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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너는 참 멋져, ‘채소인형 뚜까따’가 전하는 공감과 위로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W에 전시된 뚜까따의 채소인형

예쁜 것들만 대접받는 세상에 농산물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에서 제값에 선택받는 ‘예쁜 농산물’을 만들기 위해 농장에는 반사판이 깔리고, 농작물에는 착색제가 뿌려진다.

이것이 시장에서는 상식처럼 되어버린 현실에서 과일이나 채소를 표현한 장난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번지르르 윤이나거나 크고 빛나는 눈을 단 예쁜 인형으로 익숙하게 보아왔다.

하지만 무심한 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채소인형은 좀 다르다.

누구나 그것을 보면 웃음을 빵 터뜨릴 정도로 묘한 쾌감을 준다.

실제로 그 채소인형을 인형을 실물로 만나기 위해 찾은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서는 많은 사람이 박장대소하며 “미쳤어”를 연발했다.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고 웃음 짓게 하는 힘. 대체 이 채소인형에는 어떤 강력한 매력이 숨어있을까.

그 채소인형의 정체는 ‘뚜까따' . 인형(tukata)을 뜻하는 태국어다.

뚜까따의 인형은 대표이자 메인 디자이너인 정하영 대표가 태국 봉사활동을 떠난 데서 출발한다.

누구나 몇 개씩 쉽게 가지고 버리는 인형이, 재정문제에 치닫다 보니 그곳의 아이들에게는 하나도 제공되지 않았다.

그곳의 아이들을 만나며 인형이 주는 정서적인 기능을 다시 보게 된 정하영 대표는 사람들에게 일상의 사물로 특별한 경험을 주기로 결심했다. 바로 인형을 통해.

 

뚜까따에서 가장 처음 완성했다는 고추인형 '프릭' / 사진제공=뚜까따

“시중의 정형화된 인형 대신, 우리는 ‘불완전함’에 집중했어요”

뚜까따의 채소인형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 제작된다.

정하영 대표가 드로잉으로 채소 캐릭터를 완성하면 이경숙 대표가 인형의 형태로 완성한다.

이효진 대표는 그 인형을 브랜딩하며 세 사람이 손발을 맞춰온 것이 2년째.

처음에는 대량생산으로 만든 인형에 익숙해져 있던 세 명의 대표도 바늘 자국이 새겨진 핸드메이드 인형의 형태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프릭’이라는 고추인형은 꼭지 부분의 제작이 특히 복잡해 만드는 사람조차 ‘머리를 다 뜯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삐뚤빼뚤해 보여 가격을 낮게 정할까는 고민도 했다고.

그 순간 브랜드의 방향을 설득한 건 이효진 대표다.

“생각해 봐. 프릭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른 인형보다 프릭이 훨씬 어려워서 더욱 고민하고, 신중하게 대해. 그런데 주관적으로 드는 판단만으로 상품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우리의 취지와는 어긋나는 거잖아?”

그렇게 프릭은 생긴 모습 그대로 시장에 나왔다.

고객들도 별다른 문제제기나 가격흥정 없이 프릭의 형태를 ‘고유의 모습’으로 받아들였다.

 

뚜까따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버섯 인형 '쉬룸' / 사진제공 = 뚜까따

‘못생긴 인형’이 더 사랑받는 이유

뚜까따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채소인형은 ‘쉬룸’과 ‘가지’였다.

새송이버섯과 가지형태의 인형인데, 뚜까따의 설명에 의하면 ‘못생겨서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온다’고.

이후 파인형 ‘파’가 등장하며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뚜까따를 찾은 사람들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희귀한 파 형태와 머리를 풀어헤친 듯한 정돈되지 않은 모습에 특히 즐거워했다.

애써 꾸미지 않은 인형을 세상에 내놓으며 세 명의 대표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핸드메이드이지만 충분한 완성도를 내기 위해 노력해요. 그런데도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생기는 한계는 있거든요. 우리는 그걸 보며 ‘이번 수확은 토마토와 가지가 좋았고, 고추 농사는 조금 아쉬워’ 이렇게 얘기하죠. 세상은 분명 예쁜 것을 좋아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관점을 제시하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거든요.”

 

뚜까따의 인형 사용 설명서 / 사진제공 = 뚜까따

일상의 ‘철학’ 담은 브랜드로 완성해 나가고 싶어요

뚜까따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준비기간이 2년이 될 정도로 인형의 완성도는 물론, 고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는 브랜드가 되어야 할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래서 뚜까따의 홍보에는 단순히 인형만 보여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캐릭터의 바탕이 되는 농산물을 키우는 과정이나 고르고 손질하는 법을 함께 전달한다.

또 인형에는 볼을 꼬집거나 베고 낮잠을 자는 일러스트를 포함한 설명서를 동봉해 단순히 장식이나 감상용으로 그치지 않고 일상을 함께하는 존재로 소개한다.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느껴 인형과 함께 씨앗과 레시피북도 만들어 내놨다.

일상 속 사물의 가치를 이야기하며 쉽게 버리는 비닐에 담아낼 수 없어 채소인형은 양파망을 형상화한 가방으로 포장하고, 씨앗은 친환경소재인 타이벡에 담았다.

고객이 포장을 요청하면 파머스 마켓에서처럼 종이봉투에 담아준다.

이렇게 누군가의 일상 속에 늘 함께하며 교감할 수 있는 인형을 만들고 싶다는 그들.

그들이 전한 이야기 속에서 누군가가 농산물을 맛있게 먹고 건강하길 바라는 농부의 마음을 만났다.

 

이아롬 기자  arom@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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