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소재 우수 한식당으로 선정된 '꽃'의 음식상 [사진=농식품부]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우리나라에는 흔히 말하는 중국집, 즉 중식당이 몇 개나 될까? 정답은 약 2만 5천개가 훌쩍 넘는다는 것. 이 숫자가 와 닿지 않는다면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가맹점 조사 결과’를 참고하면 될 듯하다. 동네 골목마다 자리잡은 편의점(CVS)이 약 5만 3,800개, 커피를 파는 커피가맹점이 약 2만 9,500개, 치킨집이 약 2만 9,300개라는 통계로만 봐도, 국내 중국집(중식당) 숫자는 편의점, 커피가맹점, 치킨집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표적 업종이다.

갑자기 국내 중식당 숫자를 들먹인 건 다름 아니라 한식 세계화를 다루기 위함인데, 중국이야말로 자국 음식의 세계화에 성공한 표본이 아닐까 싶어서다. 중국 외에도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태국, 멕시코 등을 흔히들 음식세계화의 롤모델로 꼽는데, 물론 나라마다 그 특징과 유래는 다를 것이다. 특히 서양인들이 가장 가고 싶은 아시아 국가 중 1~2위를 늘 차지하는 태국이 자국 음식으로 세계화를 이뤄낸 건 어쩌면 당연할 일이다. 멕시코 음식은 미국 내 인구비율로 볼 때 2위(6,600만 명, 미국 인구의 20%)를 달리는 남아메리카 사람들 입맛 덕분이고, 일본 역시 J-푸드로 불리는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음식문화로 세계인이 즐기는 음식이 되었다.

도쿄 소재 한식당 '윤가' [사진=농식품부]

◇ 세계엔 약 1만개 한식당...중국,일본,이태리 등 푸드선진국 루트 따라 순항중

K-푸드, 즉 한식 역시 세계인들의 입맛을 강력하게 사로잡는 중인데, 최근 뉴스들은 한식의 인기가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최근 김하성 선수와 같은 팀 투수인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다르빗슈 유 선수가 ‘한국에 갔을 때 뭐가 가장 기대되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다고 들었다. 기대가 크다”라고 대답해 화제가 됐다. 미국에 있는 한식당에 헐리웃 유명 스타들, 드류 베리모어, 나탈리 포트만 등이 단골 중의 단골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특히 드류베리모어는 한식의 완벽함에 늘 감탄한다는 멘트와 함께 꽃게탕, 소주, 한국 라면 등을 즐겨먹는다고 밝혀 한식 마니아임을 스스로 증명하기도 했다.

K-푸드의 명성은 전세계 맛집 안내서 중 으뜸인 ‘미쉐린 가이드’에 국내외 한식당이 계속해서 이름을 올리고 있는 현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물론 해외 한식당이 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덕분이기도 하지만, 맛과 분위기, 품격까지 고루 평가하는 미쉐린 가이드가 손꼽는 한식당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음식, 즉 K-푸드가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전세계 68개국 111개 도시에는 총 9,923개의 한식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한식당이 가장 많은 나라는 단연 중국. 다 합쳐서 4,950개 한식당이 있어서 전 세계 한식당 숫자의 절반이 중국에 있는 셈이다. 일본에는 1,362개의 한식당이, 미국에는 약 758개 한식당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슬기로운 한식생활’ 왕홍의 한국 농식품 설명모습 [사진=aT]

◇ 농식품부, 한식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 마련해 강력 추진

이런 분위기에 더욱 활력을 가하기 위해 농식품부는 ‘한식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그간 민관의 노력으로 일궈낸 한식 확산 성과를 바탕으로 산업가치와 매력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전세계 한식 산업규모를 2021년 152조원에서 2027년 300조원 규모로 키운다는게 핵심이다.

해외 한식당은 1만 5천개로 늘리고 미쉐린급 스타(우수) 한식당 100개소를 육성하여 품격있는 한식문화를 알린다. 또한 세계 미식시장에서 한식 브랜드 이미지 확립(Adventurous Table), 10대 한식 글로벌 용어 선점, 15개 K-미식벨트를 2027년까지 조성한다. 농식품부는 작년 5월 '한식 산업 발전 협의체'를 구성하고, 각 분야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 수요에 기반한 3대 분야 10대 과제를 마련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한식 산업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인력 전문성을 제고하는 한편, 한류 열풍을 활용한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내실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기존 조리학과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던 교육 프로그램을 현직 종사자까지 확대하여 현재 한식 전문인력 양성기관 5곳, 250여명에 대한 지원을 2027년까지 8곳, 6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식품기업과 협업하여 청년 셰프들에게 미쉐린 스타 한식당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 등 산업간 연계 강화를 위해 힘쓴다. 한식 조리사 자격증 제도도 업계 활용성, 시장 트렌드 등을 고려한 실기 메뉴 개선을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한다.

