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히 주얼리 판매가 아닌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콘텐츠 제공

- 남들이 지나치는 작은 것들을 콘텐츠화하여 가치 있게 만드는 아름다운 문화 구축

‘고백 부부’ 장나라와 손호준이 결혼반지 △‘사랑의 온도’ 양세종이 서현진에게 선물한 프러포즈 꽃반지 △‘다시 만난 세계’ 이연희가 여진구에게 선물한 포크나이프 목걸이 △‘화유기’ 차승원의 우마왕 반지와 같은 주얼리부터 ‘가면’ 수애의 액자 △‘용팔이’ 김태희 USB △‘왕은 사랑한다’ 임시완 의자 등 소품까지 모두 이곳에서 탄생했다. 품격있는 주얼리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브랜드 민휘아트주얼리의 이야기다.

민휘아트주얼리는 기존의 귀금속 프레임에 맞춰 디자인하는 것이 아닌, 사람과 환경에 맞춘 디자인 세계를 구축함으로써 ‘주얼리는 하나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드러내주는 도구’ 라는 인식을 이끌어낸 브랜드다.

포트폴리오에서 알 수 있듯이 민휘아트주얼리는 주얼리를 취급하고 있지만 단순히 주얼리만을 판매하는 브랜드는 아니다. ‘주얼리를 연상하는 고급스러운, 보석 같은’ 오브제가 담긴 카테고리 전체를 디자인하고 있다. 주얼리 개별 상품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주얼리스러운 프레임을 모두 포괄하여 연구하는 연구소 같은 느낌이다.

장인정신으로 구현된 주얼리 소품 하나하나에서 작업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과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깊은 고민을 느낄 수 있다. 주얼리라는 뿌리를 기반으로 아이디어 넘치는 열매들을 맺어 주얼리 그 자체가 한층 풍성해진 느낌이다. 주얼리 소재로 구성되고 제작된 미술 작품은 주얼리인지 그림인지 애매모호한 경계를 띄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USB, 만년필, 의자, 금속 조형물 등 주얼리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카테고리라도 디테일은 주얼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주얼리를 파는 가게’라는 본연의 아이덴티티가 가장 잘 드러나고 있지만 변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MD 구성을 점차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마치 하나의 ‘장신구 박물관’ 혹은 ‘보석 라이브러리’같다고나 할까. 보석은 특별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보석 진열대를 넘어 홈 액세서리 컬렉션으로 넓어진 것이다.

이렇게 매장 안을 가득 채운 주얼리스러운 오브제들은 ‘우리는 주얼리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다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이런 자신감 넘치는 무언의 메시지는 공간의 공기를 미묘하게 바꾼다. 보통 소비자가 어떤 공간을 방문하는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나 물건을 찾기 위함이다. 그러나 민휘아트주얼리에서는 공간이 소비자에게 역제안하며 큐레이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전문성 있는 상품 큐레이션 방식으로 서비스 하는 카테고리 킬러 매장 형태와 비슷한 느낌이다. 한 공간에 가득한 다양한 카테고리의 주얼리들이 각기 ‘당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주겠다’며 반짝인다.

정재인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 브랜드는 ‘나만의 주얼리’를 원하는 분들의 주문 제작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카테고리가 늘어나게 됐어요. 여러 가지 의견들을 수렴하여 기존의 카테고리를 유연하게 수정하기도 하죠. 사실 카테고리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디자인을 구성하는 내용물이나 디자인을 규정하는 카테고리 그 자체보다 그 디자인이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어우러지는가, 어떤 느낌과 경험을 선사해 주는가가 더 중요하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이 많은 주얼리들도 최종적인 선택지는 아니게 될 수 있어요. 몇 개의 주얼리의 좋은 디테일들만 취합해서 나에게 ‘딱 맞는 디자인’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도 있으니까요. 삶이 계속 변화하는 만큼 디자인도 계속해서 진화해가야 합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유연함이 필요하죠.”

디자인에서 사용자와 제품 간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그는 단지 판매자의 입장에서 소비자를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이런 과정이 차곡차곡 쌓여 고객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고객을 케어 하는 것을 가장 중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닐까. 제품을 중심으로 한 과도한 마케팅이나 홍보 등의 과정도 없었다. 소비자들은 어느새 드라마와 영화 등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민휘아트주얼리를 바라보게 됐고, 브랜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됐다.

