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식품 전문가들은 설탕 대신 조청을 더 많이 소비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알다시피 조청은 쌀, 찹쌀, 조, 수수, 옥수수 등 전분질 재료를 엿기름 물에 삭혀 그 액상성분을 추출, 졸인 걸 말한다. [사진=청순밥상 홈페이지]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꿀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조청(造淸)부터 언급해야겠다. 같은 단맛을 지닌 식품인데도 꿀과 조청이 가는 길이 상당히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둘 다 앞날이 탄탄대로만은 아니지만, 꿀과 조청의 소비와 유통행태를 비교했을 때 일말의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디어에서 다루는 조청 이야기는 나름 신선하다. 전망도 밝아 보인다. 물론 꿀에 비해서 그렇다는 뜻이다. 많은 식품 전문가들은 설탕 대신 조청을 더 많이 소비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알다시피 조청은 쌀, 찹쌀, 조, 수수, 옥수수 등 전분질 재료를 엿기름 물에 삭혀 그 액상성분을 추출, 졸인 걸 말한다.

바로 이 조청으로 엿도 만든다. 엿 만드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은 안다. 조청이 엿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얼마나 신기하고 환상적인지를. 지금도 전북 임실 ‘박사마을’이라는 곳에서는 엿을 특산품으로 내세워 전국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박사마을은 엿으로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80호 원이숙씨를 탄생시킨 곳이다.

조청으로 엿만 만드는 건 아니다. 조청에 떡을 찍어 먹거나 각종 요리에 설탕 대신 넣곤 한다. 우리나라 조청은 쌀이 주원료라서 조청의 효능이 예전부터 널리 회자되어 온 것도 사실. 피를 맑게 하고, 체질도 개선해주고, 우리 몸에 부족한 각종 영양소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전해져 온다. 요즘엔 조청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져서 강정, 전통 과자 등을 만들 때도 쓰인다. 조청 재료도 쌀 뿐 아니라 무, 도라지, 홍삼 등으로 다양해졌다.

스틱형 쌀 조청도 선보여 호평 일색이다. 전북 순창에 있는 가향식품이란 작은 영농법인에서는 블루베리 엿과 스틱형 조청 제품을 지난 ‘2018쌀 가공식품산업대전’ (RICE SHOW)에출시, 해외 바이어들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알려진 바로는 스틱형 조청 70만포, 700만불의 매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해진다.

인기의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조청은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식물성 발효식품이기 때문에 유럽 각국의 ‘프리프롬(free-from 식품 = 글루텐 제거, 설탕 무사용, 무GMO 등의 특징을 지닌 식품) 시장에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 ‘당당(堂堂)’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조청제품은 같은 해 스웨덴에서 열린 프리프롬 푸드 엑스포에서도 역시 이름을 알렸다.

경북의 향토기업인 대흥식품 역시 60년 넘게 조청만을 전문으로 제조, 판매하는 회사인데, 지난 2016년 처음 조청 토마토잼을 개발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인정을 받은 뒤 2017년 5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2017년 11월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개최된 박람회에 조청 제품을 출품해 큰 인기를 얻었다. 블루베리, 사과, 딸기를 첨가한 조청으로 제품 라인을 확대한 대흥식품은 ‘꿀보다는 달고, 시럽이나 설탕보다는 깊은 단맛’을 유럽인들이 인정한 때문이라고 인기 비결을 설명한다. 그런가하면 전북 고창군 선운산 부근 ‘선운도원’의 화산조청은 슬로푸드 운동에 힘입어 ‘맛의 방주’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근 미국 뿐 아니라 많은 선진국들에서는 설탕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따라서 설탕 대체물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 중 천연 감미료로는 스테비아, 꿀, 옥수수 시럽와 메이플 시럽 등이 손에 꼽힌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전통 ‘조청’이 건강식품으로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조청이 또 하나의 인기 K-푸드 반열에 오를 날이 올 수도 있다. 떡볶이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예상치 못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2023년 현재, 조청을 앞세운 세계 감미료 시장, 프리 프롬 시장 공략이 불가능한 곳만은 아니라는 뜻. 조청으로 단맛 낸 떡볶이, 조청 가미 김부각, 조청 쌀과자, 인삼 조청, 구아바 조청, 망고 조청 등등 무궁무진한 ‘무설탕 프리 프롬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세계 무첨가식품 시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국내 프리프롬 시장 규모는 이미 3조 원대에 안착했다. 코로나 시국을 거치며 그 시장규모는 더욱 커졌다는 게 정설.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이탈리아 시장에 출시된 1만 3153개의 식품 제품이 프리프롬 식품이다. 이탈리아의 프리프롬 시장은 약 70억 유로(약 10조 원)으로 추산되며, 이탈리아 전체 식품시장의 18.3%를 차지한다. 어떤가, 전 세계 프리프롬 시장이 미지의 신대륙으로 느껴지지 않나?

