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나 장마 피해, 병충해 피해, 가축 전염병을 제외하고 우리 국민들이 접하는 농업 농촌 뉴스는 거의 없다. [사진=픽사베이]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MZ세대에게 쌀로 만든 약과가 인기라더라, 딸기 농사지으면 귀농할 맛 난다더라.” 우리 농업계에서는 이렇듯 드물게나마 히트 상품이 탄생하거나 고소득 작목이라고 입소문이 나면 그게 곧장 언론에 보도되곤 한다. 사실 홍수나 장마 피해, 병충해 피해, 가축 전염병을 제외하고 우리 국민들이 접하는 농업 농촌 뉴스는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누군가는 “농업 농촌 문제의 전 국민적 의제화가 우리 농업계에 가장 절실하다”라고 부르짖었던 것이다.

그나마 윤석열 정권에서 쌀가루 산업화라는 걸 밀어붙이면서 쌀가루에 대해 조금씩 사람들이 알아가곤 있지만, 그게 구체적으로 뭔지 아는 이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쌀가공산업 시장을 2028년까지 17조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한다. 요즘 미국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냉동김밥, 동남아에서는 프리미엄 고급 식품으로 고가에 판매되는 떡볶이를 비롯해 냉동떡, 쌀 음료 등의 구체적인 식품들을 내수ㆍ수출 양날개에 실어 날아오른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가루쌀이든 그냥 쌀이든 큰 차이는 없지만, 어쨌거나 농식품부는 국내외에서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는 추세인 쌀로 만든 식품에 대해 ‘제3차(2024~2028) 쌀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기본계획’도 내놓았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10대 유망품목으로 ▲간편 가공밥·죽, ▲도시락·김밥, ▲떡볶이, ▲냉동떡, ▲쌀 증류주, ▲쌀 음료, ▲쌀국수, ▲혼합면, ▲쌀빵, ▲쌀과자 등을 앞세웠다. 이렇게 해서 2027년까지 수입하는 밀가루의 약 10%를 가루쌀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쌀가공산업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든 가루쌀 산업화를 위한 정부와 식품업계의 심도 있는 협력이든 그게 농촌에서 살아가는 농민들, 정확히는 농가당 평균 농업소득을 올려놓지는 못하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짜장면 값이 대 여섯 배 오르는 사이에도 농업으로만 1년에 벌어들이는 소득, 즉 농업소득은 1995년 1047만원에서 2022년 949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사실 농업소득이 1천만원 대 안팎을 30년째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물가인상 등을 감안한 실질소득이라는 면에서 볼땐 엄청나게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1500원이던 짜장면 한 그릇이 7천원이 됐는데도, 농업소득은 1천만원 언저리를 30년째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게 바로 우리 농업, 농촌의 현실이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이 전북 김제시 공덕농협 생산단지에서 가루쌀과 일반벼의 생육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경제 전문가들은 농업소득이 이런 정체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농촌현장의 각 농가의 경영 위험이 확대됐다는 뜻이라는 거다. 쉽게 말해 농촌에서 농사만 지어서 살아가기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의미. 사정이 이렇다보니 귀농귀촌도 꺼려지게 되고, 점차 농업경쟁력이 저하되면서 결국엔 식량안보에 위협을 받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그들이 흔히 쓰는 용어인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을 앞에 보태서 ‘지속가능한 영농을 위한 농업경영 안전망의 필요성’을 점점 힘있게 주장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쌀가공산업이나 쌀가루산업화 등 온통 쌀에만 집중된 농정 방향성에 대해 차분하고 솔직하게 점검, 숙고해보자는 뜻이 담겨있으리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그래서일까? 신임 농식품부 장관을 배출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올해 추진해야 할 농정 과제를 중심으로한 10대 농정 이슈’를 선정해 발표했는데, 첫 번째가 바로 ▲농업경영 안정장치 확충이라는 항목이다.

그 밖에도 9가지 이슈로 ▲농업 구조변화에 따른 고용노동력 공급체계 혁신 ▲중장기 수요에 대응한 식량 및 축산정책 패러다임 전환 ▲빅데이터 기반 안정적 농산물 수급 관리 ▲농식품 유통 디지털 온라인화와 스마트화 촉진 ▲농촌 재생 추진 ▲농식품 기후변화 적응 강화 ▲신성장동력 활용한 농업 부가가치 증대 ▲K-푸드 플러스 수출 확대 ▲국제농업협력사업 확대와 지속가능성 확보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농업경영에 있어서의 안정장치를 시급히 확보해야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할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이 보고서를 작성한 책임자인 유찬희 연구위원은 “농업경영이 안정돼야 영농 활동이 유지될 수 있고, 더불어 ▲식량안보 ▲국토 공간 관리 ▲농촌 사회 활성화와 같은 공익 기능이 창출될 수 있다. 따라서 농업경영 안정을 위해서는 농업수입(소득) 변동성 완화, 농업소득 지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도 별도로 언급되어있는 ‘지역소멸 대응방안’과 ‘농업경영 안정장치 확충’이라는 개념을 연계시켜 생각해보면, 현재 우리 농촌에 대한 국민적 시각이 혹시 ‘농사만 짓다간 위험해질 수 있다. 지역을 떠나야 한다’라는 데 고착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쌀가루로 만든 히트상품 한 두 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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