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바 [사진=픽사베이]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지난달 ‘카사바’라는 식량작물이 전 세계인의 이목을 잡아끄는 일이 있었다. 브라질 아마존 밀림에 추락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어린 아이들이 40일 만에 무사히 발견됐다. 이 아이들이 카사바 가루를 먹으며 한 달 이상을 버텨냈다는 사실에 전 세계가 놀랐던 것이었는데, 카사바는 우리에겐 좀 낯설지만 세계 5대 주요식량 중 하나로 아프리카에서는 주식으로 대접받는다. 아프리카 25개국의 약 8억 명 정도가 식량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카사바는 아프리카 외에서도 식용으로 쓰이고 있을까? 그렇다. 아주 많이 쓰인다는 사실을 대부분 모르고 있다. 바로 한국 사람들이 1년에 1인당 52~53병씩 마시고 있는 소주의 원료가 바로 카사바 뿌리의 타피오카 전분. 소주는 카사바 또는 돼지감자에서 추출한 전분을 효소에 의한 당화, 효모에 의한 에틸알코올화 해서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2019년 우리나라에서도 카사바 노지재배를 실현해 냈다. 충북도농업기술원이 그 주인공인데, 국내에서 재배하면 1000㎡에서 2톤 정도를 수확할 수 있다. 충북농업기술원은 충주와 보은에서 줄기 번식을 위한 조직 배양을 추진 중이며, 카사바를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바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카사바의 풍부한 녹말함유량 20~25%가 지닌 산업적 가치 때문이다.

카사바는 당 지수가 낮아 당뇨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한다. 더불어 식이섬유가 풍부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폭발력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카사바 가루로 만든 빵, 과자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량이 늘고 있는 추세다. 글루텐 프리 식품이라는 장점을 등에 업고 밀가루의 대체제로 카사바가 등극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분석도 등장했다.

이미 젊은층에서 많이 소비하고 있는 버블티의 펄(Pearl) 재료 역시 카사바 뿌리에서 나오는 녹말액체를 말린 타피오카 전분이 주원료다. 한 글로벌 컨설팅 업체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세계 카사바 식재료 시장 규모는 2028년에 100조 원 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시장성이 무척이나 큰 작물이 바로 카사바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

그런데 아프리카의 카사바가 우리나라의 식재료로 도입되는 데 큰 공을 세운 이가 바로 한국인이라는 점을 우리는 아직 잘 모르고 있다. 그는 바로 한국인 최초로 아프리카의 추장이 된 사람으로도 알려진 식물유전육종학자 한상기 박사.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던 한 박사는 1970년대에 일찌감치 아프리카로 날아가 나이지리아 농학연구소에서 20여년 넘게 일하며 병해에 강한 카사바를 개량해 아프리카 전역에 보급했다. 한 박사는 아프리카 현지에서 아프리카 식량자급의 실마리를 제공한 위대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한 박사의 지난날 노력의 결실이 바로 오늘날 한국으로 수입되는 아프리카 카사바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충청북도농업기술원은 2019년부터 아열대작물 ‘카사바’ 연구를 시작하여 2022년 국내 적응성 검토와 조직배양 및 재배기술 체계를 구축했다. [사진=충북농업기술원]

◇ 아프리카의 주식 카사바, 한국에서도 인기...한인 육종학자의 헌신.노력이 토대

한상기 박사가 1970년대에 아프리카에서 카사바 개량을 통한 식량자급 토대를 마련했다면, 우리 농식품부는 쌀을 통해 아프리카 식량난 해소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농식품부가 아프리카의 식량난 타개를 위해 아프리카 현지 상황에 맞게 개량한 국산 벼 종자를 아프리카에 보급하는 이른바 ‘K-라이스벨트’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월 10일 서울에서 아프리카 8개국의 장관을 초청하여 ‘케이(K)-라이스벨트 농업장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가나, 감비아, 기니, 기니비사우, 세네갈, 우간다, 카메룬, 케냐의 장관급 대표와 신디 매케인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영상), 케빈 우라마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부총재 등 해외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과 8개국은 아프리카의 쌀 증산을 위해 한국의 종자와 농업기술을 전파하는 ‘케이(K)-라이스벨트’ 사업의 공식 출범을 선언하고, 장기적인 국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세계 식량안보에 한국이 적극 기여하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아프리카와의 미래지향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정황근 장관도 개회사에서 "케이(K)-라이스벨트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의 식량난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신디 매케인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도 영상 기조연설을 통해 K-라이스벨트 사업을 높이 평가하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아프리카 8개국의 대표는 "K-라이스벨트 사업이 단순한 자금제공을 넘어 한국의 경험과 기술을 전수함으로써 아프리카가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되는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정황근 장관은 “직접 아프리카를 다녀오면서 구상한 K-라이스벨트 사업이 여러 차례의 실무단 현장 방문, 8개국과의 집중적인 협의를 거쳐 정식 출범하게 되었다”면서, “국내외 참석자들이 많은 기대를 표현해주신 데 부응하여, 아프리카의 쌀 자급률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K-라이스벨트 관계장관 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한편, K-라이스벨트 사업은 쌀 생산량 부족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한국의 녹색혁명 경험을 공유하여 기아 종식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국가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상국은 서아프리카 5개국(가나, 기니, 기니비사우, 감비아, 세네갈), 중앙아프리카 1개국(카메룬), 동아프리카 2개국(우간다, 케냐) 등 총 8개 나라다. 본격적인 사업은 2023년 가나를 시작으로 2024년에 감비아, 기니, 세네갈, 우간다, 카메룬, 케냐 등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기니비사우의 경우 2025년부터 추진하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올해 벼 종자 2천여 톤 생산을 시작으로 2027년부터 연간 다수확 벼 종자 1만 톤을 생산· 보급하여 연간 약 3천만 명에게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참고로 아프리카 평균 쌀 생산량은 ha 당 1.5～3톤에 불과하나, 이스리-6ㆍ7 품종의 경우, 연간 쌀 5~6톤을 생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벼 재배단지 확보와 생산 인프라 조성에 박차를 가한다. 국가별로 50~100ha 규모의 안정적인 벼 종자생산 단지를 구축하고 종자 재배단지에 경지정리, 용배수로, 경작로 등 생산 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다. 둘째, 다수확 벼 종자를 생산한다. 농촌진흥청 벼 전문가 파견, 기술지도 등을 통해 현지의 벼 전문가 양성하고, 농업 투입재(농약·비료), 농기계, 종자 저장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농가에 안정적으로 종자를 보급한다. 각 수원국별 종자 생산 및 보급 체계, 종자 등록 등 농업 제도·규제 상황과 시장 유통체계 등을 조사하여 국별 보급 체계를 구축한다. 수원국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농가의 생산 참여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우리는 바야흐로 지구촌 시대를 살고 있다. 4~50년 전 아프리카로 날아간 한국인 육종학자가 개량한 카사바가 지금은 한국으로 수입되고, 또한 한국 쌀이 아프리카 식량난 해결을 위해 아프리카에 보급되는 단계에 와 있다. 식량난 앞에서는 국가와 민족이 따로 없다는 인류애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한 우리 농림축산식품부의 노력이 큰 결실을 맺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바람직한 일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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