 약 3천억 엔(한화 3조 1천억 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련법이 마련됨에 따라 지자체와 기업들의 기능성표시제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가공식품에 한정된 얘기다.

제주에서는 첫 기능성표시 일반식품이 출시돼 화제가 됐다. 제주한의약연구원은 도내 최초 기능성표시 일반식품 1호 제품으로 귤껍질에 기능성 원료를 더한 'The 펠롱 플러스'를 출시했다. 'The 펠롱 플러스'는 주요 한약재인 귤피와 식후 혈당상승 억제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을 혼합한 제품이다. 

식품 기능성 표시제도 도입 이후 기능성을 표시한 일반식품 제품 정보가 식품산업협회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다. 사진은 체내 칼슘 흡수를 촉진시켜주는 배변활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쾌변 요구르트, ’PGA플러스칼슘 연두부‘ 등 실제 출시·판매되고 있는 제품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이밖에도 한국식품산업협회가 공개한 기능성표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자료를 찬찬히 살펴보자.

▲파스퇴르 쾌변사과 / 롯데푸드 (주) - 기능성 표시내용 : 본 제품에는 배변활동 원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이눌린/치커리추출물이 들어 있습니다. ▲발왕산막걸리제로 /(주) 일화 -기능성 표시내용 : 장내 유익균 증식 및 배변활동 원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프락토올리고당이 들어 있습니다.

▲ 락티움N 타트체리콜라겐 / 한국맥널티(주) - 기능성 표시내용 : 본 제품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유단백가수분해물이 들어있습니다. ▲ 광동 홍삼진 / 광동제약(주) - 기능성 표시내용 : 본 제품에는 면역력 증진·피로개선·항산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홍삼이 들어있습니다.

▲황성주박사의 영양식 / (주) 이롬 - 기능성 표시내용 : 본 제품에는 장내 유익균의 증식과 유해균의 억제, 배변활동을 원활히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라피노스와 정상적인 면역기능에 필요하다고 알려진 아연이 들어 있습니다. ▲목캔디 프로폴리스 허브진저 / 롯데제과(주) - 기능성 표시내용 : 구강 항균 작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된 프로폴리스 추출물이 들어 있습니다.

▲부스터파우더 /태원식품산업 (주) - 기능성 표시내용 : 본 제품에는 피부건강,장건강,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알로에겔 분말이 들어있습니다. ▲클로렐라 가루녹차 /녹차원 (주) 금산공장 - 기능성 표시내용 : 본 제품에는 피부건강, 항산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된 클로렐라가 들어있습니다.

총 70여가지의 기능성표시 제품이 한국식품산업협회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 걸 알 수 있다. 특징이라면 배변활동에 도움이 되는,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피부미용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표시가 대다수라는 점.

아무쪼록 이 제품 리스트에 농산물이 기능성 표시 품목으로 등재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머지않아 그렇게 되리라 믿어본다. 농업과 농촌과 농민을 살리자는 농식품부의 애초 약속이 조만간 지켜지길 바란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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