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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자원 활용, 바이오경제 시대 연다산림청, 아스피린 타미플루 등 산림바이오 히트상품 개발 박차
팔각회향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타미플루라는 약품명을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2009년 당시와 그 이후에도 거의 유일한 신종플루 치료제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바로 그 약품이다. 바로 그 타미플루의 주성분이 중국의 약용식물 ‘팔각회향’이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세계인들은 식물유래 치료제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팔각회향은 중국의 식물 팔각(八角, Illicium verum) 열매로, 모양이 팔각별처럼 생기고 강렬한 향이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후에 알려진 내용이지만 중국의 팔각회향으로 만든 타미플루는 2009년~2010년 당시에만 2조 원이 넘는 판매액을 기록해 전 세계를 여러모로 놀라게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사례가 여럿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항암제 택솔인데, 택솔은 주목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이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쓸 법한 자그마한 전나무, 소나무를 닮은 주목나무는 빨간열매가 달려있어 모양새도 화려한데, 택솔은 바로 그 주목나무 껍질에 약 0.02% 정도 미량이 함유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택솔을 상용화하려면 수십 년 자란 주목나무 수십 그루를 잘라서 껍질에서 추출작업을 해야 하는데, 국내 업계의 뛰어난 기술로 주목나무 세포를 배양해서 양산이 가능해졌다.

위염치료제 스티렌정이 쑥에서 유래했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재미있는 점은 스티렌이라는 약이 자연상태의 인진쑥과 거의 흡사해서 그냥 인진쑥을 먹기 편하게 만든 것에 가까워 보인다는 것. 우리 조상들이 속이 쓰리거나 위장 장애가 있을 때 쑥을 즐겨 복용했다는 점이 새삼 놀랍기만 한데, 쑥은 이밖에도 약재로서의 활용도를 엄청나게 확장해나가고 있다. 중국전통의학연구원에서는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성분인 아르테미시닌을 뽑아낸 결과, 2015년에 노벨생리학상을 받기도 했다.

어린이 백혈병 치료에 쓰이는 일일초라는 식물은 인도양 마다가스카르가 원산지로 알려져있다. 일일초(日日草, vinca)에서 알카로이드 성분인 '빈블라스틴', '빈크리스틴', '비노렐빈' 등 3종의 천연 항암제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빈블라스틴은 식물에서 추출해 상용화된 최초의 항암물질이라는 상징성도 지니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식물유래 약품의 대표주자는 아마도 아스피린일 것이다. 아스피린이 버드나무 껍질 추출물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1899년 독일 바이엘이 특허등록한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 속 살리실산을 이용해 합성한 것. 그런데 최근 코로나 유행시기를 거치며 버드나무 껍질 속에 항 바이러스 성분이 여럿 들어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버드나무 껍질 추출물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항바이러스 작용물질이 발견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붉은사슴뿔버섯 [사진=산림청]

◇ 타미플루, 위염, 백혈병 치료제는 식물에서 유래... 아스피린이 대표주자

우리나라에서는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식물유래 약용성분 연구가 주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또한 널리 자랑할 만한데, 지난 2019년 국립산림과학원은 인체의 치명적인 독버섯으로 알려진 ‘붉은사슴뿔버섯’에서 유방암세포 생장을 억제하는 새로운 유용 물질을 성균관대학교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발견했다. 이는 국내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지난 1999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여성 암 발생 1위 유방암) 속에서 나온 결과라서 더욱 의미가 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결과, 붉은사슴뿔버섯의 항암물질 로리딘 E(roridin E)는 유방암 치료물질 독소루비신(doxorubicin)보다 약 500배 이상 강력한 항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립산림과학원은 충북대학교 약학대 교수팀과의 공동연구 결과, 무궁화 뿌리 추출물에서 폐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3종의 신물질을 최초로 발견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은 이들 물질에 무궁화의 이름을 따 각각 '무궁알렌(Mugungalenes) A, B, C'라고 이름 붙였다. 특히 ‘무궁알렌 B'에서는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다른 물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고.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번 연구결과가 향후 식물 유래 항암제 연구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국내 특허 출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하면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는 전남 자생 식물에서 상용제품을 개발해 산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기도 하다. 전남 산림자원연구소는 전남에 자생하는 생달나무 향기를 이용해 디퓨저, 룸스프레이로 구성된 향기제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생달나무는 완도, 진도 등 전남 남부지역에서 자라는 난대수종으로 예로부터 잎을 차로 마셔왔으며 목욕물에 담그거나 풀어서 사용해온 자생식물이다. 잎과 줄기에서 유칼립톨(Eucalyptol), 캄파(Camphor)향이 풍겨나와 청량감을 주며 면역작용, 염증완화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있다.

