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을 비롯한 산업현장에서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20만 명 선에서 유지되어야 우리나라 산업계가 돌아간다는 말이 정설처럼 떠다닌다. 사진은 농촌 빈집 이미지 [사진=농식품부]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농촌현장에 일손이 부족하다는 말은 더 이상 할 필요도 없는 말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우리 농촌이 존립할 수 없다는 말도 마찬가지. 실제로 농촌을 비롯한 산업현장에서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20만 명 선에서 유지되어야 우리나라 산업계가 돌아간다는 말이 정설처럼 떠다닌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 듯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 이민청을 신설해 산업계 뿐 아니라 국익 전반을 고려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역시 2023년 상반기에 이민청 신설을 업무보고 리스트 상위에 올려 공표한 바 있다. 하지만 2023년 하반기 현재 이는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우리보다 일찍이 저출산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이나 이민정책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캐나다의 경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다. 역시나 일본은 지난 2019년 법무성 산하에 출입국재류관리청이라는 이민 관련 전문기관을 만들어 자국의 산업계의 요구와 농촌의 인력부족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신설하려고 하는 이민청과 성격이 매우 유사한데, 외국인에 대한 영주권 심사 및 체류 기간 연장 등 갱신업무를 비롯해 밀입국자, 불법체류자 단속 등이 주 업무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특히 지난 2019년 ‘특정기능비자 1호’라는 제도를 도입해서 외국인 노동자가 체류 중 이직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 제도의 덕을 보는 곳은 다름 아닌 요양병원 등인데, 이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가 최대 5년 더 일할 수 있는 법적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정기능비자 1호 자격자는 지난해 무려 13만 명이 넘었다는 통계도 있다. ‘고도 전문직 비자’라는 제도도 있어서 글로벌 상위권 대학 출신, 석·박사 학위자에게 가산점을 주며 비자 취득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4만 명 가까이가 이 비자를 통해 일본에서 취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캐나다는 어떨까? 캐나다 내 창업자의 30% 이상, 물리학자의 30~40% 이상, 엔지니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게 이민자들이라는 통계도 있는 캐나다인지라 이민 시스템이 무척 정교하고 합리적이다. 고학력 고숙련 인재 확보를 위한 이민제도를 마련해온 덕분이라는 평가다. 캐나다의 이민제도 개편은 ‘신속입국제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는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경력을 지닌 이민자를 선발한다는 게 핵심이다.

일본과 캐나다 외에도 세계 각국의 독특한 이민시스템은 우리가 충분히 참고하고 연구할 가치를 지니고 있다. 홍콩 역시 전문직 인재를 유입하기 위해 전문직군 숫자를 50여개로 늘려 3~4만 명의 고급인력을 유치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영국은 글로벌인재 비자, 세계 명문대 졸업 비자제도 등을 만들어 고부가가치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이민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원패스’라는 비자제도가 있어서 해외전문지식인을 유치하고 있다. 독일 역시 「이주노동자유치법」을 만들어 비(非)EU 국민들에게 1년간 구직기간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농가 인구는 403만 명에서 231만 명으로 감소하여 총인구의 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고령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농가 인구의 절반가량인 42%를 차지하고 있다. 일손은 날로 줄어가고 부양할 인구만 늘어나는 실정인 것이다. 사진은 농촌진흥청 직원들의 농촌 일손돕기 현장 [사진=농촌진흥청]

◇ 해외각국, 이민제도 및 비자제도 개편으로 해외인력 유입에 방점

우리나라에서도 국정감사나 이런저런 포럼 등을 통해 해외 인력을 이민을 통해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인력난 및 소멸위기에 직면한 농촌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농식품부가 이민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윤재갑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은 지난해 10월일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지역소멸 위기 극복과 우리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외국인근로자를 우리의 현실적인 동반자로 인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순환원칙의 현 외국인근로자 정책에서 미국 및 뉴질랜드 등 농업 선진국의 취업이민 제도와 같이 중장기적인 이민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농가 인구는 403만 명에서 231만 명으로 감소하여 총인구의 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고령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농가 인구의 절반가량인 42%를 차지하고 있다. 일손은 날로 줄어가고 부양할 인구만 늘어나는 실정인 것이다. 반면 지난 5년간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근로자는 연평균 2만 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농촌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도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근무·숙소 환경, 임금이 더 높은 타 산업으로 무단이탈 등 농축산업 종사자로 정식 입국했다가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외국인근로자 수는 점차 증가하여, 지난 2021년에는 정식 근로자의 절반 수준인 9500여 명에 육박했다. 또한, 코로나19 등에 따른 노동력 확보 어려움과 현 외국인근로자 제도의 짧은 체류기간 등 안정적인 노동자 수급과 숙련공 배양의 한계도 있어, 정책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윤 의원은 지적하고 있다.

