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국의 한 방송국(NBC)가 <떡볶이의 점령>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길거리 음식 수요가 미국에서 급증한다는 뉴스를 낸 바 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외국인들에게 떡볶이를 우리말 그대로 발음하지 않고 영어로 풀어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그건 바로 Rice cake(쌀로 만든 케익)이라는 단어. 그 앞에 ‘맵다’는 뜻의 ‘spicy’가 자리하거나 ‘양념했다’는 의미로 ‘seasoned(시즌드)’ 라는 단어가 붙기도 하고, ‘볶다’라는 뜻의 ‘Stir-fried(스티어 프라이드)’가 추가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떡볶이를 외국인에게 설명할 땐 쌀이라는 영어단어 'Rice'(라이스)가 들어간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쌀떡볶이와 밀떡볶이 중 어느 쪽을 선호할까?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선호가 갈리는 지라 외국인들은 어떨까 싶어 자료를 이리저리 찾아봐도 딱히 정답은 없어 보인다. 다만 한 음식평론가의 ‘외국인, 특히 서양인은 미끈미끈한 식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언급으로 외국인의 입맛을 가늠해볼 따름이다.

지난 3월 미국의 한 방송국(NBC)가 <떡볶이의 점령>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길거리 음식 수요가 미국에서 급증한다는 뉴스를 낸 바 있다. ‘베개 같은 떡에 끈끈한 고추장 소스’라거나 ‘양념된 음식’ 같은 표현을 사용해 한국의 떡볶이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볼 때, 미국 현지인의 입장에선 ‘다소 신기한 음식’이란 뉘앙스가 묻어 나온다. 하지만 기사 내용 중에 “코스트코 등 미국 전역 대형매장에 떡볶이가 입점했고, 온라인 판매가 급증하는가하면, 떡볶이 전문점도 늘고 있다”는 부분을 보면 미국에서의 떡볶이 인기는 단순한 호기심 차원은 이미 훌쩍 넘어선 듯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 CJ제일제당이 K-스트리트푸드(길거리 음식) 세계화에 나서기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떡볶이·핫도그·김밥·김말이·붕어빵·호떡 등 6개 품목을 K-스트리트푸드 전략 품목으로 선정했다. 흥미로운 점은 6개 중 첫 번째가 바로 떡볶이라는 것. 그만큼 대표주자로 앞세울만 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회사측은 이 6개 품목에 인기절정의 ‘비비고’ 브랜드를 붙여서 미주,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계획의 첫 번째 스텝은 떡볶이를 K스트리트푸드의 첫 카테고리로 낙점해, 6월부터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베트남 등에 수출한다는 것이다. 현지 사정을 고려해 떡볶이 용기를 컵이나 파우치 형태로 만들고 상온 제품으로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떡볶이의 판매현황을 살핀 뒤에 오는 8월부터는 핫도그, 김말이 , 김밥 , 붕어빵, 호떡 등도 수출을 개시할 계획이다.

해외에서의 떡볶이 등 쌀가공식품의 인기와 판매 급증은 국내 쌀가공산업 전반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 미국 방송국에서 뉴스 주인공이 된 떡볶이... CJ는 떡볶이 수출 시작

해외에서의 떡볶이 등 쌀가공식품의 인기와 판매 급증은 국내 쌀가공산업 전반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서로 시너지효과를 발휘해 쌀가루 산업화, 글루텐 프리 식품 활성화, HMR(가정간편식) 상품 시장 확대 등 전반적인 식문화의 프레임을 변화시켜나가고 있는 것.

현행법상 국가 또는 지자체는 쌀 가공산업의 육성, 수출 경쟁력 제고 및 해외시장 진출 활성화를 위해, 쌀 가공품의 대표브랜드를 홍보하거나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자 등에 대하여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쌀 가공산업은 영세한 중소기업이 영위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연구 및 개발에 대한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때문에 가공업자가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기는 어려운 실정으로 쌀가공품의 수출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광주시갑,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쌀가공산업 육성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를 통해 쌀가공산업의 국외 판로 확대를 위한 정책 수립 및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는게 소 의원측 설명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쌀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기본 계획에 쌀가공품의 국외 판로 지원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농식품부장관이 쌀가공품의 국외 판로를 확대해 ▲내수 위주의 쌀가공업자, 수출을 준비하거나 추진하는 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 중 쌀 가공품 수출을 준비하거나 추진하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쌀가공품의 국외 판로지원에 관한 정책 수립을 위해 쌀가공품의 수출입 동향을 분석 공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소병훈 의원은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쌀가공 관련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 의원은 “쌀 가공산업은 쌀 소비를 활성화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앞으로도 쌀가공산업의 건강한 발전이 쌀 소비 촉진 그리고 쌀값 안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도록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도 이번 개정안이 쌀가공식품 수출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쌀가공식품이 해외에서 건강식품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개정안은 시의적절하다는 반응과 함께 정부도 ‘제3차 쌀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기본계획’에 쌀가공식품 수출 부분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정황근 장관이 가루쌀을 활용하는 제과전문점을 방문하여 소비자 관심과 가루쌀 시장 확대를 위한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 쌀가공식품 수출 확대 위한 「쌀가공산업 육성법」 개정안도 발의