MBC ‘왕은 사랑한다’ 임시완 왕좌 [사진=화면 캡쳐]

민휘아트주얼리는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를 통해 또 한 번 과감한 혁신과 새로운 가치를 담아냈다. 고귀하지만 그저 오래된 시간 속에 갇혀 있던 왕의 의자를 새로운 감각을 덧입힌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전통이 하나둘씩 현대로 되살아나는 요즘에도 왕이 앉던 의자, 왕좌 디자인에 손을 대는 시도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낙 상징적인 아이템인지라 변형이 쉽지 않기도 하고, 현대의 생활공간을 장식할 수 있는 가구로의 전환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민휘아트주얼리는 왕좌를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그 디자인을 기업과의 협업으로 풀어냈고, 드라마를 통해 발표했다.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이었기 때문에 기업의 요구사항을 디자인에 반영해야 했고, 드라마로 발표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드라마의 콘셉트를 해치지 않아야 했다. 특히, 콜라보레이션한 기업에서 발표한 안마의자의 틀을 기본 골조로 삼아 왕좌를 제작해야 했는데 기계로 작동하는 안마 의자는 작동원리와 복잡한 구조, 큰 부피감 등 제약 사항이 많기 때문에 극명한 변화를 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민휘아트주얼리는 이번 협업에서 의자를 완전히 새로운 맥락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남다른 시각의 감성으로 접근했다. 기본 형태 골격은 지키면서 몸체에 입히는 소재와 색상과 장식 등 전체적으로 변화를 꾀하면서 강력한 디자인을 내세웠다.

먼저, 의자의 몸체 전면을 감싸고 있는 풍부한 황금빛의 패턴은 과하지 않은 적당한 입체감으로 고급스러운 아우라를 풍긴다. 하나하나 세밀하고 꼼꼼한 디테일은 정면만 공들인 것이 아니다. 정면과 측면, 후면 어디에서 보더라도 섬세하게 채워진 디테일은 하나의 조각처럼 섬세하게 세공되며 조형성과 심미성을 모두 충족시켰다.

쿠션은 우리의 오랜 전통인 누비 공예로 완성했다. 두 겹의 천 사이에 솜을 넣고 줄이 죽죽 지게 박는 바느질을 하는 누비 공예는 따뜻하면서도 때가 덜 타기 때문에 촬영이 많은 드라마 작업에 적합했다. 섬세한 배려로 탄생한 아이디어 하나하나가 모여 디자인이 되었고, ‘고려왕의 자존심’이 완성됐다.

머리 부분의 쿠션에 용 모양의 수를 놓은 것은 디자이너의 재치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왕을 상징하는 용의 디자인이지만 기업 고유의 로고를 연상시키는 곡선의 각도가 미묘하게 살아 있다. 협업한 기업은 ‘K팝스타’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이 앉는 의자의 머리 부분에 로고를 새겨 넣었고, ‘믹스나인’ 양현석, 씨엘, 위너 송민호가 앉는 의자의 머리 부분에 로고를 새겨 넣은 바 있다. 이런 기업의 PPL 방식을 참고해 임시완이 앉는 왕좌의 머리 부분에 용 문양을 새겨 넣은 것이 재밌다.

간략하게 디자인에 대해 해석을 덧붙이기는 했지만 사실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해석이 아니다. 한 눈에 읽히는 뉘앙스가 중요하다. 일단 왕좌의 디자인 자체가 구구절절한 해석을 덧붙일 필요 없이 명확하다. 딱 왕이 앉았을 법하게 고급스럽고, 한 눈에 왕의 권위가 느껴지는 클래식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이외에도 벽에 걸린 그림, 약장, 탁자, 보석함 등의 소품들이 모두 민휘아트주얼리의 손을 거치며 공간을 아름답게 물들였다. 임시완의 방에 걸린 그림들은 보석의 영롱한 빛이 살아 있는 진주패로 제작되어 고려 왕실에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역할을 했다. 또한, 탁자와 소품함 등의 가구들은 방충과 방수, 방습 등의 기능을 갖춘 전통 방식의 천연 옻칠이 정밀하게 입혀져 절대 권력으로 빛나는 고려 왕실을 완성했다.

민휘아트주얼리에서 발표한 작품들은 어떤 디자인을 보더라도, 아주 작은 디테일 하나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은 것이 없다. ‘이건 어떤 의미로 디자인했냐’는 질문마다 눈을 반짝이며 하나하나 설명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디자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본인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전개하는 디자인은 그렇지 않은 디자인과 시작점부터가 다를 수밖에 없다.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이 많아진 요즘 아직도 이런 브랜드가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앞으로도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민휘아트주얼리만의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가길 기대한다. 계속해서 동경하는 마음으로 응원할 예정이다.

방정현 기자  bang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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