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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억 짜리 ‘농촌 왕진버스 사업’보다 중요한 것들읍-면 지역 절반 이상 의원-약국 없어... 기본적 의료보건서비스 불가능한 상태
노인과 청년층을 묶어서 병원방문에 걸리는 소요시간 평균을 내면 농촌경제연구원처럼 이동시간이 짧아지는 결과가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농식품부가 2024년부터 새롭게 도입하거나 바뀌는 정책으로 내세운 것 중에 의료관련 항목에서 눈에 띄는 게 있다. 의대정원 확대, 간호법 제정, 지역의사제 도입 등은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우선 농촌 왕진버스 도입,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대목이다. 그동안 농촌이 의료사각지대의 대표적인 공간으로 지적되어 왔음에도 별다른 대책이 없었던 점에 비하면 고무적이다.

이 중 ‘농촌 주민을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농촌 왕진버스) 도입’이 특히 눈에 띈다. 말 그대로 병원.의원 등 의료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에 ‘농촌 왕진버스’가 오고갈 모양이다. 농촌 주민의 질병 예방.관리를 위해 양한방 의료, 치과․안과 검진 등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왕진 버스를 운영한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 양·한방 의료, 치과·안과 검진 등을 제공하는데 2024년 예산으로 32억원을 책정했다. 이로써 농촌의 의료접근성은 높이고,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게 주요 목적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제도가 불쑥 튀어나오게 된 걸까? 사정은 이렇다.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송미령 신임농식품부 장관을 배출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2023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읍·면 지역 47.4%가 기본적인 보건의료 서비스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더구나 인구가 감소한 면 지역 약 60%는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단 한 곳도 없다고 나타났다. 인구가 감소하니까 병원도 약국도 학교도 사라지고 공중목욕탕도 갈 곳이 없어졌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인데도, 조사결과는 그저 놀랍기만 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3월 공개한 '인구 감소 농촌 지역의 기초생활서비스 확충 방안' 연구에서 드러난 내용은 ‘왜 농촌에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가’에 대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1,404개 읍·면 단위 중 인구 감소 지역인 691개 읍·면 거주자를 대상으로 기초생활서비스 이용과 수요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인구가 감소한 면 단위 지역 중 보건의료 시설이 단 한 곳도 없는 지역은 2020년 총 538곳으로 나타났다. 즉 면 단위에 의료시설이 단 한군데도 없으므로 차량을 이용해 읍 단위나 시 단위의 의료기관으로 이동해서 진료를 받아야만 하는 면이 우리나라에 500곳이 넘는다는 것.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1,404개 읍·면 단위 중 인구 감소 지역인 691개 읍·면 거주자를 대상으로 기초생활서비스 이용과 수요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인구가 감소한 면 단위 지역 중 보건의료 시설이 단 한 곳도 없는 지역은 2020년 총 538곳으로 나타났다. [사진=농식품부]

사정이 이렇다보니 농촌 거주 주민 48.8%는 보건의료 분야가 사회·복지나 교육, 여가 등 다른 기초생활 분야보다 특히 열악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령별로 60대 이상 고령층 58.8%가 기초생활서비스 가운데 보건의료 서비스 이용이 가장 어렵다고 답했고, 역대 정부들이 그토록 공들여 귀농귀촌을 유도해온 20~30대 젊은 층의 46.9%가 보건의료 서비스가 너무 열악해서 농촌거주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답하고 있었다.

그나마 농촌 지역 주민이 가장 자주 찾는 곳은 의원급 의료기관(73.9%)과 약국(86.6%)이었는데, 의원을 방문하는 데 평균 14.3분이 걸렸고 47.9%가 자동차를 이용했다. 도보는 33.7%, 버스 17.0%였다. 약국 방문에 14.6분이 소요됐고 마찬가지로 자동차 이용자가 47.9%로 가장 많았다. 또한 주민들은 달마다 의원을 1.5회 방문하고 약국을 1.9회 이용했다.

그런데 이 교통수단 이용 소요시간에 다소 오류가 있어 보인다. 지난 2021년 농촌진흥청이 조사한 자료와 시간차이가 상당히 존재하고 있는 것. 당시 농진청 자료를 보면, 의료기관까지 평균 이동시간이 편도 기준 25.8분이 소요됐다. 청년 가구는 주로 자가용(74.0%)으로 이동했으며 19.4분이 소요된 반면, 노인 1인 가구는 대중교통(59.5%) 이용 비중이 높고, 소요 시간도 33.3분으로 청년 가구보다 15분가량 더 걸렸다.

이 같은 차이는 노인과 청년층의 의료기관 방문에 걸리는 시간을 묶어서 평균을 내느냐 따로따로 소요시간을 계산하느냐의 차이다. 노인과 청년층을 묶어서 병원방문에 걸리는 소요시간 평균을 내면 농촌경제연구원처럼 이동시간이 짧아지는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농촌에 홀로 사는 노인들은 농촌경제연구원이 계산한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들여 병원,의원,약국을 찾아가는 게 현실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농어촌 1인 노인가구의 실태를 통계로나마 보다 더 정밀하게 제시하는 노력과 정성이 필요해 보인다. 이렇듯 뭉뚱그려서 자료를 제시하면 농촌현장의 의료공백 심각성이 그리 심하지 않은 걸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농촌의 1인 노인가구 대상으로 방문물리치료마저 금지되어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농촌경제연구원의 2023년 초 자료에 나타난 의료기관별 서비스 이용만족도를 살펴보자. 서비스 이용 만족도도 보건소·보건지소가 5점 만점에 3.85점으로 가장 높았다. 다만 60대 이상 만족도가 3.99점인데 비해 20~30대는 3.0점으로 평균(3.62점)을 밑돌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젊은 층의 농촌 보건소 만족도가 심하게 떨어져 있다는 점이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보건소·보건지소 다음으로 서비스 이용 만족도가 높은 곳은 3.74점을 기록한 약국이었고, 그 뒤를 이어 한의원(3.71점) , 치과의원(3.70점)이 뒤를 이었다. 의원은 3.64점, 병원은 3.48점이었다. 다시 한 번 만족도 순위를 매겨보면 보건소.보건지소 > 약국 > 한의원 > 치과의원> 의원 > 병원 순이다.

농촌에 사는 이들은 의료기관 만족도와 연관된 가장 큰 요인으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인력 부족(29.4%)을 1위로 꼽고 있다. 즉 의료서비스 제공 인력 부족이 1위(29.4%), 거리가 멀기 때문이 2위(20.9%), 교통이 불편한 점이 3위 (16.8%)로 나타나고 있는 것. 물론 의료시설 낙후(10.4%)와 서비스 종류 부족(6.6%), 서비스 수준 낮음(6.2%)도 불만족 이유에 들어있긴 하다.

눈여겨 봐야할 점은 농촌 주민들의 의료서비스 불만족의 절대적인 이유가 의료인과 의료시설부족, 즉 병원과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는 게 1위라는 점이다. 아울러 병원까지 가기가 멀다는 게 2위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더 이상 의료인력 확충, 의대 정원 확충, 간호법 제정 등 돌봄 시스템 확대에 머뭇거리면 안 되는 이유를 농촌관련 통계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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