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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이라는 ‘뿌리’ 살리기농촌과 도시를 잇는 정거장 역할... 농촌-유통기업 ‘상생’ 해법 찾아야
안동구시장 [사진=안동시청]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안동찜닭은 안동을 대표할 뿐 아니라, 닭으로 만든 요리의 지평을 넓히고 소비자들의 안목을 높여준 음식으로 꼽힌다. 또한 안동찜닭은 유통시장 다변화에 따라 점차 밀려나던 전통시장 안동 구시장을 부활시킨 주인공으로도 꼽힌다. 2000년대 초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전국구 요리가 된 안동찜닭은 전통시장 활성화, 지역 관광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기여한 음식으로 여전히 대접받고 있다.

안동시농업기술센터는 안동찜닭이 경상북도 안동에서 유래되었으며 다른 지역의 찜닭과는 달리 닭고기, 당면, 온갖 채소 등과 간장소스를 섞어 졸인 음식이라고 소개한다. 안동찜닭의 유래에 대해서는 “조선시대 안동의 부촌인 안(內)동네에서 특별한 날 해 먹던 닭찜을 바깥동네 사람들이 보고 안동네찜닭이라 부르기 시작한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안동 구시장 닭 골목에서 손님들의 요구대로 이런저런 재료를 넣다보니 안동찜닭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프라이드치킨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음식을 상품화하던 중 안동찜닭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3가지 기원설을 풀어놓고 있다. 어쨌거나 안동찜닭이 전통시장인 안동구시장의 명물이 됨으로써 전통시장 활성화의 계기가 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런 예는 전국의 전통시장에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것만 골라 봐도 수 십개는 족히 넘는다. 그 중 울산 신정시장 칼국수도 빼놓을 수 없는 음식. 현재 10여곳이 성업중인 신정시장 칼국수는 단연 신정시장을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시장 내에 빈 점포가 생기면 칼국수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꾸려는 업소가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칼국수는 신정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특화상품. 신정시장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국비를 지원받을 예정이기도 하다.

전주 남부시장 콩나물국밥 역시 전통시장에 터를 잡고 시장도 살리고 관광객도 끌어 모은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전주의 대표적 전통시장 남부시장에는 20여 곳의 콩나물국밥집이 성업중인데, 전주한옥마을과 가까워 관광객들이 꼭 들러야할 ‘성지’로 꼽힌다. 재작년에는 식객 허영만이 전주출신 탤런트 이경진과 함께 백반기행이라는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남부시장 콩나물국밥 골목을 찾아 더욱 유명해졌다. 남부시장에는 야시장과 함께 청년몰도 자리하고 있어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넘쳐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주 남부시장은 콩나물국밥, 야시장, 청년몰 등과 함께 전통시장을 문화콘텐츠화 하는데 노력 중이다.

전주 남부시장 [사진=전라북도]

◇ 전통시장 살리는 안동찜닭, 울산신정시장 칼국수, 전주 남부시장 콩나물국밥

현재 전국에는 약 1500~1600개 정도의 전통시장이 영업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중인 ‘전통시장 통통’ 자료를 보면, 특성화시장 육성방안으로 문화관광형시장 프로젝트를 진행중인데, 지역 문화·관광자원을 연계하여 시장 고유의 특장점을 집중 육성해보자는 뜻이 담겼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비로 182억원을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는 현재 83곳 내외(신규 41곳, 계속 42곳)에서 진행중이며, 문화, 관광, 역사 등 지역특색과 연계한 시장 투어코스 개발, 체험프로그램 운영 등 문화콘텐츠 육성, 전통시장의 대표상품을 개발 또는 개발 완료된 상품의 홍보·마케팅 등 판로개척 지원, 상인 조직화(협동조합 등)를 지원하여 사업 종료 후 사후관리, 성과유지 효율성 제고 방안 수립 지원 등의 지원방안도 마련되어 시행중이다.

