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산재해 있는 빈집들 [사진=농식품부]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기간이 길든 짧든 농촌으로 도시 인구를 유인(유입)하려는 시도는 상상 외로 다양하다. 공공기관이든 민간단체 주도든 그 다양성은 칭찬할만한데, 문제는 실효가 있느냐 여부. 결론적으로 말해 효과가 크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민간이 주도하는 대학생 농촌 거주 아르바이트 ‘보라바이토’나 도시민의 농촌거주체험 ‘우프(WWOOF)는 차지하더라도, 최근 공공 주도의 가장 주목받는 도시민 유입 정책은 아마도 ’농막‘일 것이다. 때문에 농막을 둘러싼 대중들의 인기와 농업정책의 엇박자가 지난해 화제가 됐다.

농막의 보편화ㆍ대중화는 놀랍다. 도시 사람들은 논두렁 밭두렁 옆 임시 쉼터 ‘농막’을 편의점 특판 명절상품으로 2천만원 안팎에 살 수도 있다. 또한 국내 굴지의 가전업체에서는 필수 가전제품을 촘촘히 ‘빌트 인’ 해놓은 농막, 1인 주택을 시판 중이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농지 불법전용, 농막을 둘러싼 땅 관련 사기범죄도 나타나는 실정이다.

이에 농정당국은 늘 하던 것처럼 농막규제 방안을 발표하고 나섰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대통령이 곧장 이를 저지하며 “재고해 볼 것”이라는 멘트를 날렸다는 점. 그러다보니 잘 알다시피 농막 관련 정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 농막을 둘러싼 방향성이 어떤 쪽인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농정당국이 뭘 어찌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2024년 농식품부 업무추진계획에 아예 ‘세컨 하우스’ 활성화 정책으로 농막이 스며들어 정책으로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그 이전에 농촌 빈집 6만여 호를 활용하는 방안도 발표되긴 했다. 그런데 도시.농촌 공간전문가인 신임 농식품부 장관이 취임하고나서 보다 본격적으로 농촌의 재구조화를 앞세운 농촌으로의 외부 인구ㆍ자본 유입책이 나오게 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농식품부가 본격화하겠다고 발표한 업무추진계획 안에는 빈집 활용 민박 활성화, 숙박업 실증특례 연장, 소멸고위험지역 세컨하우스 세제 특례 등 ‘농촌 공간’의 활용방안이 도드라져 보인다.

이 중 농정당국이 그동안 잘 언급한 바 없는 세컨하우스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세컨하우스는 말 그대로 자가(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두 번째 집을 소유하는 행위인데, 농식품부가 세컨하우스를 밀어붙이게 된 데에는 도시민들의 시골 주택 소유를 1가구 2주택 해당사항에서 제외함이 토대가 됐다. 왜 그렇게 무리를 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도 나올 수 있겠지만, 이는 분명 도시민을 농어촌지역으로 분산하기 위한 정책이다.

세컨하우스와 농막은 영어단어와 한글단어라는 어감 차이만 있는 게 아니라 면적에서 우선 차이가 드러난다. 쉽게 말해 세컨하우스는 농막보다는 면적이 더 커서 약 10평 이상에서 20평 이내의 소규모 주택을 가리킨다. 농식품부가 이러한 세컨하우스 활성화 제도를 통해 한시적으로라도 도시 생활인구를 농어촌생활인구로 유입해보자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여기서 ‘생활인구’라는 개념이 나타나는데, 이는 상시 거주하는 인구를 뜻하는 ‘정주인구’와는 달리 통근, 통학, 관광 등의 목적으로 해당 지역에 살면서 지역 활력을 높이는 인구를 말한다. 생활인구에는 출·입국 관리법에 따라 등록된 외국인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인구 개념이다. 농식품부는 세컨하우스에 대한 세제혜택을 부여해서라도 농촌 생활인구를 늘려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은 다행이다.

정치권에서도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직장인 대상 공약들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주4.5일제 도입, 미래형 캠핑장 설치, 5도(都)2촌(村) 세컨하우스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도시 직장인들을 위한 이런 공약들이 농촌 생활인구 증대와 직ㆍ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제 말의 성찬이 아니라, 하나라도 제대로 된 실천이 중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나오는 각종 정책의 세부조항들의 구체성과 현실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여태 실패의 연속이던 '농촌 살리기'의 성공 열쇠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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