이렇듯 쌀가공식품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 30일 농식품부가 주최하고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대한제과협회가 주관한 '가루쌀빵 신메뉴 품평회'에서 올해 최고의 가루쌀빵을 만든 동네빵집을 선정했다.

농식품부는 가루쌀빵 신메뉴 개발을 위해 지난 3월 30일 대한민국 제과명장, 지역 명인, 제과기능장 등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동네빵집 19개 업체를 뽑았고, 각 업체는 가루쌀 특성을 반영한 76종의 신메뉴를 개발했다. 이후 제과·제빵 전문가 15명, 소비자단체(한국부인회 총본부) 33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맛, 시장성, 창의성, 가루쌀 배합비율(가루쌀 외 밀가루 사용 불가) 등을 기준으로 19개의 우수메뉴를 최종 선정했다.

대상은 경남 ‘김태민발효쌀빵’의 ‘쇼콜라 카스테라’가 차지했는데, 이 메뉴는 얼핏 보면 쿠키 슈 같지만 부드러운 카스테라로 촉촉하고, 가루쌀 특유의 찰기로 쫀득함을 느낄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우수상은 서울 ‘하이그라운드제빵소’의 ‘클래식 미(米) 브레드’, 경기 ‘에센브로트’의 ‘쌀 B.A.P 마들렌느’ 등 2개 메뉴, 우수상은 대전 하레하레베이커리의 ‘쑥설기’, 경기 ‘홍종은베이커리’의 ‘사과꽃 피는 동백섬’, 충북 바누아투과자점의 ‘구운 쌀 꽈배기’ 등 3개 메뉴가 선정되었다. 대상과 최우수상에는 농식품부장관상, 우수상은 농정원장상이 돌아갔다.

농식품부에서는 이번에 개발된 신메뉴들이 소비자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우선 신메뉴 제조기술 확산을 위해 지역 제과업체를 대상으로 권역별 기술전수회를 개최하고, 온라인으로 요리법도 공개하여 일반인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백화점·지역빵축제·식품박람회 등에 팝업스토어나 가루쌀 홍보관을 운영하고 대형마트 문화센터와 연계하여 요리교실도 개최한다. 또한 대학에서 운영하는 ‘천원의 아침밥’에서도 가루쌀빵을 간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전한영 식량정책관은 “제과·제빵 명장, 지역명인, 빵지순례 등으로 유명한 지역 제과점 19곳에서 개발한 가루쌀빵 신메뉴는 떡류·주류·즉석식품 중심이었던 쌀 가공식품의 저변을 확대하고 건강한 식생활 등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와 새로움을 찾는 MZ세대의 입맛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런저런 쌀가공식품 관련 흐뭇한 소식들은 어쩌면 지난 세월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기관이나 민간 할 것 없이 관련제품 개발에 매진해온 결과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전라남도농업기술원은 편의점 삼각김밥용 쌀을 개발해냈고, 농진청이나 관련기관들도 쌀국수용 쌀, 파스타 면 전용쌀, 돌솥밥용 쌀 등을 개발해 쌀가공식품산업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왔기 때문이다.

이런 오랜 노력을 바탕으로 정부는 ‘쌀가루 산업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7년까지 쌀가루 전용 품종인 분질미 20만톤을 공급함으로써, 연간 밀가루 수요(약 200만톤)의 10%를 대체하겠다고 발표한 것. 여기에는 쌀 가공산업 시장 규모를 10조 원 대로 키울 포부가 숨어있기도 하다. 쌀가루 산업화와 쌀가공식품 시장 활성화를 통해 우리 쌀의 위상이 점점 변해가고 있다. 지켜보며 격려할 일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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