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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산불진화용 헬기도입, 국산 헬기 ‘수리온’이 최선인가?
한국항공우주산업 수리온 헬리콥터의 물 살포 장면. 다소 부족한 2천리터 담수용량을 갖췄다. [사진 제공=산림청]

산불이 유독 잦았던 지난겨울은 뭔가 특별했을까? 좀 안타깝고도 한심하지만, 산불과 관련해 “아카시아 꽃 피는 5월 이후엔 산불이 나지 않는다.”란 말이 있다. 나무들이 물을 머금어 수분함량이 많아지고 녹음이 짙어지는 5월 이후엔 산불이 나더라도 크게 번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달리 해석하면 이 말엔 ‘5월까지는 산불이 많이 난다. 그런데 별 다른 대책은 없다. 그래서 아카시아 꽃 피기만을 기다린다’라는 수동적이며 패배적 뉘앙스가 묻어있다. 이 말이 산불 예방과 진화를 담당하는 산림청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에게는 얼굴 화끈거리는 것이겠지만, 산불로 임야.토지.주택 등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산불 피해자들에게는 뼈 저리는 아픔으로 다가갈 것이다. 

금주부터 한국영농신문은 올해 들어 급증한 산불 그리고 예방, 진화, 부처 간 갈등, 국민의식 고취 등을 다룬 산불 특집기획을 연재한다. 본 기사는 그 첫 번째로 대형산불 ‘초동진화의 알파이며 오메가’ 랄 수 있는 소방헬기를 산림청이 도입하는 문제를 다룬다. 가격대는 비슷하지만 소방수 2천리터 수용의 국산 헬기 <수리온>과 소방수 8천 리터 수용가능한 미국 에릭슨社 헬기 <S-64>를 도입하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이 대형산불 초동진화에 효율적인가를 묻고자 함이다. 산림청은 지난해 12월 야간산불진화용이라는 취지로 수리온 1대를 도입했고, 향후 2025년까지 12대를 더 도입한다고 밝혔다. [편집자 주]

 

산불 진화에 최소 이틀, 최대 1주일 넘게 걸리는 현실

웬일인지 2018년 들어 산불 증가 추세가 가파르다. 산림청 통계로 보면 설 연휴 기간 동안만 모두 3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 2월 18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11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5% 증가했다. 부산 삼각산, 강원도 삼척에서 중대형산불이 발생하면서 피해면적도 지난해의 27배, 예년 평균의 5.7배로 늘어났다. 무려 210ha(축구장 294개 면적)이 불에 탔다.

산림청은 건조주의보가 두 달 가까이 지속되고 강풍까지 많이 불어서 그런 거라고 했지만, 받아들이는 국민들은 느낌이 좀 다르다. 솔직히 말해 ‘지진이나 화산처럼 산불 앞에서도 우린 속수무책 아닌가?’라는 자괴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전국에 1만 명도 넘는 산불감시원과 또 그 만큼의 산불진화요원들, 해당지역 공무원 등등 몇 만 명이 산불관련 업무를 담당하는데 산불은 계속 늘고 피해마저 커졌다는 걸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한 예로 지난 2월 11일 발생한 삼척 산불은 하루 만에 진화된 게 아니라 닷새 만에 진화됐다. 축구장 면적 164개에 해당하는 산림 117㏊를 태웠다. 왜 닷새나 걸렸고, 피해는 왜 그리 커졌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강풍? 건조한 날씨? 혹은 초대형 소방헬기 부족?

이처럼 며칠 넘게 심지어는 1주일 이상 산불이 진화되지 않은 경우가 과거에도 있긴 했다. 최근 20년 동안 최대 피해액과 피해면적을 기록한 2000년 동해안 산불은 4월 7일 발생해 4월 15일까지 무려 8일 동안 강원도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피해면적 2만4천 ha, 피해액도 360억원이나 됐다. 물론 실질 피해액수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이밖에도 대규모 산불 5위 안에 든 1996년 4월 강원도 고성산불은 54시간, 2005년 양양 산불은 32시간, 2013년 울주산불은 48시간이 진화에 소요됐다. 산불은 한번 발생하면 최소 이틀에서 일주일 동안 지속되는 무시무시한 재난이란 걸 알 수 있다.

