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이 농기계 자율주행 3단계에 해당하는 자율작업 기능의 HX트랙터와 DH6135 콤바인이 직선 및 선회 자율주행 국가 시험을 업계 최초로 통과했다. [사진=대동]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국내 의대 가운데 정원이 50명이 채 되지 않는 대학은 몇 개나 될까? 갑자기 의대 정원 얘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의 고령화, 신생아 출생 급감, 지역의료의 처절한 실태와 더불어 농촌 현장의 변화상을 거론하려는 것이다.

정답은 17곳. 국내 의대 40곳 가운데 17곳은 정원이 50명이 채 되지 않으며, 특히 인천, 충북, 경북 지역은 모든 의대가 정원 50명 미만인 게 현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의대 정원 확대 논의는 누군가의 이익이나 기득권 이라는 허망한 목소리들에 파묻혀 정치적인 공방 쪽으로만 소모되는 형국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의 신생아 숫자는 도무지 늘지는 않고 줄어드는 추세만 심각해져서 국내외 언론들은 이를 ‘인구절벽’이라고들 부른다. 신생아 탄생 도표나 그래프의 모양새가 수직 낙하하는 것 같아서 붙여진 말일 것이다. 신생아 숫자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65세 이상 연령층이 급증하는 고령화, 초고령화 역시 우리나라가 직면한 현실. 몇 년 후엔 만 65세 이상 연령층이 전체인구의 25%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 앞에서 노인들의 삶을 고려, 배려하지 않는 것은 전 국가적인 문제를 넘어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매일 통계와 곁들여져 쏟아지고 있다.

산업계는 그 나름대로 ‘실버 산업’을 꿈꾸며 이런저런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는데, 눈에 띄는 게 바로 ‘의과학(의료+과학)’분야의 신제품들이다. 의과학(醫科學)이란 공학과 의학이 결합한 것이라고 쉽게 설명할 수 있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하나 둘씩 ‘착용가능한 노인 보행보조 로봇’을 개발해 출시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가능한 휠체어도 선보였다. 혼자서 거동이 불편하거나 가능하지 않은 노인들이 착용하거나 그 위에 앉아서 독립보행을 하거나 계단 오르내리기를 할 수 있는 그야말로 로봇 같은 ‘의과학’ 제품들이다.

농업계도 현실은 마찬가지. 특히 농업기계를 생산하는 국내외 농기계기업들도 고령화 앞에서 머리를 싸매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농기계를 사용해 농사를 짓거나 농업관련 일을 할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인구는 젊은 층에서나 고령층에서나 똑같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농기계업체들의 미래 역시 ‘인구 절벽’앞에 서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2023 익산농업기계박람회’ 오는 31일 개막한다. ‘2023 익산농업기계박람회’가 오는 31일부터 내달 3일까지 전북 익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열리게 되는 것. 익산시가 주최하고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이 주관하는 이번 박람회는 국내 농기자재 산업의 활성화와 해외 수출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 행사에는 트랙터를 제조하는 메이저 업체를 포함해 약 200개 농기계 업체가 참가해 수도작기계, 밭농업기계, 과수·원예·축산·가공기계, 부품 등 400여 기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자율주행농기계와 스마트 ICT 시설기자재, 농업로봇 등 첨단 농기자재를 중점 전시함으로써 우리나라 농기자재 산업의 발전상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

그런데 여기서 묻고 싶은 게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농기계 개발과 출시에 앞선 농기계 업체들의 제품개발 방향성이다. 물론 시장 파악과 제품출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므로 이미 충분한 사전파악을 마쳤겠지만, 아쉬운 대목이 없지 않다. 그건 바로 고령화, 초고령화로 가는 우리나라 농촌 및 동아시아 그리고 세계적인 현실을 감안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왕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돼 60세~70세가 농사를 지어야 한다면, 이들 노인들을 위한 농기계 역시 다양하게 개발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뜻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의학과 공학의 결합이 ‘노인 장착형 보행보조 로봇’이나 ‘계단 오르내리는 휠체어’를 탄생시켰듯이 농기계 분야에서도 노인 지향형 농기계 역시 다양하게 출시되어야만 할 것이라는 말이다.

김신길 농기계조합 이사장은 “‘2023 익산농업기계박람회’는 참가업체 제품의 판매 촉진과 매출 향상을 통해 국내 농기자재 산업 및 수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수출 확대를 위해서도 ‘고령화’라는 추세는 매우 정밀하게 고려되어야만 한다. 고령화라는 거대한 산 앞에서 의학과 농학은 공학과 결합해 날아올라야만 한다. 비약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고령화를 감안한 획기적인 발상을 기대해본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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