이와 더불어 ‘상권르네상스 사업’이라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인데, 이는 하나의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시장·상점가·지하상가·상업지역 등을 하나로 묶어 지역 상권을 활성화 시키고, 이를 통해 전통시장 및 상점가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제반 사업이다. 쇠퇴한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권 특색을 반영한 거점공간 조성, 테마구역 설계·운영, 페스티벌, 문화·예술 공연 등 추진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곳 ‘전통시장 통통’ 사이트에는 야시장 행사 운영 특성화시장 56곳도 소개되어 있는데, ▲강릉 중앙.성남시장 월화어 수맥축제, ▲서울 노원구 공릉도깨비시장 노원맥주축제, ▲전주 신중앙시장 버드나무 풍류 넘치는 한사발 막걸리 축제, ▲태안서부재래시장 해산물 구이장터 등 다채로운 야시장과 행사가 눈길을 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139곳의 전통시장이 있는 서울에서도 전통시장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우리동네 시장나들이’ 행사를 펼치고 있다. 서대문구 포방터시장, 강북구 수유재래시장 등 서울시내 전통시장과 상점가에서 다양한 시민참여행사와 온라인 할인 행사를 진행중이다.

최근엔 전통시장 협동조합을 결성해 자체 밀키트를 개발해 판매중인 서울 포방터 시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몇 년전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홍탁집, 돈가스 전문점(현 제주 연돈)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이 같은 분위기를 더욱 활성화시켰다는 후문. 포방터시장 협동조합은 지난 6월부터 시장 상인들과 함께 온라인 판매 플랫폼 입점과 디지털 전통시장으로 도약을 위해 자체 상품 개발을 추진해왔다. 밀키트 상품은 포방터시장 상인들과 밀키트 브랜드 ‘포유포밀’과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포방터시장 협동조합 관계자는 “우리 시장의 신제품 개발은 밀키트 범주를 넘어 전통시장의 다양성을 확장해 보여주는 시도”라고 강조하고 있다.

네이버의 ‘동네시장 장보기’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온라인 판로와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것으로, 사용자는 지역 전통시장에서 파는 신선 식재료와 먹거리를 온라인으로 주문해 배달받을 수 있다. 사진은 서비스 첫화면 캡쳐

◇ 전통시장의 자체적 노력 ‘후끈’... 서울 포방터 시장, 자체 밀키트 개발, 판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 지난 6월에는 국내 대표적 유통기업 이마트가 농가, 전통시장, 중소기업 등과 상생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농촌진흥청, 환경부 같은 유관기관과 협력해 상생활동의 규모를 점차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 4월 이마트는 농진청과 ‘농업·농촌 상생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별 국내 농산물과 가공상품을 발굴해 상품화 및 판로 확대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이마트와 농촌진흥청은 우리나라 농산물과 가공상품 유통 활성화를 위해 ‘재발견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각 지역별 질 좋은 농산물을 발굴, 판로를 확보해주고 홍보까지 도와주는 사업이다. 이마트는 2018년 강원도를 시작으로 최근 제주도와 경북까지 ‘재발견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와 농진청은 올해 재발견 프로젝트 집중 권역을 전라도 지역으로 넓히고, 내년에는 경상도, 2025년 충청도, 2026년 강원도·제주도 지역으로 권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그런가하면 국내 굴지의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지난해 여름 선보였다. 놀랄만한 점은 거래액이 서비스 출시 이후 약 74배, 주문건수도 61배 증가하며 성장 중이라는 것이다. 네이버의 ‘동네시장 장보기’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온라인 판로와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것으로, 사용자는 지역 전통시장에서 파는 신선 식재료와 먹거리를 온라인으로 주문해 배달받을 수 있다. 동네시장 장보기는 2019년 1월부터 시작해 2021년 6월 100호 시장이 입점한 데 이어, 2022년 8월 약 170개의 전통시장이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통시장과 기업들의 노력에 비해 정부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진지함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해 가을 국정감사에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든 ‘온누리상품권’이 전통시장 점포 10곳 중 4곳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드러났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올해 온누리상품권 발행액을 기존 3조 5천억 원에서 4조 5천억 원으로 1조원 증액한 마당에 사용상의 불편함과 제한은 신속하게 해소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전통시장은 농촌과 도시를 잇는 정거장 같은 곳이다. 어쩌면 편안한 쉼터이자 사랑방일 수도 있다. 전통시장의 뿌리에 활력을 주고 더 큰 아름드리 거목으로 살려내는 문화적, 철학적 안목은 그래서 더더욱 필요해 보인다. 아무쪼록 정부와 기업 그리고 전통시장 관계자들이 더 멀리 보고, 긴 호흡으로 전통시장 정책을 마련해나가길 기대한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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