미국 뿐 아니라 많은 선진국들에서는 설탕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따라서 설탕 대체물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 중 천연 감미료로는 스테비아, 꿀, 옥수수 시럽와 메이플 시럽 등이 손에 꼽힌다.  [사진=픽사베이]

◇ 설탕과 차별화 통해 세계시장 공략중인 ‘조청’... 맛의 방주에도 등재

이번엔 조청과는 좀 다른 분위기인 꿀 이야기다. 이상기후에 따른 꿀벌 개체 수 급감 등 양봉산업 침체로 최근 5년간 국산 천연 꿀 수출량이 90% 이상 감소했다. 지난 202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것인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어기구(충남 당진)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해봤더니, 국산 천연 꿀 수출량이 지난 2017년 53.1톤에서 지난 2021년엔 5톤으로 무려 90.6%나 감소했다는 것. 같은 기간 동안 꿀 수입액은 943만 달러에서 1534만 달러로 약 60%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가 꿀 수출국이라기보다 꿀 수입국이라는 얘기다.

꿀 수출과 수입의 불균형을 극복할 시장이 중국이라는 전문기관의 분석도 나왔다. 코트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중국 난징무역관의 지난 2021년 중국 꿀 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그렇다. 상대적으로 수입 꿀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선호도를 고려해 중국내 편의점, 백화점 판매 확산 및 온라인 라이브커머스 확대를 통해 수출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 자료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에게 가장 익숙한 한국산 꿀 상품은 유자차, 꿀 과자 혹은 꿀 성분을 가진 화장품 상품. 중국의 한국 꿀 수입 규모 성장세와 더불어 꿀의 다양한 파생상품 중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제품이 많은 점이 한국 꿀의 중국수출 확대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수출을 늘리려고 해도 정작 우리나라 꿀 작황이 좋질 않다. 지난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 겨울까지 폐사한 꿀벌이 39만 봉군(벌떼) 78억 마리로 나타났기 때문. 이는 국내 사육 꿀벌의 16%에 달한다.

이러한 꿀벌 실종·폐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농축산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최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산림과학원이 앞장서 새로운 밀원식물을 발굴하고, 기후변화에 대응가능한 밀원식물 신품종 육성 연구 및 밀원단지 소득증진 모델을 만들어 이를 실증하는 연구를 수행하자는 것.

중국 소비자에게 가장 익숙한 한국산 꿀 상품은 유자차, 꿀 과자 혹은 꿀 성분을 가진 화장품 상품 등이다. [사진=픽사베이]

◇ 수출 줄고 수입 꿀 증가 추세... 국산꿀 프리미엄 대접받는 중국 겨냥 바람직

하지만 이미 양봉농가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꿀벌의 중요성을 망각한 채 집단폐사로 생존권을 위협 받는 양봉농가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 농가들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고 있다.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 우리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올 수밖에 없었다.” 윤화현 한국양봉협회장은 가두시위 현장에서 정부를 맹성토하고 나섰다.

삭발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이승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과 손세희 대한한돈협회장, 이은만 농축산연합회장 등 농축산단체장들의 지지에 힘입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양봉대책을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며 정확한 피해조사부터 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아울러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꿀벌 집단폐사 보상금 지급과 꿀벌 입식자금 지원, ▲꿀벌 집단폐사를 자연재해로 인정, ▲양봉직불금 도입과 벌꿀의무자조금 조속히 시행, ▲꿀벌 병해충 방제약제 관련 정부지원 예산 대폭 확대, ▲농림축산식품부 내 양봉전담팀 조속히 신설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에 앞서 양봉농가와 양봉농협(농협중앙회 산하 품목농협)의 꿀 관련 제품 다양화도 힘써야할 부분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21년 한국양봉농협과 빙그레가 손잡고 출시한 꿀맛우유는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꼽힌다. 국내산 꿀 소비활성화를 촉진하는 바람직한 프로젝트라는 평가도 나왔다.

꿀을 블렌딩해 새로운 맛을 내는 블렌딩 꿀 상품도 있다. ‘로컬웍스’라는 회사는 경남 산청 지리산 일대에서 채집한 벌꿀에 천연 재료를 더해 ‘블렌딩허니’를 만들어 판다. ‘워커비(WORKERBEE)’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내놓은 블렌딩 꿀 제품은 약 13종. 레몬, 유자, 초코, 생강, 바닐라, 시나몬, 모히또, 라벤더, 얼그레이 등이다.

한편 한국양봉농협 누리집(홈페이지)에는 꿀 관련 베스트상품, 벌꿀상품, 건강기능식품이 진열되어 있다. 계피꿀 스틱, 홍삼꿀 스틱, 프로폴리스 치약, 프로폴리스 비누, 프로폴리스 샴푸 등등 어느 마트나 상점을 가더라도 볼 수 있는 제품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고 볼 수 있는 상품들이다. 신선한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제품이라도 해도 무방할 듯 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농식품부와 농협이 할 일은 뭘까? 양봉농가의 입장을 원만하게 수용하면서 꿀 생산을 늘리는 게 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건 바로 국산 꿀의 프리미엄 제품화 및 수출 확대 방안 마련 그리고 꿀 관련 제품 다양화일 것이다. 생산과 유통 모두를 고려해야만 국내외 소비자들의 국산꿀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식품기업들은 자사의 인기제품에서 인공색소를 빼고 (free-from) 파프리카, 울금 등으로 푸른색과 노란색을 입히는 노력도 하고 있다. 국산 조청이든 국산 꿀이든 ‘프리 프롬’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자격은 충분하다. 이제 과감하고도 현명한 실행만이 남아있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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