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 사과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사과값이 금값이라는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정부와 민간 양쪽 모두에서 현재의 사과가격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이 묻어나는 대책을 쏟아낸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농산물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안정될 때까지 납품 단가 (보조)와 할인 지원을 전폭 시행하겠다. 상당 기간 높은 가격이 예상되는 사과와 배는 더 파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농식품부는 역시나 연일 쏟아지는 언론 보도에 대응하느라 분주한 모습. “이러이러한 기사 내용은 사실은 이렇습니다” 라는 등의 해명 자료를 쏟아내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 보도내용 “정부가 남아있는 사과 물량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 농식품부 해명 :농식품부는 다양한 경로로 민간 저장 물량, 유통 동향 등을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여 수급 대책을 추진 중. 최근 사과 도매가격(올해 3월 평균)은 7만 2,311원(10㎏)으로 전년대비 110.6%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정부 할인 지원 등 대책 추진으로 소비자가는 2만 9,533원(10개)로, 전년 대비 29.3% 수준으로 관리 중에 있음.

▲ 보도내용 “정부가 사실상 과일시장 개방을 검토” = 농식품부 해명 : 기사에서 ‘과일시장 개방 검토’ 근거로 인용한 연구는 과일시장 개방 검토를 위한 보고서가 아니며, 과수산업을 진단·분석하기 위해 실시한 것. 농식품부는 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용역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음.

▲ 보도내용  “농가가 지난해 정부와 계약해 재배한 물량 4만 9천톤은 이미 바닥이 났다.” = 농식품부 해명 : 정부 계약재배 물량은 통상적으로 수요가 높은 명절에 성수품 수급 안정을 위해 공급해 왔음. 정부는 과일 수급안정을 위해 계약재배 사업을 운영 중에 있음. 정부는 국민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

그런데 사과는 북한에서도 잘 자란다. 사과가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과일이기 때문인데, 북한 사과 주산지는 함경남도 북청군으로 알려진다. 북한에서는 데리샤스, 국광, 홍옥 등의 사과가 주로 유통된다. 북한식 용어로 바꿔보면 데리샤스는 허천 사과, 국광은 북청 사과, 홍옥은 황주 사과.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사과를 어떻게 식탁에서 만날 수 있을까? 우리처럼 사서 먹을까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사과를 손에 넣을까? 물론 사서도 먹고 배급도 받겠지만, 북한 사정이 좀 더 궁금하지 않은가? 이에 대한 답을 엿볼 수 있는 게 바로 북한 내 언론기사들. 예를 들면 2년 전 쯤의 이런 기사들이다. “지난 8월 25일부터 평양시 각 동에 있는 과일남새(채소)상점을 통해 전체 주민세대에 대동강과수종합농장에서 수확한 첫물 사과를 공급했습니다.”

이런저런 정보들과 관련 자료를 종합해 분석해보면, 북한 그것도 평양시민들은 한 사람당 4~5개 정도의 사과를 배급받았다. 평양시민들에게는 매년 관례처럼 사과, 배, 복숭아 등의 과일이 배급된다. 그런데 평양을 제외한 지방 거주민들에게는 과일이 공급된 적이 없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2년 전인 2022년 여름,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한 적도 있다. “북한이 평양 시민들에게만 첫물(햇) 과일들을 배급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방 주민들의 당국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 언론은 또 평양 주민들에게 첫물 복숭아에 이어 첫물 사과까지 공급하고 있다는 소식에 많은 지방 사람들이 ‘우리는 공화국 공민이 아니냐’며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역시 과일 부족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단지 가격이 아닌 배급 불균형에 따른 것이라는 차이만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 변화, 즉 식생활 변화도 사과 소비행태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95년 15.8㎏에 달했던 1인당 연간 사과 소비량은 2020년대 들어 10㎏ 안팎으로 떨어졌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뜻. 지난 1990년대까지 국산 과일 소비량 1위였던 사과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감귤에 1위 자리를 내줬다는 것도 우리 국민들의 입맛변화를 대변한다 하겠다. 참고로 지난 2023년 사과, 감귤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각각 7.6㎏와 11.8㎏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1인당 연간 수입 과일 소비량은 12.3㎏나 되는 것으로 밝혀져 대한민국이 수입과일 전성시대에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에 의해 사과 재배지도 북상하고 있다. 사과 주산지가 대구 경북에서 북쪽으로 이동해서 강원도 인제 양구의 특산품 주산품이 된 것은 이제 더 이상 뉴스도 아닐 정도. 지난 30년간 사과 재배면적이 대구경북은 44% 감소했고 강원도는 247%나 증가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남북이 통일된다면 그 때는 북한산 사과가 남한을 비롯한 한반도 전역에 공급되는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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