아울러 해외 유명 요리학교 내 정규 한식 조리과정 개설을 올해 2곳을 시작으로 2027년 5곳까지 확대하는 등 해외에서도 한식 우수 인력을 양성한다. 한식 레시피 100선을 정밀화·디지털화하고 전통주 페어링, 대표메뉴 먹는 방법 등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콘텐츠 제공을 강화한다.

둘째, 한식의 가치 확산을 위하여 브랜드 키워드(Adventurous Table)를 도출, 한식의 다채로운 매력을 알린다. 한식 브랜드 로고는 상반기에 확정하여 공개될 예정이다. 그 외에도 한식 용어가 우리말 표기 그대로 전세계에 알려질 수 있도록 10대 한식 용어 선정·확산, 국내 최초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등 국제 미식행사 개최(3월 24일~26일), 세계 미식 거장 초청 한식 글로벌 컨퍼런스 정례 개최(매년 가을) 등 미식 시장에서 한식의 위상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국내외 한식당 경쟁력을 높이고, 농업‧관광‧문화예술 연계 등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확장한다. 해외에서는 전세계 상위 1% 한식당 100곳을 ‘해외 우수 한식당’으로 지정, 품격있는 한식의 기준을 정립‧확산하며, 국내에서는 음식의 품질은 물론 공간‧환경 구성, 위생, 인적요소 등을 평가하는 외식 서비스 등급제를 통해 품질을 높여나간다.

또한, ▲발효문화 ▲전통한식 ▲제철밥상 ▲유행한식을 테마로 한 K-미식벨트 조성으로 국내외 소비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미식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농업-관광 연계를 강화하고, 식기‧공예‧회화 연관산업 협업 전시 등을 통해 한식의 인기와 성과를 예술, 문화 산업까지 확산시키는 행보를 지속해 나간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한식산업이 K-컬쳐 열풍에 힘입어 글로벌 미식메가 트렌드를 주도하는 산업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도록 모든 정책적 역량을 기울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양식장 [사진=해양수산부]

◇ 1조원 수출 돌파한 ‘김’ 역시 K푸드의 선두주자... 스낵용 등 제품 다양화 절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짚고 갈 점이 있다. 바로 김 이야기다. 지난해 김 수출액이 무려 8억 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조 1천억원 정도. 해양수산부는 생산 기술 고도화를 통해 김 수출액을 2030년에는 약 10억 달러(1조 3,300억원) 규모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한국의 김 제품 규격안을 국제 표준으로 만드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재 국제식품규격위원회는 한국 김 규격안을 아시아 지역 규격으로만 지정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해 국제표준으로 만들겠다는 것. 그렇게 되면 비관세장벽을 완화하고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해양수산부의 설명이다.

김을 우리나라 K-푸드 수출의 첨병으로 내세워도 될 역사적인 사실도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흥미진진한 점은 김을 먹기 시작한 나라가 한중일 3국 중에 한국이 최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때부터 김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고려 충렬왕 때 일연 스님이 편찬한 삼국유사에 “신라시대부터 ‘김(海苔)’을 먹었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그간 김이 수출품목에서 최상위를 점하면서 우리나라 김 수출 산업에서 간과하면 안 될 문제점이 하나 둘씩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바로 단조로운 상품구성. 김 수출상품의 유형이 조미김, 마른김 2가지로 한정돼 있는 게 확장성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 특히 조미김 상품의 수출이 전체 김 수출의 70%를 웃돌고 있어서 그렇다는 분석이다. 지난 2021년 조미김 수출액은 약 4억 5천만 달러를 기록함으로써 20년 만에 약 40배에 가까운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이에 비해 마른김은 2021년 약 1억 7천만 달러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을 스낵 형태로 간식으로 즐기는 북미나 유럽 기호의 제품도 다양하게 만들어져야 수출에 더욱 용이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김스낵, 김자반, 김탕, 김 첨가 식품 등등으로 신제품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K푸드의 인기가 분명 단발적이고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점에 모두들 동의하고 있다. 세계화를 위해서는 현지화, 고급화, 차별화라는 항목에 걸맞는 제품개발과 마케팅이 필수적이라는 충고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 파리, 로마 등 주요 도시에 고급 한식당을 더 많이 만들어나감과 동시에 김치, 약과, 떡갈비, 비빔밥 등 이미 알려진 한국 음식을 유명 백화점이나 대형 몰에서 판매하는 전략 등이 필요하다는 것.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K푸드 세계화라는 큰 물결을 잘 활용하는 방안이 무엇일지 농식품부와 민간기업들이 더욱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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