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값은 원래 명절에 직장에서 직원에게 주는 특별한 수당을 일컫는 말이었다. 일종의 상여금 성격이었는데, 추석이나 설날 등의 명절에 떡국, 송편, 시루떡 등을 해먹는 우리 고유의 풍습에서 유래한 말이다. [사진=롯데호텔]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떡값이라는 말을 아는가? 물론 잘 알 것이다. 정치권에서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공격하는 말 중에도 ‘떡값’이라는 게 포함돼 있기에, 떡값 이라고 하면 뭔가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떡값은 원래 명절에 직장에서 직원에게 주는 특별한 수당을 일컫는 말이었다. 일종의 상여금 성격이었는데, 추석이나 설날 등의 명절에 떡국, 송편, 시루떡 등을 해먹는 우리 고유의 풍습에서 유래한 말이다.

최근 쌀 소비를 늘리자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농경시대였던 삼국시대 후기부터 쌀ㆍ보리 등의 주곡이 양산되면서 무쇠솥이 보급되어 밥과 떡이 이후 상용식으로 자리잡았다는 고문헌을 보고 있노라면, 추석선물이나 명절선물을 ‘떡’으로 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스쳐간다. 1400~1500년도 넘은 역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떡값이라는 말도 엄연히 있는 마당에 떡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절선물 중 하나로 자리매김(포지셔닝)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더구나 해외에서의 떡볶이 등 쌀가공식품의 인기와 판매 급증이 국내 쌀가공산업 전반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쌀가루 산업화, 글루텐 프리 식품 활성화, HMR(가정간편식) 상품 시장 확대 등 전반적인 식문화의 프레임이 변하고 있는 마당에 쌀 가공산업의 육성, 수출 경쟁력 제고 및 해외시장 진출 활성화를 위한 방점을 ‘떡’에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꼭 떡 하나만을 고수하자는 뜻은 아니다. 우리나라 냉동김밥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역시나 쌀을 활용한 음식이라면 세계인들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호 역시 겨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올해 3월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한 비비고 냉동 김밥은 출시 후 한 달간 20만 개 이상 판매됐고, 7월 말까지 누적 판매량은 약 60만개로 집계됐다.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 ▲떡볶이 ▲핫도그 ▲김밥 ▲김말이 ▲붕어빵 ▲호떡 등 6개 제품을 'K-스트리트 푸드'(길거리 음식) 전략 품목으로 정한 바 있다. 이 중 절반은 쌀로 만드는 제품들이어서 쌀맛의 세계화를 위한 기초작업은 이미 진행중이라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 ▲떡볶이 ▲핫도그 ▲김밥 ▲김말이 ▲붕어빵 ▲호떡 등 6개 제품을 'K-스트리트 푸드'(길거리 음식) 전략 품목으로 정한 바 있다. [사진=픽사베이]

◇ 명절 선물 고민된다면, 쌀로 만든 음식은 어떨까... 쌀 소비 진작도 고려해야

명절 선물세트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당연한 말이다. 농경시대에는 그에 걸맞는 선물이 오고갔고 업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선물의 종류 또한 다양해지고 변해갔을 것이다. 실제로 1910년부터 1950년에 이르는 일제 강점기, 625전쟁 이후 시대에는 먹거리가 최고의 명절선물이었던 것으로 기록에 남아있다. 전쟁을 겪고 난 이후라서 특히 밀가루, 쌀, 달걀, 참기름 등 식료품이 선물로 오고갔다.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들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쌀이 눈에 띄는데, 요즘엔 프리미엄 유기농쌀로 명절선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전언이다.

