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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와 인공지능과 로봇... 우리 농촌에 던진 희망의 단서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계들... 메가트렌드 속도 읽고 농촌 변화 가속해야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시이에스(CES) 2024가 지난 1월 12일 막을 내렸다.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13만명이 4일간 열린 이번 행사를 참관했다. 인공지능(AI), ​모빌리티(Mobility), 헬스·웰니스테크, 푸드테크, 지속가능성과 인간안보 등 5가지 주제로 20만㎡의 전시공간에서 4,300여 기업이 각자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번 CES 2024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인공지능과 로봇이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뇌를, 로봇은 손과 발을 대신한다. 사람의 한계를 넘으며 약점을 메워주는 기술들이다. 최첨단 기술의 경연장이었던 CES 2024,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일손 부족과 인간 소외에 시달리는 우리 농업과 농촌에 어떤 통찰을 던져준 것일까. 현장에서 만난 주요 기업과 그들이 보여준 비전을 정리해 봤다.

존디어의 인공지능 기능이 장착된 작업기 [사진=이병로 기자]

◇ 인공지능을 달고 똑똑해지는 농기계들... 일손도 덜고 수고도 줄이고

국내에도 자율주행 트랙터가 출시되어 농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술 트렌드를 선도하는 선두 기업들은 ‘주행’을 넘어 ‘작업‘의 무인화를 지향하고 있다. 아울러 트랙터를 농작업을 돕는 기계가 아니라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종의 스캐너로 보고 있다. 작업 중에 수집한 각종 데이터를 플랫폼으로 모으고 이를 분석, 가공해서 최적의 영농정보를 농민에게 피드백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이 기업들은 사람은 기계가 작업하는 것을 감시, 통제하고 대부분의 일은 기계가 알아서 해주는 무인 농업 시대를 꿈꾸고 있다.

존디어(John Deer)는 지난해에 이어 자율주행 트랙터와 인공지능 기능을 갖춘 작업기를 선보였다. 특히 ‘See & Spray(보고 뿌리기)’ 기술을 활용한 제조제 살포 작업기가 눈에 띄었다. 이 작업기는 부착된 카메라와 센서가 잡초를 인식해 목표로 삼아 정교하게 제초제를 뿌린다. 여기에 잡초와 작물을 구분해 내는 AI 기술이 사용된다. 존디어 관계자는 “지난 일 년동안 이 기술을 이용한 미국 내 경작지가 1백만 에이커(약 40만 4,685ha)에 이르며, 8백만 갤런(약 3,028만 리터)의 제초 용액을 절약할 수 있었다”면서 “사용한 농민들이 만족감을 보이고 있으며 올해도 더 많이 판매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올해 CES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존디어 운영센터 지속가능성 도구(Operations Center Sustainability Tools)’도 주목을 받았다. 트랙터에 부착된 ‘엠모뎀(The M Modem)‘을 통해 농작업을 하는 위치와 환경, 농기계의 성능 등의 데이타를 존디어 운영센터에 보내면 취합된 정보를 가공하여 농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농민들은 작업 결과를 모니터링하면서 최적의 농작업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존디어는 단순히 농기계만 파는 것이 아니라 농업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하드웨어(기계)에 소프트웨어(농업정보)를 얹어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경쟁사의 추격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미국에 존디어가 있다면 일본에는 구보다(Kubota)가 있다. 올해 처음 CES에 참가해 ’뉴 애그리 컨셉트(New Agri Concept)‘로 명명된 최첨단 무인 자율주행 전기 트랙터를 선보였다. 이 트랙터는 AI와 센싱 기술을 적용해 데이터 수집과 모니터링을 수행하며 사람이 타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을 지향한다. 또한 전기로 구동되는 전동형 모델로 더 적은 연료를 사용하도록 했다. 적은 노동력과 유지비로 최적의 생산성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미국 시장에서 존디어를 추격 중인 구보다의 노력이 돋보였다. 다만, 존디어는 실제 판매 중인 제품을 전시했다면 구보다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컨셉트 모델만 선보였다는 면에서 격차가 느껴졌다. 현장에서 만난 구보다 관계자는 “구보다는 미국 중소형 트랙터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면서 “한국산 브랜드는 주로 잔디깎기 등 가드닝 쪽으로 판매된다. 카이오티(대동)이 눈에 띄이고 마힌드라가 OEM으로 판매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보다의 컨셉트 트랙터 '뉴 애그리 컨셉트' [사진=이병로 기자]