윤재갑 의원은 “특히 이번 법무부의 지자체 추천을 받은 외국인이 일정 기간 거주하며 취업할 수 있는 ‘지역특화비자 시범사업’ 추진과 이민청 설립 공식화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그런데 정작 우리 농촌을 위해 제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농식품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외국인근로자 정책은 법무부와 고용노동부의 소관이라고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지 않았나”라고 질타한 바 있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윤재갑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은 지난해 10월일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지역소멸 위기 극복과 우리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외국인근로자를 우리의 현실적인 동반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지는 해외노동자들에 대한 ‘이민정책’ 개편 요구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이런 요구에 대해 속수무책,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올해 5월 법무부 정책브리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미래 번영을 뒷받침하는 출입국·이민정책’이라는 제목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증원, 첨단분야 인턴 비자, 인구감소 지역 정착 장려하는 지역특화형 비자 신설, 과학·기술 우수인재 영주·귀화 패스트트랙 시행, 조선업 외국인력 도입 애로 해소 등과 같이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비자 정책을 펼쳐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2023~2027)을 수립했고 불법체류 상시단속체계를 통해 단속 1만 2833명, 자진출국 1만 2163명 등 불법체류 외국인 2만 5천 명 감축시켰다고 보고했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2023년 상반기에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을 신설해 범정부 차원의 통일된 정책을 신속히 수립하고 국민이 공감하는 사회 통합의 기반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외국인 근로자 유입 규모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연간 취업 비자 총량 사전 공표제’를 올해 하반기에 시행토록 하고 전자여행허가제(K-ETA)를 보다 편리하게 개선한다.국내에 일정 기간 거주하는 경우에만 영주권 유지가 가능토록 영주제도를 국게 기준에 맞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공표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대폭 수용이든 이민정책 개편이든 ,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점은 그들의 인권이다. 임금 미지급이나 차별적인 대우 등이 노출되면 외국인의 한국 유입은 결과적으로 실패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사진=픽사베이]

◇ 그렇다면, 법무부의 이민청 신설은 언제쯤?

하지만 해외 인력을 단순히 많이 들여오는 것보다 '정주형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산업별로 필요한 노동력을 정밀하게 추론한 뒤에 취업비자 총량을 설정해야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밖에도 고려할 점은 많다. 출입국 업무 및 비자 업무는 법무부가 맡고, 외국인 노동은 노동부 관할이며, 다문화가족 정책은 여성가족부가 관장하면서 책임소재 및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지적은 끊이질 않는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라는 지적인 셈이다. 얼마 전 흐지부지 마무리된 세계 잼버리 대회를 타산지석으로 여겨야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더욱 울림이 크다.

올해 상반기 중 이민청 개설은 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아마도 이런저런 부작용 및 방향성 논쟁을 다 잠재울만한 정책을 마련하기가 쉽지만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명제가 이민정책 설계에서도 타당하기에 더욱 그럴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이민정책의 선진국 캐나다의 합계출산율은 1.4명, 한국은 0.7명 안팎이다. 이민정책의 대폭 수정으로 인해 캐나다는 인구가 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한국은 지역소멸을 걱정하는 단계까지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 논의 자체를 미룰 이유는 없다.

외국인 노동자의 대폭 수용이든 이민정책 개편이든 ,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점은 그들의 인권이다. 임금 미지급이나 차별적인 대우 등이 노출되면 외국인의 한국 유입은 결과적으로 실패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법무부나 행정기관의 일방적인 정책 도입이나 시행은 그래서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 전반의 의견, 여론을 수렴해 차근차근 해나가도 부작용이 노출될 것이 뻔한데, 속도전으로만 밀어붙일 일은 아닌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외국인노동력의 유입을 넘어 ‘이민’이라는 화두를 들 때가 왔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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