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특산물 또는 브랜드 상품으로 자리잡은 농산물을 육성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노력 또한 남다르다. 사진은 전남 고흥의 지역특화작물인 '유자' [사진=농촌진흥청]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혹시, 유자를 어디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지 알고 있는가? 잘 생각나지 않더라도, ‘고흥유자’라는 말을 읊조려보면, ‘아하!’하는 감탄사와 함께 ‘고흥’이라는 지명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실제로 유자는 전국 재배면적 88%가 전남에 있다. 그렇다면 전국에서 유통되는 참외의 75%를 생산하는 곳은 어디일까? 맞다. 바로 경북 성주다. 이 역시 ‘성주참외’라고 발음해보면 매우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유자나 참외만큼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충남이 딸기로 유명하다는 점은 어느 정도 알고 있을 듯하다. 충남의 딸기 품종 '설향'은 대표적인 지역특화작목 육성 성공사례로 꼽힌다. 정부기관과 지자체 전문가집단이 힘을 합쳐 우수 품종 육성 및 재배기술 개발·보급으로 국가 브랜드 작목 및 수출 효자품목으로 우뚝 선 게 바로 ‘설향’ 딸기. 실제로 충남 딸기연구소 '설향'의 국내 보급률은 2006년 8.6%에서 2011년 68.2%, 2021년 84.5%로 압도적이다. 설향 덕분에 딸기 국산화율(국내 육성 딸기 품종 보급률)은 2006년 17.9%에서 2011년 71.7%, 2021년 96.4%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유자, 참외, 딸기만 있는 건 아니다. 경기도의 선인장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는 미국,일본을 비롯해 세계 20여 국가에 내년 400~500만 달러의 선인장을 수출하는데, 경기도 선인장이 무려 55%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선인장 하면 경기도가 떠오르는 이유일 것이다. 충청남도의 토마토는 또 어떤가? 지난해 충남의 토마토 수출실적은 연간 약 155만 달러에 이르렀는데, 완숙 토마토 105만 달러, 방울토마토 50만 달러가 해외 각지로 수출됐다. 국가별로는 일본 140만 달러, 홍콩 11만 달러 등으로 나타났는데, 충남에서 생산된 토마토의 90% 이상이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는 점이 특징.

전라북도의 파프리카 역시 일본시장을 완전정복중이다. 파프리카는 지난해 전체 수출량 약 2만 7천 톤의 99%를 일본으로 수출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파프리카가 네덜란드나 뉴질랜드 파프리카보다 더 잘 팔린다. 당연히 시장점유율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남의 참다래 역시 국내 참다래 재배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보성 참다래는 연간 4500톤이 생산되는 참다래 주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보성키위는 농산물 지리적표시제 적용 작물이기도 하다. 키위로는 국내 최초.

이처럼 지역별 특산물 또는 브랜드 상품으로 자리잡은 농산물을 육성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노력 또한 남다르다. 그중 특히 전남의 1시군 1특화작목 육성사업은 더욱 빛이 난다. 1시군 1특화작목 육성사업은 2023년까지 도내 21개 시·군 지역경제를 견인할 핵심 특화작목을 육성하는 사업이다. 시·군 여건에 맞는 특화작목을 발굴해 기술·교육·예산을 지원하고 농업인 소득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루자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6개 시·군에서 시행 중인데, 순천 화훼, 광양 생강, 고흥 석류, 장흥 블루베리, 함평 생대추, 영광 모시 등이다.