◇ 상상 그 이상을 가르키는 애그테크와 푸드테크

상상을 넘어서는 기발한 생각이 혁신의 원동력이다. 어떻게 하면 적은 돈으로, 더 빠르고,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것인가는 모든 기업의 고민이다. 스마트팜은 유리와 철골로 만들어야 해서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HMR(가정간편식)은 조리기구가 있어야 해먹을 수 있다. 이 같은 장애를 극복해낸 기업들이 있다.

국내 스마트팜 기업이 푸드·애그테크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스타트업인 미드바르(Midbar)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공기 주입식 스마트팜 ‘에어팜’은 세계 최초의 공기 주입식 스마트팜 모듈이다. 어린이 놀이시설 기구인 에어바운즈나, 공기를 주입해 설치하는 텐트를 생각하면 된다. 철제 구조물 없이 부피 축소가 자유로운 형태로 디자인할 수 있어 운송·설치가 용이하다. 대기 중의 수분을 물로 바꾸고 미스트 형태로 양액을 분사해 식물을 키우는 ‘에어로포닉스 기술’을 적용했다. 미드바르는 기존 토경재배 대비 농업용수를 99% 가량 절약할 수 있으며 외부 기후 영향도 적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중동 등에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거 화성에 가서도 쓸 수 있는 거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미드바르 관계자는 “사실 그것을 상상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기자가 “여기서 화성에 사람을 보내려는 스페이스 X의 일런 머스크 회장을 만날 수도 있겠다”며 농담을 던지자 “그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미드바르 관계자는 응수했다. 수년 전 우주 식량에 대한 기사가 생각났다. 화성과 달에 사람이 생존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나사(NASA)나 스페이스 X는 파트너 리스트에 이 회사를 올려놓아야 할 것이다.

요카이 익스프레스와 풀무원이 함께 선보인 '출출박스' [사진=이병로 기자]

푸트테크 존에서는 미국 스마트 자판기 스타트업인 ‘요카이 익스프레스(Yo-Kai Express)’가 선보인 즉석조리 자판기가 눈에 들어왔다. 이 제품은 냉동 상태의 요리 제품을 주문 즉시 조리하여 약 90초 만에 완성하는 스마트 기기다.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반조리 상태의 여러 메뉴를 다양하게 조리해서 판매할 수 있다. 반갑게도 우리나라 기업인 풀무원이 ‘출출박스 로봇셰프’라는 브랜드로 K-푸드를 선보였다. 현장을 찾은 소비자와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육개장국수, 떡국, 식물성불고기덮밥 등을 판매했다. 방식은 커피 자판기와 같다. 메뉴를 선택하고 결제하고 기다리면 음식이 완성되어 배출구로 나온다. 풀무원은 미국법인을 통해 지난 2022년 8월 ‘요카이 익스프레스’와 투자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한국 내 요카이 익스프레스 자동조리 기기 관련 사업의 독점권을 확보했다. 작년 말부터는 ‘출출박스 로봇셰프’ 기기의 KC인증을 완료하고 고속도로 휴게소와 초대형 야외 카페 공간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는 대학가를 중심 기기 보급에 나서고 있으며 10가지 정도의 메뉴를 구성하고 있다.”면서 “간편하고 빠르게 저렴하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어 반응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식은 조리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고 전문 셰프가 있어야 먹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식당에서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 라스베이거스 현지 식당 앞에서는 ‘시급 15달러부터 시작’이라는 구인 팻말을 심심치 않게 볼수 있다. LA 등 대도시의 경우 최저 시급이 30달러까지 올랐다는 현지인의 전언도 들었다. 스마트 자판기를 활용하면 인력난 해소에 대안이, K-푸드의 대중화·패스트푸드화도 가능할까. 그렇게 된다면 햄버거 등 전통적 패스트푸드와의 경쟁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 젊은이들은 햄버거와 콜라로 주로 끼니를 때우지만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저항도 적다. 그런 면에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출출박스‘를 보급하고 있는 풀무원과 요카이 익스프레스의 전략은 영리하다.

