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농가의 약 64%가 0.5ha 미만의 농지를 지닌 소농으로 분류된다. 소농은 말 그대로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실현해내는 으뜸 주체로 여겨진다. [사진=농촌진흥청]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특이한 일이다. 여태껏 보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내년 농림축산식품 분야 예산이 올해보다 1조원 가량이나 늘어난 것이다. 총액은 무려 18조 3천억 원 규모. 사정이 이러한지라, 정부가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농림축산식품 분야 투자에 재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을 눈여겨 보면, 소농직불금이라는 게 눈에 띈다. 소농직불금이란 “0.5ha 이하의 농지를 소유한 농가는 면적과 상관없이 연간 120만 원의 소농직불금이 지급된다. 소농직불금은 영농기간 및 농촌거주기간 3년 이상, 농업 외의 소득이 2000만 원 미만 등 의 조건이 충족되면 지급된다.”라는 규정하에 매년 지급되는 것.

그런데 이 소농직불금 120만 원이 내년에는 130만 원으로 인상된다. 이와 더불어 기본형 공익직불금을 2조 6335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농가 소득과 경영안전망 확충,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강화 등을 위한 것이라는 게 정부측의 설명. 이뿐 아니라, 수입보장보험 품목을 기존 7개에서 10개 품목으로 확대하고, 예산은 3배 이상 증액한 81억 원을 반영했다. 경관보전직불제를 확대(99억 원에서 168억 원)하고, 탄소중립프로그램(90억 원)과 농지이양 은퇴직불제(126억 원) 등도 새롭게 도입하기로 했다. 듣던 중 반가운 일이다.

소농은 소규모 가족농을 말한다. 규모 측면에서 볼 때 통상 1ha 이하를 소농으로 본다. 공익직불제 지급 기준을 정하면서 정부는 ‘0.5ha 이하’를 소농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설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농가의 약 64%가 0.5ha 미만의 농지를 지닌 소농으로 분류된다. 소농은 말 그대로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실현해내는 으뜸 주체로 여겨진다. 개발이나 산업화라는 말에 어울리기보다는 공생, 나누기, 소통, 이웃, 정, 생태, 친환경 등등의 단어들과 무척이나 잘 어우러지는 말이다.

한편 소농에서 우리 농업의 미래를 찾아야만 한다는 주장이 점점 더 울림이 커지고 있다. 소농의 가치를 재발견해서 우리 농촌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담긴 주장이랄 수 있겠다.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에서만 나오는 작은 목소리가 아닌 것 같다. 농업선진국 미국에서도 인디언이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지혜를 재해석, 현대 농업에 적용하자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미국 농무성 (USDA) 자료를 보면, 미국의 농장 숫자는 약 220만 개이며 이중 98%가 가족농이다. 미국 전체 농업생산가치의 약 20% 이상을 이들 가족농들이 맡고 있다. 아리조나, 오클라호마 등에서는 원주민 조상들의 작물배배 기술과 비법을 접목해 현대 농장 운영에 접목시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원주민 조상들의 지혜를 IT기술, 태양광 기술 등에 적용함으로써 농업기술의 진일보를 이뤄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반론도 존재한다. 소농이나 가족농 개념이 실체를 갖는 개념이 아니라 감성에 호소하기 위한 용어에 불과하다고 폄훼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현재 우리나라 농촌의 대다수가 소농, 가족농이라면 보존이나 발전을 위한 노력 자체를 근시안적으로 바라만 봐서는 안 될 것 같다. 규모화, 산업화가 농촌에서마저 전가의 보도처럼 떠받들어지는 세상에서 소농의 가치를 전 국민적 의제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농촌전문가가 “우리나라 농촌문제는 전 국민적 의제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불가능하다”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두고두고 새겨야할 말이 아닌가 싶다. 농업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마땅한 대안도 없이 소농과 가족농을 폄하하는 일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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