전남 산림자원 연구소는 생달나무의 향긋하고 시원한 향기가 불안감, 우울감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학회지에 발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료소재로서의 산업화 과정을 진행중이다. 지난 2012년에는 생달나무의 기능성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향균조성물 특허 등록도 마쳤다. 지난해에는 피부미백을 표방한 화장품과 휴대용 방향제도 개발해 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원도 광대싸리에서 식물 유래 약용물질 추출 및 합성에 성공해 눈길을 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은 2023년 12월 단 세 단계 만에 K-약용식물 추출물에서 퇴행성 신경질환 등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제로 개발이 가능한 물질인 '수프라니딘 B'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내 자생 약용식물인 '광대싸리'에 극미량 있는 고부가가치 천연물인 '세큐리네가 알칼로이드'는 광대싸리에서 발견되는 천연물 군으로, 항암 및 신경돌기 성장 촉진 등 다양한 약리 활성을 보여 수십 년간 합성화학계의 관심을 받아온 물질이다. 이 물질은 신경세포 신경돌기 성장을 촉진해, 퇴행성 신경질환이나 신경 절단 등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제로 상용화할 수 있어서 앞날이 기대되는 물질이라는 게 한국과학기술원의 설명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이 12월 5일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산림생명자원 활용기반을 구축하고 산림바이오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4대 추진전략을 담은 ‘산림생명자원을 활용한 산림바이오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 국립산림과학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식물바이오산업 개척 나서

이런 분위기 속에 정부가 산림자원을 통해 제2의 타미플루(팔각회향 열매)와 아스피린(버드나무 껍질), 마데카솔(병풀나무 잎)과 같은 천연물질 발굴·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산림청(청장 남성현)은 최근 정부대전청사에서 ‘산림생명자원을 활용한 산림바이오산업 활성화 방안(2024~28)’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바이오산업계의 원활한 원료물질 수급 및 유망자원 발굴 등을 위해 산림생명자원 활용기반을 구축하고 산림바이오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4대 추진전략을 담았다.

최근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성장과 나고야의정서 발효(2014년 10월)에 따른 각국의 유전자원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산업계의 생명소재 천연물질의 6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산림생명자원의 유망소재를 발굴하고 산업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국내·외 환경변화를 반영하여 유용 산림생명자원의 집중 확보부터 기능성 소재 연구를 통한 산업화에 이르기까지의 전략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산림생명자원의 새로운 가치창출로 국가 신성장 동력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4대 추진전략(12개 핵심과제)은 ▲산림생명자원 보존·관리 강화 및 이용실태 분석 ▲산림바이오센터 조성 등 산업화 기반 구축 ▲산림바이오 소재 개발 및 산업화 원천기술 확보 ▲산림바이오산업 기술이전 등 산업화 촉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산림청은 4대 추진전략을 통해 5년 후인 2028년까지 유망자원 등 산림생명자원을 253만 점까지 확보하고, 바이오 원료물질의 안정적 공급체계 기반인 산림바이오 혁신성장거점(산림바이오센터)를 4개소로 늘릴 예정이다, 또한 유용 소재 개발 등의 연구개발(R&D)을 통해 원료 등재 원천기술을 40종 확보하고, 연구개발(R&D) 성과에 대한 50건의 기술을 민간 이전 및 사업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산림생명자원의 체계적인 수집·보존, 유망자원 연구와 실용화, 실제 생산까지 이어지는 산업화 단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산림바이오산업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였다”면서, “산림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산림생명자원을 바이오경제시대를 견인하는 핵심요소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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