휴로틱스의 로봇슈트 'H-FLEX' [사진=이병로 기자]

◇ 사람을 지키고 즐겁게 하라... 농촌 고령화 시대의 대안, 로봇

65세 이상 노인이 절반이 넘는 우리 농촌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크게 2가지다. 일손 부족과 노인성 질환이다. 특히 후자는 이동의 제한, 활동 반경의 축소로 이어지며 고독감, 무기력감, 상실감 등 인간 소외 현상을 낳는다. 나이가 들면서 기력이 떨어지는 것도 일종의 장애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그대로 있어야 할까. 장애인이 휠체어와 목발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노인의 활동을 돕는 로봇이 있다면 해법이 될 수 있다.

휴로틱스는 보행 보조용 로봇슈트 ‘H-Flex’를 공개했다. 노약자의 보행과 재활치료를 돕는 몸에 입는(웨어러블, Wearable) 로봇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슈트를 상상하면 된다. 이 제품은 허리에 차는 제어부와 여기에 연결되어 다리에 착용하는 구동부로 구성되어 있다. 내장된 사용자 맞춤형 소프트웨어는 보행 인식 알고리즘과 다양한 사용자, 환경 변수에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을 통합하고 2분 이내에 보조력과 패턴을 개인화한다. 동시에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현재 상태를 추적하고, 선호하는 재활 모드를 선택하며, 활동 결과를 검토해 신체적 개선 효과를 평가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또한, 진입 보행 보조 모드로 활용할 경우, 사용자 보행 효율을 최대 20%까지 향상할 수 있다. 원활한 확장성과 사용자의 신체적 요구 사항에 적합한 길이 조절 등에서도 유연성을 높였다. 아울러 독자적인 이중 접이식 구동 모듈로 신체 접촉 부위의 마찰도 효과적으로 줄였다.

휴로틱스는 중앙대학교 보조·재활 로봇 연구실의 교원 창업기업이다. 기계공학과 이기욱 교수가 대표이사다. 이들은 연구실 논문 속 이론을 실제로 사람이 쓰는 제품으로 현실화했다. 현재 재활치료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앞으로 의료보조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장애인과 노약자의 보행을 도울 수 있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휴로틱스 관계자는 “중앙대학교 병원 등과 협업해 실제 재활환자들에게 제품을 공급하여 실용화 수준을 높이고 있다”면서 “올해 미국 시카고에 지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드로의 로봇 손가락 '마크 7D' [사진=이병로 기자]

이번 CES 2024에 가장 하이라이트를 받은 한국 기업 중 하나가 ‘만드로’다. 장애인보조기기 전문기업인 이 회사는 손 부분절단 장애인용 로봇 손가락 '마크 7D(Mark 7D)'를 선보이며 CES 2024 노인 및 접근성 부문 최고혁신상(Best of innovation award)을 받았다. 참고로 CES 혁신상은 매년 행사 개막에 앞서 출품작 중 가장 혁신성이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에 수여한다. 최고혁신상은 부문별로 가장 우수한 제품 1~2개에 수여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CEO 사티아 나델라도 CES 개막 첫날 만드로 부스를 방문했다. 마크7D 데모 시연을 본 나델라는 “재밌다”, “좋은 제품”이라고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만드로의 ‘마크 7D‘는 손가락 내에 반영구적인 모터와 감속기, 컨트롤러, 관절 구조를 모두 내장했다. 손을 부분적으로 다친 절단 장애인이 활용하기 편리하다. 손가락 길이나 악력, 구동 속도 등을 맞춤형으로 수정할 수 있어 다양한 절단 장애인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만드로의 설명에 따르면, 통상 손 전체가 손상된 경우에만 로봇 의수를 만들 수 있었다. 구동 모터 등 손가락 움직임을 제어할 부품 뭉치가 들어갈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크 7D는 구동부를 축소해 손가락 일부가 절단된 경우에도 로봇 손가락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아울러 가격도 기존 제품보다 1/20 수준으로 크게 낮췄다.

