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는 축산농가의 생산성과 수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값싸고 질좋은 소비트렌드에 부합하는 사료를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분발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프리미엄 제품을 향한 노력은 그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가축 사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프리미엄 쇠고기로 세계적 명성이 자자한 일본의 와규, 그 중 고베 와규는 소에게 맥주를 먹이고 마사지까지 해주며 고기 맛을 차별화한다. 이를 따라하는 게 자연스러워지다보니 우리나라에서도 ‘강진맥우’라는 상표가 등록된 명품 한우가 탄생했다. 맥주보리를 발효시킨 알콜액상 사료로 소를 사육하는 방법으로 특허까지 냈다. 갤러리아 백화점과 손잡고 만들어서 기업-농가 상생 브랜드 대표사례로 늘 손꼽히고 있다.

그런가하면 홍삼으로 제품화하고 남은 부산물이나 찌꺼기를 일컫는 홍삼박 역시 소의 먹이로 활용되고 있다. 사실은 꽤 역사가 깊다. 홍삼이 몸에 좋듯이 홍삼박 또한 소한테 이롭고 육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에서 예전부터 시작됐지만, 이젠 어엿한 사료 배합물로 대접받고 있다. 홍삼박을 섞은 배합사료는 인삼의 고장 전북 진안에서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처음엔 홍삼박을 갈아서 소에게 먹이다가 차차 노하우가 쌓이자 홍삼박을 활용한 배합사료 프로그램을 짜서 체계적으로 활용해봤다. 그랬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는 게 진안군 홍삼한우 협동조합 관계자의 전언이다.

2016년 결성된 홍삼한우 협동조합은 이내 무항생제 인증도 받아내고 섬유질 배합사료공장까지 짓는 단계로 거듭났다. 소고기 육질이 최상위, 상위 등급으로 인정받는 비율이 늘어나고, 내장이나 머리 등을 떼어낸 소의 무게(도체중)도 홍삼박 사료를 먹이기 전과 후가 439㎏에서 477㎏으로 무려 10% 가까이 늘어났다. 한우농가에겐 여러모로 좋은 결과가 나오자 너도 나도 홍삼박 배합사료를 먹이기 시작했다.

칡도 사료로 쓰인다는 것을 아는 이는 아직까진 드물다. 하지만 ‘칡덩굴 제거 부산물 조사료화 시범사업’이란 게 추진중이라는 걸 알고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전국한우협회(회장 김삼주)는 최근 산림청(청장 남성현)과 손잡고 국내산 조사료의 다변화와 산림생태계 보전을 위해 신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름하여 ‘칡덩굴 제거 부산물 조사료화 시범사업’이다. 한우협회는 농가 경영안정 및 탄소중립 실현을 정부기관과 함께 도모하기 위해 이 사업을 벌이게 됐다고 자부하고 있다.

여름철 칡이 농촌 지자체의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된 마당에 칡을 활용한 가축 사료화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칡이 무성해진 농촌 지자체는 지자체별로 예산을 들여 칡덩굴 제거작업을 벌이는 게 요즘 농촌의 현실. 칡덩굴 제거 부산물 조사료화 시범사업의 내용은 덩굴 제거로 수집된 칡 줄기, 잎 등의 산림부산물을 보관해서 건조·가공 등 조사료화 과정을 거쳐 농가에 공급된다.

람이 먹지 않는 괭생이모자반 등을 소나 가축의 사료,사료첨가제로 활용하는 방안은 세계적으로 인기리에 연구가 진행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 맥주, 홍삼박, 칡 등 산림부산물 까지 활용하는 축산 사료 분야