 

산불감시요원, 진화요원들의 피와 땀만으로 대형산불 완진할 수 있을까?

새해 들어 산불 발생이 급증하자 김재현 산림청장은 "소중한 우리 산림을 지키기 위해 산림청 전 직원이 힘을 모으고 있다. 특별 기동단속 등을 통해 허가 받지 않은 불법소각을 집중 단속하고 위반자에게 과태료 부과 등 처벌을 강화 할 방침"이라며 서둘러 산불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산불예방 참여를 부탁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산림청은 2018년 현재 전국의 산불방지 인력으로 산불감시원 1만 1천명과 산불예방진화대 1만명, 도시·야간·대형산불에 연중 대응하기 위한 광역 특수진화대 247명, 산림청 직원 1천764명과 지자체 산림공무원 6천276명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산림청 산하 11개 산림항공관리소에는 초대형헬기 3대(미국산 S-64)와 대형헬기 30대(러시아산 Ka-32), 소형헬기 12대 등 진화헬기 45대가 있다. 소방헬기 28대, 군 헬기 16대, 지자체 임차헬기 60대 등도 산불이 나면 투입된다.

산림청은 또 올해부터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330명을 선발해 운영에 들어갔다. 특수진화대는 2016년과 2017년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정식 출범했다. 주로 야간과 재난성 산불현장에서 활동하게 된다. 야간에 산불이 확산되어 헬기로 진화할 수 없을 때나 지형이 험준할 경우에 특수진화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산림청의 설명.

다 좋다. 산불감시원들과 진화요원들의 노고와 땀방울은 그 무엇보다 값지다. 인정한다. 하지만 산불이 발생해 강풍을 만나 번지기 시작했을 땐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헬기 투입이 아니면 도저히 진화할 수 없는 산불이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1980년대 중반부터 산불진화에 투입된 헬기의 투입 횟수(대수)로 증명된다. 산불발생 건당 헬기 투입 진화대수는 1985년 1.2대, 1990년대 2.6대, 2000년대 3.4대로 늘어났다가 현재는 2.47대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1985년 이후 산불에 헬기가 투입돼 불을 끈 진화율은 연평균 3%씩 증가했다. 1985년에 14%였던 것이 1990년에 63%, 1995년에 82%, 2000년에 77%, 2004년에 78%로 헬기의 산불진화율은 대폭 상승했다. 현재는 헬기진화율이 8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어쨌거나 산불 10건 중 8건을 헬기가 진화하는 현실인 것이다.

산불이 발생해 강풍을 만나 번지기 시작했을 때는 사람의 힘만으로 진화하기는 어렵다. 강풍에 견디는 담수량 큰 대형헬기 도입이 필요하다. [사진=픽사베이]

 

강풍 견디는 담수량 큰 대형헬기로 골든타임 내 산불 조기진화가 관건

이쯤에서 산불을 끄는 데 가장 중요한 건 헬리콥터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산불진화의 책임을 진 산림청이 보유한 헬리콥터 보유 숫자와 성능은 어떨까? 이와 관련한 위태로운 사실이 2017년 국회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이만희(영천·청도) 의원이 산림청이 보유한 총 45대 헬기의 운항규정을 분석한 결과, 측풍 및 배풍이 초속 10m(19.8노트)를 넘으면 산림청 헬기 모두 운항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쉽게 말해 강풍이 불면 산림청 헬기가 무용지물이 된다는 뜻. 이에 대해 산림청은 강풍에 강하고 야간 진화가 가능한 중대형급 산불 진화헬기를 오는 2025년까지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기종 헬기 몇 대를 언제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할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앞으론 잘 해보겠다는 막연한 다짐이었을까?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산림청과 205억원 규모의 산림소방헬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2017년 12월 국산 수리온 헬기 1대를 산림청에 납품했다. 산림청은 보유중인 45대의 헬기 중에 소형헬기 12대를 차차 국산 수리온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림청의 구매가 이뤄지면 2,640억 원 규모의 토종 소방헬기 시장이 새로 열릴 전망이다. 소방헬기의 국산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니 바람직하고 기분 또한 좋은 일이다.

