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재배 농가를 방문해 재배현황을 둘러보고 있는 농식품부 박수진 식량정책실장 [사진=농식품부]

[한국영농신문 김찬래 기자] 

빅맥 지수(Big Mac Index)라는 게 있다. 세계 각국의 구매력 평가 비교 지표인데, 지난 1980년 대 영국 이코노미스트라는 잡지에서 처음 사용했다. 지금은 너도 나도 인용하며 꽤 유명해진 가격비교 지수(Index)로 맥도날드의 대표 햄버거 빅맥 가격을 나라별로 달러 환산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 빅맥지수를 폄하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햄버거라는 식품 하나로 전 세계 물가를 대략 비교해보는 것도 요즘 같은 ‘금(gold)값 사과(apple)시대’에는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지난 1월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빅맥지수는 약 4.11달러(약 5,490원). 아시아에서 6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여름(7월 기준) 4.08달러(약 5,450원)에 비해 0.74% 상승한 것이라고. 참고로 미국 빅맥지수는 약 5.69달러(약 7,600원). 미국보다 지수가 낮으면 그 나라 화폐가 달러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다는 뜻.

같은 기간의 대략적인 아시아국가 빅맥지수는 사우디아라비아 5.07달러(약 6,770원), 싱가포르 4.96달러(약 6,620원), 아랍에미리트(UAE) 4.90달러(약 6,540원), 쿠웨이트 4.55달러(약 6,070원) 등인데, 유럽국가인 스위스 빅맥지수는 8.17달러(약 1만 910원)로 나타났다. 노르웨이도 약 7.14달러(약 9,530원)여서 빅맥 가격이 1만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금값이라서 사먹을 엄두가 안 난다는 사과는 어떨까? 빅맥지수를 비교해본 김에 전 세계 사과가격을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해 넘비오(NUMBEO) 라는 세계 가격(물가ㆍ생활비) 비교 사이트를 활용했다. 전 세계 각국의 사과 1킬로그램 가격을 입력하고 검색값을 순위 매겨본 결과, 아닌 게 아니라 우리나라 사과 가격이 월등하게 높다.

1위에서 10위까지 순위와 1킬로그램당 사과 가격(소매가격)은 이렇다. 1위가 대한민국으로 사과 1킬로그램이 9,209.74원, 2위가 스리랑카 8,371.79원, 3위가 자메이카 6,976.13원, 미국이 4위로 6,961.87원, 5위 베네수엘라 6,181.15원, 6위 일본 6,060.16원, 7위 코스타리카 6,045.42원, 8위 싱가포르 5,628.07원, 9위 대만 5,618.59원, 10위 캐나다 5,571.92원. 그밖에 이탈리아가 43위 2,899원, 중국은 60위로 사과 1킬로그램이 2,400원 정도로 나타나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우리나라 사과가격이 통계적 착시로 인해 더욱 높아 보인다는 자료를 내고 "사과값이 금값, 물가 때문에 못살겠네"라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적극 해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 올랐다고 발표하면서 “농식품 물가는 시기에 따라 일시적으로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특징이 있다. 명절이 있던 올 2월과 명절이 지나고 난 후였던 지난해 2월을 비교하면 당연히 착시효과가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한 것.

어쨌거나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7일 발표한 2월 사과 가격 상승률은 전년 대비 27.3%. 이런 분위기 속에 농식품부는 물가안정 대책으로 납품단가 지원에 204억원, 13개 과일에 KG당 1,800원에서 1,000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마트의 수입 과일 직수입을 확대하고, 수입 과일 3종(만다린·두리안·파인애플주스)에 대해 추가 관세 인하도 적용하기로 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사과와 배의 생산량 감소로 빚어진 가격 상승이 다른 품목에 까지 확대되면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다. 더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생산부터 유통까지 철저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쯤에서 앞서 언급했던 전 세계 사과가격 비교표를 활용해 1킬로그램에 3천원이 안 되는 이탈리아, 중국 같은 나라에서 사과 좀 수입하면 안 되겠냐는 의문이 생길 법 하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과일 수입은 경제적 요인이 아닌 검역협상(수입위험분석)에 따라 절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농식품부가 현재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의 국가와 사과 수입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가격이 너무 오르면 소비자들은 구매를 꺼린다. 수요가 감소된다. 농가도 좋을 게 없다. 정부는 난색을 표하지만 사과도 수입하자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만약 수입된다면 국내 과수 농가는 직격탄이다. 아니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무더기로 나오는 과수산업 붕괴에 이를 수 있다. 이래 저래 과수 농가의 시름이 깊어만 간다.  

김찬래 기자  kcl@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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