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군 금정면의 한 농가에서 대봉감을 산지폐기 하는 모습 ⓒ 조현복

요즘 대봉감 주산지 전남에서는 대봉감 산지폐기가 진행중입니다.

먹어도 좋을 상태 좋은 감을 포크레인이 짓이겨 땅에 묻는 풍경에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움을 표했는데요.

한편으론 분노에 휩싸인 의견도 많았습니다.

"농협이 잘못했다"

"대봉감을 소외계층에게 나눠줄 수도 있는데 왜 전부 버리는거지?"

농가에서 산지폐기할 감을 밭에 쏟아낸 모습 ⓒ 조현복

여기서 '산지폐기'는 전체 물량 중 과잉물량을 대상으로 '수매'해 폐기하는 것입니다.

보다 자세한 이해를 위해 농협중앙회 전남지역본부 유통사업단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대봉이 평소에 80% 정도 수확되었는데, 올해는 100% 정도 수확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산지폐기는 잉여 농산물 20% 중, 10~15% 라도 사들여 폐기해 농산물 가격의 폭락을 막는 것입니다."

농산물을 마구잡이로 버리는 충격적인 광경 뒤에는 농민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도 담겨있는 것이죠. 

전남 영암군 금정면에서 대봉 농사를 짓는 한 농부는 산지폐기하는 주변 농가의 사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대봉감을 시장에 내놓았을 때 포장재와 인건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농민에게 남는 건 없어요. 오히려 적자죠. 그런데 산지폐기를 하면 그나마 헐값이나마 건질 수 있어 산지폐기를 결정하는 농민이 많은 실정이죠." 

농협 전남지역본부에서는 "산지폐기 신청자가 많은데 전부 받아들여지지 않은 건 사실과 다르다"며 "지금도 꾸준히 소수의 농가에서 산지폐기 신청이 들어오고 있어 다음주 초까지 산지폐기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전합니다.

대봉을 감말랭이로 가공한 모습 ⓒ 조현복

지금 시장에서 격리된 대봉감은 총 2,300여톤입니다. 산지폐기된 810톤을 제외하면 1,400톤은 감말랭이로 가공되며, 90톤은 푸드뱅크를 통해 소외계층에게 기부될 예정입니다. 

전남 구례군의 또 다른 농가에서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이렇게 지적합니다.

"대봉 소비는 계속 줄어드는데 대봉 농가는 정말 많아요. 정책적으로 수출만 지원하고 있는데, 사실상 큰 도움은 되지 않죠. 감 말랭이나 곶감이 아닌 다른 가공품도 개발하고, 신품종이 나와 대봉에게만 집중된 품종이 분산되는 것이 필요해요."

이는 비단 '대봉' 한 품종에 대해서만 유효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소수의 품종으로 대표되는 농산물과 가공품. 동일한 품종의 홍수 속에서 농민들은 직거래나 가공 등 다른 판로를 찾아 헤매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요즘 여러 분야에서 '다양성'이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농업에도 어쩌면 다양성이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겠네요. 

이아롬 기자  arom@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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