1960년대에는 설탕ㆍ통조림ㆍ라면이 선물로 인기를 끌었다. 60년대에도 여전히 식생활이 중요했기에 이러한 가공 식품들이 명절 선물로 각광받았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1965년 최고의 인기 선물은 바로 6㎏짜리 설탕 한 포대였다고 한다. 실제로 1965년 한 신문에는 ‘우리들의 최고선물은 영양 많은 설탕으로!’ 라는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산업화의 영향을 받은 선물이 등장했다. 바로 커피ㆍ속옷ㆍ비누 등이다. 이전의 식료품 위주 명절선물에서 커피라는 기호품과 속옷, 비누 등의 생필품도 명절선물로 인기를 끌었다. 이 때는 ‘명절선물세트’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는데, 치약과 식용유 같은 공산품도 명절 인기 선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경제 호황에 힘입어 다양한 명절 선물이 등장했는데, 넥타이ㆍ지갑ㆍ벨트 등도 고급 명절선물 대열에 합류했다. 1984년 참치캔이 처음 등장해 명절선물로 주고받는 상픔이 되었다. 그 당시 첫해에만 참치캔 약 30만 세트 이상이 팔려나갔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1990년대에는 상품권이 명절 선물로 등장했고, 양주와 특산물이 값비싼 명절선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웰빙이라는 단어의 유행과 함께 홍삼 등 건강식품도 명절선물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표고버섯, 굴비 등 다양한 고가 식품 선물세트도 등장했다. 2010년대에는 와인과 옥돔, 랍스터 등 고가의 선물세트가 등장했다. 전통주 역시 선물로 인기를 서서히 끌기 시작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초고가 선물세트가 등장하고, 이색 식재료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농촌에서 단기간 머무를 수 있는 세컨드하우스 개념의 ‘농막’이 2천만 원 안팎에 명절선물로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에 선물로 떡을 주고받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고려해봄직 하다. [사진=픽사베이]

◇ 명절선물은 시대별로 변한다... 농막까지 명절선물로 등장한 2020년대

올해는 어떨까? 상황이 조금은 변할 듯도 싶다. 바로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일부 개정되기 때문. 올해부터 공직자 등이 주고받을 수 있는 명절 농·축·수산물 선물 가격 상한이 기존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약간 오르게 된다. 지난 8월 29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롭게 바뀌는 「청탁금지법」 시행령의 내용의 핵심은 우선 선물의 범위가 확대된다는 것. 현재 선물은 물품만 가능하고 금전이나 유가증권은 제외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유가증권 중에 물품 및 용역 상품권에 한해서 선물로 허용된다. 농축수산물로 교환할 수 있는 온라인ㆍ모바일 상품권, 연극ㆍ영화ㆍ공연ㆍ스포츠 관람권도 포함된다. 하지만 현금화가 가능한 백화점 상품권은 포함되지 않는다.

선물 가액도 상향 조정된다. 현재 농수산물과 농수산 가공품 선물 가액은 평시 10만 원, 명절 기간에는 20만 원이지만 앞으로는 평시 15만 원, 명절 기간에는 30만 원까지 가능하게 됐다. 이 같은 결정이농·축·수산업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권익위의 설명이다.

1~2년전 포켓몬빵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대한민국이 몸살을 앓았다. 이후 쌀로 만든 포켓몬빵이 출시됐다는 말은 아직 듣진 못했지만, 전국 어디서나 쌀로 빵을 만드는 노력은 꾸준히 진행돼 왔다. 물론 현재도 온갖 쌀빵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전국 지자체 2백 몇 개 중에 쌀빵 하나 개발 안 한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번엔 쌀가루와 쌀로 떡을 히트상품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특히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에 선물로 떡을 주고받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고려해봄직 하다. 쌀가공 산업의 중간소재인 쌀가루 시장규모는 2011년 약 500억 원에서 2016년 약 700억원으로 40% 증가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증가세를 쌀가루 산업화 정책으로 계속 끌어올릴 수 있느냐는 것.

추석과 설날이라는 초대형 행사를 앞두고 떡산업 활성화, 쌀가루 산업화라는 주제를 슬쩍 꺼내보는 이유를 너무도 잘 알 것이다. 그건 바로 애물단지라는 말이 어울리는 우리 쌀의 현재 모습 때문이다. 쌀떡으로, 쌀빵으로 명절 선물이 오가는 미래를 꿈꿔본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아닐까 싶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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