그런데 소나 돼지의 육질만 향상시키는 게 요즘 사료생산의 추세는 아닌 것 같다. 최근엔 고기 맛 뿐 아니라 환경까지 보호하는 축산 아이디어도 풍성하게 쏟아져 나온다. 바다에 널리고 널린 붉은색 홍조류로 만든 사료 첨가제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제품화를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왜냐하면 홍조류를 사료화해서 섞여 먹인 소가 방귀와 트림이 95%나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해조류가 가축으로부터 발생하는 메탄가스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  이 발상 하나로 해조류는 이제 당당히 전 지구적 환경보호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사람이 먹지 않는 괭생이모자반 등을 소나 가축의 사료,사료첨가제로 활용하는 방안은 세계적으로 인기리에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의 해조류 생산량은 세계 3위 수준인 연간 180만 톤으로 알려져있는데, 바로 이 점이 세계 가축사료 시장에서의 한국 해조류 활용에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그런가하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쌀을 사료로 사용한 돼지고기나 계란 등의 축산물이 증가 하는 추세다. 사료용 쌀은 옥수수와 거의 같은 영양가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먹은 가축의 육질이 부드러워지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축사료에 쌀 사료를 10% 정도 섞여 먹이는 게 보통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당연히 시장에서 높은 값을 인정받고 팔린다.

꼭 일본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우리나라도 올해 결국 남는 쌀을 가축 사료용으로 쓰기로 결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정부 양곡(미곡) 14만 톤을 올해 말까지 사료용과 주정(酒精)용으로 각각 7만 톤씩 특별처분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6년 이후 7년 만에 내린 특별처분이다. 5월 기준 정부의 양곡 재고량은 약 170만 톤. 이는 적정 재고량인 80만 톤의 두 배 가까운 수치.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사료용,주정용 수입원료 대체효과 때문인데, 결과적으로 약 6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선진은 최근 미얀마 현지법인 선진미얀마가 '미얀마의 제2도시'로 알려진 북부 만달레이 지역에 제 2사료공장을 준공했다. 사진은 선진의 미얀마 제2사료공장 전경 [사진=선진]

◇ 메탄가스 예방 해조류 활용 사료 개발 한창... 남는 쌀, 한시적 사료용으로

우리나라 굴지의 사료업체들도 이색적인 사업아이디어와 더불어 환경보호까지 생각하는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사업확장도 한창이다.

축산식품전문기업 선진(총괄사장 이범권) 역시 사업규모와 범위를 확산해나가고 있다. 선진은 최근 미얀마 현지법인 선진미얀마가 '미얀마의 제2도시'로 알려진 북부 만달레이 지역에 제 2사료공장을 준공했다. 국내 축산기업 최초로 미얀마에 진출한 선진은 미얀마 남부 바고 지역에 첫 번째 사료공장을 설립한 바 있다. 제2사료공장까지 준공해서 선진 미얀마는 기존의 연간 생산량의 두 배가 넘는 30만 톤 이상의 사료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선진은 1997년 필리핀 진출에 이어 베트남, 중국, 인도 등에서 해외법인을 운영중이다. 선진 해외법인은 2025년까지 총 150만 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돼지의 장 건강 개선 사료첨가제를 최근 출시했다. 사측은 돼지 장건강 개선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사료첨가제 'GutLuk(것룩)'을 출시해, 어린 돼지의 장내 염증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어린 돼지의 장에서 영양소 흡수율이 높아지고 성장이 촉진되는 원리라는 점도 덧붙였다. CJ제일제당은 이달 국내 판매를 시작해 올해 하반기에는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으로 제품 판매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에 출시한 '것룩'은 식물유래 성분과 기능성 원료를 배합해 만들었다는 특징도 있다. 그동안 쓰였던 ‘산화아연’이 돼지 분변으로 배출돼 토양∙하천 등의 중금속 오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것룩'은 환경오염을 줄여나가는 대안적 사료첨가제로 인정받을 전망이라고 CJ는 기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이러한 제품개발 노력과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국제 곡물 가격도 안정세를 찾아가는 분위기다. 국내 사료값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5월 국제 밀, 옥수수, 콩 선물가격이 모두 전월ㆍ전년과 비교해 일제히 하락하는 분위기도 사료 가격 안정에 기대를 걸게 만드는 대목이다. 구체적으로는 밀 선물가격이 전월과 전년보다 각각 6.7%, 45.4% 떨어졌다. 옥수수와 콩 선물가격 역시 전월·전년 대비 각각 6.7%, 22.6%와 6.3%, 16.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료는 축산농가의 생산성과 수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값싸고 질좋은 소비트렌드에 부합하는 사료를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분발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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