행사장 부스에서 직접 작동 시범을 보인 이상호 만드로 대표는 “현재 부분 절단 장애를 겪고 있는 분들을 타겟으로 제품 개발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가격을 더 낮춰 보급률을 높일 수 있는 쪽으로 계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당장은 손 절단 외 다른 장애나 노약자를 위한 제품 개발을 계획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소형화와 원가절감에 주력하고 있으므로 폭넓은 로봇 제품의 원천 기술이 이 회사에서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돌보고 교감할 수 있는 로봇도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AI 비서로봇 ‘볼리(Ballie)’는 구형 진공청소기 같은 원형 모양에 빔프로젝터와 바퀴를 장착했다. 세계 최초의 원·근접 투사 가능 듀얼렌즈를 탑재, 벽, 천장, 바닥 어디든 촬영할 수 있어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영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귀여운 모양을 한 이 기계는 사람의 음성을 듣고 반응한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간다. 필요한 영상을 틀어주기도 하고 집안의 가전기기를 켜고 끈다. 또한 스스로 학습을 통해 사용자의 상황에 맞게 판단하고 필요한 일을 해준다.

주요 기능을 보면, 먼저 ‘집사’ 기능을 한다. 공 모양의 볼리는 빠르게 자율 주행하며 집 안 곳곳을 인식하고, 가전기기를 연동해 스마트하게 관리한다. ‘돌봄이’ 기능도 한다. 어린이, 노인, 반려동물의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면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멀리 있는 가족에게 영상을 보내 소통을 돕기도 한다. ‘파트너’ 기능도 재미있다. 환경을 파악해 바닥, 천장 등 사용자가 원하는 공간 어디에든 필요한 영상 등 콘텐츠를 최적화된 크기로 비춰준다. 사용자를 따라다니며 음악을 틀어주고 업무를 도와주는 등 똑똑한 비서 역할도 수행해 낸다. 마치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로봇 알투디투(R2-D2)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굴러다니는 핸드폰, 컴퓨터, 스피커, 티비 기능에 여기에 말귀까지 알아듣는다. 좀 더 업그레이드 하면 혼자 사는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효자’ 노릇, ‘활동 보조사’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삼성의 가사돌봄 로봇 '볼리' [사진=이병로 기자]

◇ 세계 IT 산업을 주도하는 한국 기업들, 관심이 넘치는 한국 사람들

이번 CES 2024의 화제 거리 중 하나가 ‘한국의 전성시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올해 CES에 참가한 한국 기업은 760여 개에 이른다. 역대 최대 규모로 미국, 중국 다음 세 번째다. 여기에 산업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서울시, KOTRA가 참여하는 통합 한국관에도 지방자치단체, 관련 기관, 대학교 등 총 32개 기관과 443개 기업이 참가했다. CTA와 미국산업디자이너학회(IDSA)가 수여하는 ‘CES 혁신상(Innovation award)’을 받은 한국 기업은 총 143곳으로 역대 최다였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수상 기업이 310개였으니, 그 중 한국 기업이 절반을 차지한 셈이다.

CES 참석 기업과 참관객이 확실히 많아 보였다.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렸다. 일각에서 CES 행사를 한국이 먹여 살린다는 조롱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본능과도 같은 세계 시장을 향한 열망, 이것을 지원하려는 정부와 지자체 기관의 노력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내부 선발 과정을 거쳐 학교의 지원을 받아 머나 먼 미국 라스베이거스까지 날아온 대학생들은 또 어떤가. IT 시장의 트렌드를 살펴보려고 인생의 비전을 찾아보려는 이들의 열정은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하다.

CES 2024에서 본 AI와 로봇 기술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빠른 속도로 진화하며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을 태세다. 2009년 KT가 아이폰3를 국내에 도입하며 스마트폰 시대를 연 지 겨우 15년이 되었다. 그 사이 우리의 삶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했다. 이번에는 AI와 로봇 차례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기에 첨단 기술이 접목될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꿔 놓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 농식품과 후방산업들도 거대한 시대 전환의 흐름에 올라타야 할 것이다.

무인 트랙터로 밭을 갈고, 로봇 슈트를 입고 과일 상자를 나르고, 비서 로봇에게 목욕물을 데워 놓게 하는 농민의 삶이 꿈만 같은 일일까. 김대중 대통령은 마지막 일기장에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말을 남겼다. “기술은 진보하고 농촌은 아름답다” CES 2024가 초고령 시대를 맞아 해법을 고심하고 있는 대한민국 농업을 향해 속삭이고 있는 희망의 단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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