그런데 역시나 문제는 헬기의 성능이다. 앞서 이만희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1)강풍에도 견뎌야할 뿐 아니라, (2)담수용량도 커서 한꺼번에 많은 물을 산불현장에 쏟아부어 단시간 내에 산불을 끌 수 있는 성능이 담보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수리온은 과연 그런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을까? 더구나 산림청 발표처럼 수리온은 (3)야간 산불 진화에 특화된 기종으로 재탄생한 것일까? 여러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45대의 헬기 중에 소형헬기 12대 뿐 아니라 현재 운용중인 러시아산 대형헬기 Ka-32 30대와 미국산 초대형 헬기 S-64 3대를 수리온으로 교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국산헬기라는 명분보다 대형산불진압 성능.효율성이 우선 돼야

해답의 실마리는 헬기의 담수용량에 있는 것 같다. 문제 또한 수리온 헬기의 담수용량에 있어 보인다. 수리온의 담수용량은 2천리터. 현재 산림청이 30대 가량 보유중인 20년 넘은 러시아 헬기(Ka-32)의 2,500리터 보다도 적은 물만을 담을 수 있다. 가격이 조금 비싼 미국 헬기 S-64의 담수량은 8천 리터로 수리온의 무려 4배다. 산불의 초기진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담수용량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S-64가 점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S-64헬기 한 대가 수리온 4대의 역할을 해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S-64는 이 뿐만 아니라 물대포(워터 캐논)도 장착돼 조준진화도 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면 수리온 헬기도입과 S-64 추가도입 중 대형산불 조기진화에는 어떤 쪽이 더 유리하고 도움이 될까?

2004년 미국 에릭슨社의 S-64를 처음 도입할 당시 농림부가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자. 자료에는 “이번에 구입하는 초대형 헬기는 ▲대형산불 대처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뛰어난 성능이 입증된 헬기로서 ▲물탱크 용량이 10,000ℓ에 달하여 러시아산 산불진압용 대형헬기(3,000ℓ)보다 3배 이상 크기 때문에 ▲대형헬기로는 진화가 곤란한 산불의 중심지점(火頭地點)에 대한 진화도 가능, ▲하천 수심이 최저 50㎝이상이면 담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동시간과 진화시간을 최대 2배 이상 단축이 가능, ▲산불규모에 따라 물 투하량을 9단계로 조절 가능하여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물대포(Water Cannon) 기능으로 뒷불정리 및 고압선지역 등에서도 유용, ▲이러한 기능 이외에도 산림이 우거진 산악지형에서 속도증감, ▲기체의 상승 및 강하, 선회기동 등 공간에서의 운영성이 매우 뛰어나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산불진화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는 기종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정부의 이번 초대형 헬기(S-64E) 조기도입 결정으로 앞으로 대형산불에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됨”이라는 희망사항도 적어놓고 있다.

물론 수리온은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리온이 그동안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만큼은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2017년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다시 들먹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진정으로 억울하다면 수리온은 ▲산불 진화 시연, ▲강풍에 출동가능한 기동력 시연, ▲야간에 투입돼 산불을 끄는 스마트한 성능 등을 언론을 통해서 국민들 앞에 증명해 보이는 성의라도 보여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수리온은 산림청 소방헬기용도 보다는 경찰업무, 해양군사업무 또는 민간 수요 등 다른 분야로 헬기를 맞춤형으로 변형.제작해서 공급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요즘 채용이나 선발 현장에서 유행하듯이 국산 - 미국산이라는 구분을 블라인드 처리하고 기종을 선정한다면 우리는 어떤 헬기를 산불진화용 헬기로 고를까? 대답은 자명하지 않은가?

산불은 12월~5월까지 6개월 동안 80% 넘게 발생한다. 아카시아 꽃이 피는 5월까지 대형산불이 나지 않기를 기다리는 마음이야 누구나 똑같다. 하지만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그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산불을 어떻게 하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압할까를 걱정해야 한다. 다른 조건이나 함수는 생각하지 말자. 산불은 잘 끄는 게 최고이자 최선인 것이다. 총 90대 정도의 소방헬기 보유가 적절하다는 산림청의 말대로, 국산 헬기 수리온과 그보다 성능이 뛰어난 소방전용 외국 헬기를 용도별로 적절히 섞어 황금비율로 도입.배치하는 안목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백종호 기자  b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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