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고향세 시행에 앞서 전국의 각 지자체들은 각 지역의 특색있는 답례품을 내걸었다. 사진은 경북 청송군의 사과 [사진=청송 심부자농장]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손흥민도 고향세를 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방탄소년단(BTS) 제이홉도 마찬가지로 고향세라는 걸 납부(?)했다. 물론 이게 진짜 세금은 아니다. 어쨌거나 이들은 모두 2023년 올해 들어 ‘고향사랑기부제’에 적극 동참해 고향세라는 것을 널리 알린 인물들이다.

고향사랑기부제(일명 고향세)는 올해 1월부터 시행한 것인데, 한 개인이 자신의 고향에 기부하면 그 돈을 지자체가 그 지역 주민들을 위해 쓰는 제도를 말한다. 여기서 고향이란 기부하는 사람 본인의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제외한 전국의 243개 지자체가 포함된다.

그렇다면 고향사랑기부금 시행 100일이 지난 현재 모금액을 가장 많이 거둬들인 곳은 어디일까? 이 실적이 꼭 고향사랑의 증표나 증거는 아니겠지만, 어쩌면 고향을 떠나 사는 출향민들의 고향생각의 한 단면이랄 수도 있겠다 싶다.

조사결과 고향세 모금액 상위 5곳 중 3곳이 전라북도 지역 시와 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이만희 국민의힘(행정안전위원회) 국회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그렇다. 전국 1위는 전북 임실군으로 100일 동안 무려 3억 1500만 원을 모금했다. 참가인원은 총 941명, 한 사람당 평균 기부금액은 11만 1천 원이었다.

특이한 점은 전라북도 군 지자체들이 전국 상위10위권의 절반을 차지했다는 것인데, 임실이 1위, 순창군(3위), 김제시(5위), 고창군(7위), 무주군(8위) 등인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임실군에 이어 순창군은 2억 7400만 원, 김제시 2억 3300만 원, 고창군·무주군 각 1억 6100만 원이었다.

고향세 기부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이 답례품에 관심이 많은 게 사실. 고향세 제도를 먼저 시작한 일본의 경우,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답례품 때문에 고향세 기부에 참가하게 됐다는 응답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답례품의 수준과 모금액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초 고향세 시행에 앞서 전국의 각 지자체들은 각 지역의 특색있는 답례품을 내걸었다. 청송 사과, 영광 굴비, 성주 참외를 비롯해 대전은 ‘성심당’ 빵 선물세트, 전북 전주는 한옥마을 숙박권, 경북 울릉군은 울릉 크루즈 스위트룸 왕복 티켓, 춘천 남이섬 입장권, 화천 산천어축제 낚시권, 단양 쏘가리 방류 체험권 등을 답례품으로 내놨다

이만희 의원은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100일 긴급진단 토론회'를 열고 "경기 부천의 '프로축구 시축', 전남 영암의 '천하장사와 함께하는 식사데이트권', 경남 창녕의 '따오기 방사식 참여권'과 같은 체험형 답례품은 해당 지역에서의 2·3차 소비를 창출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이색적인 답례품 발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향사랑기부금을 내고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고향사랑e음 사이트 첫페이지

◇ “특색있는 체험형 답례품이 고향세 참여율 높인다”

맞다. 이만희 의원의 말처럼 고향세 활성화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체험형 답례품’ 개발이 우선이라는 말이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TV예능에 씨름선수단의 일상생활과 시합 등이 소개돼 씨름 인기 부활에 앞장섰던 전남 영암의 답례품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암의 ‘천하장사와 함께하는 식사데이트권’는 100만 원 이상을 기부한 기부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답례품 중 하나로 세 가지 특별 프로그램을 구성해 눈길을 끈다.

첫 번째는 씨름 프로 선수들과 함께하는 샅바 메는 방법부터 씨름기술 까지를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 두 번째는 씨름 선수들과 기부자들이 영암군 대표 보양식인 갈낙탕(갈비+낙지탕), 육낙(육회+낙지), 낙지볶음, 낙지호롱이, 연포탕, 매력한우 등을 함께 즐기는 식사데이트. 세 번째는 식사 후 기념품 증정, 단체 사진·기부자가 원하는 컨셉의 사진촬영 등이다. 한마디로 씨름과 씨름선수의 모든 것을 체험해보는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다.

경남 창녕의 ‘따오기 방사식 참여권’은 기부자가 지역에 체류하면서 2·3차 소비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우포늪으로 유명한 경남 창년은 깐마늘, 쌀, 토마토, 파프리카, 새송이, 양파 및 양파 가공품, 우포따오기 방사식 참여권, 우포생태촌 체험권, 창녕 한우, 창녕사랑상품권 등 10개를 답례품으로 준비한 바 있다.

이처럼 체험형 답례품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고향사랑기부제 조기 정착을 위한 제도 개선과제’라는 주제발표에서는 ‘체험형 답례품’ 발굴과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특히 기부자 거주지에서 1차 소비로 끝나는 답례품(농수축산물 및 가공식품)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점도 지적됐다. 해당 지자체로 방문해 관광체험 등 2·3차 소비가 창출되는 답례품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례도 제시됐다.

고향세가 활성화되려면 제도적 측면에서 보완해야할 점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고향사랑기부제 촉진을 위해 기부금 상한액을 없애고, 세액공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바로 대표적이다. 사진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사진 오른쪽)은 농협은행 본점영업부를 찾아 고향사랑 기부금을 납부하고 있는 모습 [사진=농협중앙회]

◇  “답례품이 1차 소비를 넘어 관광체험 등 2,3차 소비로 이어져야”

고향세가 활성화되려면 제도적 측면에서 보완해야할 점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고향사랑기부제 촉진을 위해 기부금 상한액을 없애고, 세액공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바로 대표적이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13만 원을 돌려받는다는 식으로 홍보가 되면서 10만 원만 기부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세액공제 확대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한 1년 동안 기부 상한액은 500만 원인 점과 기업은 기부를 할 수 없다는 점도 해결해야할 문제점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부 상한액을 과감히 없애고 기업도 기부를 할 수 있게 해야 고향세가 더욱 크게 도움이 되는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농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애초 고향세 도입 목적과 달리 체험형 답례품 위주로 관광화 되어가는 것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는 지적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일본 역시 답례품에 의한 농업 생산 왜곡 및 유통망 훼손의 비효율성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 즉 답례품으로 제공하기 위해 특정 작물만을 집중 재배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생산량 변화나 유통시스템 왜곡 등도 우려된다는 뜻이다.

체험형 답례품의 경우에는 그런 부작용, 농산물 생산 왜곡 등의 현상이 없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고향세 시행 후 관련논의가 진행되면서 1차 농산물 중심의 답례품 제공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제도적인 문제와 함께 지자체간 지나친 실적 경쟁이 벌어지면서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기부와 실적을 강요하는 등의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 소속 공무원들에게 기부를 강요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무원 노조가 반발 성명을 내는 일도 생겨났다. 전라북도시군공무원 노동조합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소속 공무원들에게 기부를 강요하지 말 것을 엄중 경고해 왔지만 그 경고를 무시한 과열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국가가 해결해야 할 지방 소멸 문제를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고 지적하는 일도 벌어졌다.

고향세, 시행초기의 이런저런 부작용을 완화하거나 제도개선을 통한 활성화를 모색할 때가 왔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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