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신시배수갑문(전경) [사진=농식품부]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새만금 잼버리 파행이 연일 화제다. 부처 사이 책임소재의 불분명함에서부터 시작해 업무능력 부재, 도덕적 해이에 이르기까지 잼버리를 둘러싼 말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잼버리 파행에서 제일 눈에 띄는 내용 중 하나,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바가 있는데 그건 바로 ‘왜 새만금 잼버리 행사장엔 나무가 없고 온통 사막 같은가'라는 것.

맞다. 그 드넓은 대지의 나무 한 그루 심어져있지 않은 황량함, 그로 인한 혹서기 무더위의 직격, 참가자들의 온열질환 발생, 결국 짐을 싸서 떠나버린 1만 명에 가까운 영국과 미국의 스카우트 대원들. 나무가 없다는 사실을 지적만 해도 더위가 밀려온다. 숨이 막힌다. 창피하기 까지 하다. 하지만 새만금에 나무를 심는다는 계획은 그간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던 게 사실이다. 애초에 잼버리 유치 조건으로 ‘나무를 심어 더위를 막아보겠다’라는 걸 내세웠었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

그러니까 지난해, 2022년엔 이런 계획도 발표된 바 있다. 산림청이 내세운 ‘새만금간척지 수목식재 확대 계획’이다. 잼버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산림청은 새만금의 생태와 경관을 개선하고, 비산먼지 저감 및 풍해 예방을 위해 기존에 여러 기관에서 추진중인 숲 조성 사업에 더해 새만금 간척지에 나무심기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이었다. 이 뿐 아니다. 그간 새만금지역에서는 국립새만금수목원 조성사업, 방풍림용 묘목장 등 다양한 ‘숲 조성 사업’이 진행되어 왔다.

간척지인 새만금 지역의 특성상 숲 조성은 토양 내 염분을 극복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땅 속의 소금 성분이 보통의 나무들이 자라기 힘든 악조건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기존 간척지에 타 지역에서 가져온 새 흙을 북돋은 다음 나무를 심는다든가, 화분의 원리를 활용해 비닐코팅으로 감싼 거대한 화분모양으로 나무 뿌리를 감싸 간척지에 식재하는 방법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걸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런데 이번 새만금 잼버리 행사장에는 그러한 나무 심기가 실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를 심으려고 했으나 염분 때문에 나무가 고사하는 바람에 나무심기를 중단했다는 게 주최 측의 옹색한(?) 변명이다. 하지만 잼버리 주최 측의 변명과는 달리 산림청은 지난해 ‘간척지 나무심기’에 대한 웅대한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새만금 간척지에 확대되는 수목 식재를 전문성이 높은 산림청이 총괄해서 간척지 식재의 수종, 관리방법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품게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냉철하게 따져 물어야할 점이 있다. 새만금 주최 측은 산림청의 전문성을 활용할 생각이나 해봤을까? 아니면 아예 산림청을 배제하고 나무를 심는 척 하다가 그저 포기하고 만 것인가? 지난해 발표된 ‘새만금간척지 수목식재 확대 계획’만으로라면 ,산림청과 농식품부 등 관계기관은 2026년까지 새만금 지역 228ha 면적에 나무심기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새만금 잼버리 행사가 열리게 불과 두 달 전인 2023년 5월말엔 이런 일도 있었다. 산림청이 지난 5월 31일 전라북도 김제시 새만금 농생명용지 6공구 일원에서 ‘국립새만금수목원’ 기공식을 개최한 것이다. 이는 산림청의 기후 및 식생대별 수목원 조성계획에 따라 세 번째로 조성되는 국립새만금수목원. 간척지 151ha(약 45만 평)에 총사업비 1,750억 원이 투입되어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조성될 수목원이다.

이렇게 유능하고 전문적인 산림청의 계획과 실행 프로세스가 존재하는데도, 어떻게 나무 한 그루 못 심어 파행으로 치달은 행사가 시작될 수 있었는지 궁금하고 답답할 따름이다.우선 전라북도와 여성가족부를 포함한 잼버리 주최 측에 묻는다. 개최지로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새만금에 ‘풍성한 숲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한 이후, 제대로 된 나무심기를 시행해본 적이 있는지 지나간 구체적인 실행과정을 정확하게 국민들 앞에 공개해야 한다.

새만금 간척지에 나무를 심는 게 불가능한 일이었는지 아니면 귀찮은 일이었는지 명명백백하게 국민들 앞에 밝히지 않는다면, 새만금 잼버리 관계자들은 그에 따른 더욱 큰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