지역특화작목 현황 [자료=농촌진흥청]

◇ 충남 설향 딸기, 경북 성주 참외, 전북 파프리카 등 주목받는 특화작목들

사실 지역특화작목의 적극적 발굴 및 육성은 자유무역협정(FTA)와도 연관이 깊다. 우리나라가 지난 2003년 2월 한국-칠레 FTA를 체결한 지도 벌써 20년이 됐다. 이후 우리나라는 전 세계 59개국과 21건의 FTA를 체결했고, 값싸고 다양한 수입 농산물이 수입되면서 농가들이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던 일이 벌어진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개방 첫 해 우리나라의 외국포도 수입량은 63%나 늘었다. 2015년에는 FTA 농어업법에 의해 폐업지원금 지급품목으로 지정되며 포도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도 속출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은 농촌과 농식품업계의 자생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면서 ‘전화위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던 지역특화작목 사업은 FTA 시대를 맞이한 우리 농가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전국 지역특화작목연구소에 대한 체계적 지원과 특화작목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제1차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 종합계획(2021~2025년)'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도(道)별로 7~8개씩 총 69개 지역특화작목을 선정하고 국가와 지역의 집중적인 투자와 협력을 통해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9년 상황으로는 전국에 총 42곳의 지역특화작목연구소가 설립돼 있다.

그렇게 운영되던 지역특화작목 제도는 2023년 가을에 변화를 맞이했다. 농촌진흥청(청장 조재호)은 ‘제1차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 종합계획(2021~2025)’ 통해 선정된 지역특화작목(69개)을 재편해 지역농업 경쟁력 제고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번 재편으로 기존 집중육성작목(36개)과 지역전략육성작목(33개)으로 나눴던 것을 1단계 사업성과, 시장경쟁력, 산업발전 가능성, 지역 특화성, 연구기반 우수성 등을 종합해 ▲대표작목(9개) ▲집중육성작목(18개) ▲자체 육성작목(42개)으로 세분화했다.

또한, 총 69개 지역특화작목을 육성한다는 방향은 유지하면서 지역 간 특화작목의 중복성은 피하고 시장성 등을 반영해 일부 작목을 교체했다. 특히 대표작목은 우수한 시장성과 미래 성장성을 갖추고 지역을 대표하는 작목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재편으로 선정된 도별 대표작목은 ▲경기 선인장·다육식물 ▲강원 옥수수 ▲충북 포도·와인 ▲충남 딸기 ▲전북 수박 ▲전남 유자 ▲경북 참외 ▲경남 단감 ▲제주 키위이다.

농촌진흥청은 2025년까지 추진하는 1차 종합계획 사업 기간 중 도별로 선정된 대표작목을 주축으로 집중지원을 펼쳐 조기에 성과를 창출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연구기반시설 고도화, 품종육성, 재배기술, 가공 기술개발 등을 통해 품질 고급화 및 수출 확대를 꾀하고 지역 특산물로써 상품 가치를 높여 농가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지역특화작목, 특화 농업 분야의 상위 종합계획인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 종합계획’에 따라 지역특화작목 시장경쟁력 강화와 생산 농가의 소득증대를 위해 69개 지역특화작목 중심의 연구환경 조성과 연구개발, 성과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지자체별로 작목 브랜드화에 힘을 쏟는 곳은 수없이 많다. 삼척은 지역전략작목 명품 브랜드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삼척왕마늘 명품화를 추진 중이다. 경남 산청은 깻잎을 전략 브랜드 작목으로 밀고 있는데, 깻잎은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서 일본에서는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 깻잎’이라는 식으로 기능성표시제 작목에도 포함돼있다. 일본 현지에서 도매가로 2kg에 우리 돈 약 6만 원 안팎에 팔리는 프리미엄 농산물이다.

전북 장수군은 ‘돈 버는 농업·농촌 실현’을 목표로 ‘고수’를 신소득작목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고수는 투입 노동력이 적어서 고령화 농촌의 신소득작물로 적합하다. 창원특례시 농업기술센터는 생산량과 재배면적 세계 1위인 창원단감을 작목 브랜드화 1번 타자로 선발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전북 무주는 와사비, 우리말로 고추냉이를 새로운 특화작목으로 육성중이다

K-팝, K-푸드와 더불어 지역특화작목과 지자체별 작목 브랜드화에 한껏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농산물 수출 호조에 힘입어 바야흐로 K-지역특화작목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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