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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쌀 값 안정 미봉책... 근본 해법 필요기존 정책 돌려막기식 대증요법 한계... 쌀 산업 키우는 장기적 대책 세워야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쌀 값 폭락에 전국 농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본격적인 수확기를 앞둔 농촌에는 쌀 값 보장을 촉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와 함께 논갈아엎기 투쟁이 한창이다. 풍년의 기쁨보다 떨어진 쌀값에, 정부의 무성의한 대책에 농부의 시름은 더욱 깊어간다.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는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쌀로 만든 쌀가공식품들 역시 일부를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소비가 크게 늘지 않는 현실이다. 대표적인 쌀 전통식품인 떡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동네 곳곳에서 떡집을 보기 힘든 이유가 밝혀졌다. 

최근 3년 동안 동네 떡집이 약 700개소가 폐업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 떡집 수는 2018년에 약 1만 7200개였다가 지난해 2021년엔 1만 6500개가 됐다. 매년 200~300개씩 줄어드는 추세. 이러다 동네 떡 방앗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된 이유는 뭘까? 떡 관련 전문가들은 출생률 감소, 결혼연령 고령화, 이사 감소, 떡 돌리기 문화가 사라지는 추세, 젊은 세대의 떡 외면 등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이 상호작용함으로써 쌀로 만든 떡이 점점 인기가 시들해지는 것으로 분석한다.

그런데 떡 소비 둔화와 출생률 감소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궁금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는 당연하다. 태어나는 신생아 숫자가 급감하다보니 돌잔치를 하는 횟수 역시 그만큼 감소한다. 그러다보니 돌떡을 장만할 일도 사라진다. 결혼식 때 결혼식장에서 신랑신부 어머니들이 함께 떡을 자르는 장면도 간혹 있지만, 그보다는 케이크 커팅이 훨씬 일반적이다. 집값 때문에 이사를 안 하니까 이사떡 챙길 이유도 없다. 물론 이사 왔다고 이사떡 돌리는 문화도 사라진지 오래다. 더구나 젊은 세대는 떡 말고도 먹을 게 천지다. 굳이 떡을 챙겨 먹을 이유가 없다. 떡 산업은 이래저래 첩첩산중인 형국이다.

쌀이든 떡이든 소비가 줄어드는 매우 중요한 원인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고기 소비 증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을 들어본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육류소비 증가였다는 게 통계로 밝혀졌다. 최근 전국한우협회가 밝힌 자료를 보면, 올해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약 56.5kg 수준. 이는 올해 1인당 쌀 소비량 추정치 약 54.8Kg를 넘어서는 수치다. 참고로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56.9kg이었다.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는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쌀로 만든 쌀가공식품들 역시 일부를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소비가 크게 늘지 않는 현실이다.  [사진=픽사베이]

◇ 쌀 소비 줄고 떡 방앗간도 폐업 늘어... 1인당 고기 소비량, 쌀 소비량 추월

그렇다면 고기를 넣은 떡을 만들어 팔면 될 거 같지만, 그게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떡을 비롯해 전반적인 쌀소비를 늘릴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그래서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연구소는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쌀 소비 확대와 식습관 개선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황성혁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의 쌀 공급과잉은 ‘소비 급감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연구위원은 "지속가능한 쌀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격리 의무화, 전략작물 직불제 활성화, 쌀 가공식품 다양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행란 국립농업과학원 연구관은 한식(쌀밥 중심)이 서양식(빵 중심)보다 심혈관 질환과 대사성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또한 강재헌 성균관대학교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쌀밥 중심의 식단이 복부비만 감소와 공복 혈당 감소에 미치는 효과가 서양식 식단보다 높다"고 역설했다.

참석자들은 또한 홍보 미흡이 쌀소비 저하와 연관이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언급된 쌀의 효능 및 과학적 연구결과가 과연 국민들에게 제대로 널리 알려지고 있느냐는 점을 질책하고 나선 것. 최지현 한국식생활교육학회장은 “쌀의 우수성 홍보와 식생활 교육이 부족하다. 알려진 내용이라도 정확하게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쌀 중심 식사인 한식으로 홍보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 또한 쌀 산업의 중요성을 국민들이 알게 해서 쌀 소비가 늘어나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쌀 자체 홍보도 중요하지만 쌀 연관 식품으로까지 홍보가 확대해야 한다는 뜻. 당연한 주장이다. 이해영 대한영양사협회 이사(상지대학교 교수)는 “이유식 첫 식품이 쌀이다. 쌀이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낮아서 안전하다는 뜻이다. 쌀이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더욱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우선실천단 쌀값정상화TF를 주축으로 21일 오후 1시 40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기국회 동안 적극적인 대정부활동과 함께 오는 26일 상임위 법안 통과시까지 국회의원 1인 릴레이 피켓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웹용 [사진=신정훈 의원실]

◇ 시장격리 의무화, 쌀 가공식품 다양화, 쌀과 한식의 우수성 홍보가 필요

쌀 소비 감소에 대한 해법을 찾는 동안, 2022년 유례없는 쌀값 폭락이 현실로 다가왔다. 45년 만에 가장 크게 떨어진 쌀값이라는 자료도 나왔다. 지난 8월 15일자 산지 쌀값은 20kg당 4만 2522원. 작년 동일 대비 23.6%, 평년 동일보다는 8.5% 낮은 수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 검색 결과 쌀 소매가격도 8월 4만 9640원으로 2018년 9월 이후 가장 낮다.

그런데 이런 쌀값 폭락 와중에도 수입쌀이 무려 2만 톤이나 시중에 풀려나갔다. 가공용도 아닌 밥쌀용 수입쌀이 무려 2만톤이나 국내에 유통된 것. 지난 9월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 올해 8월까지 약 2만 1250톤이 공매입찰 물량으로 나와 1만 7297톤이 낙찰돼 시중에 풀려나갔다는 것이다.

신정훈 의원은 "밥쌀용 수입쌀은 국내산보다 가격이 저렴해 쌀값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늦어도 1차 시장격리 매입이 시작된 올해 2월 이후 쌀값 폭락과 재고 과잉 상황을 고려해 밥쌀용 수입쌀 공매를 즉각 중단했어야 했"고 질타했다. 이어 "정부가 쌀 수출국들과 재협상에 나서 ODA(공적개발원조)로 대폭 전환하는 등 (수입쌀을) 국내산 쌀 시장과 완전히 격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전국의 도지사들은 쌀값 관련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정부를 향해 신속하고 단호한 쌀값 안정 대책을 요구한 것이다.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전국 쌀 주산지 8개도의 도지사들은 지난 9월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쌀값 안정대책 마련에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쌀값 안정대책 촉구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런 공동성명은 최초의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구동성.

도지사들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농민들은 생산비 상승과 쌀값 폭락으로 이중고를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 쌀농사가 흔들리면 농민(농업인)들의 삶은 물론 대한민국의 식량주권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즉각 쌀값 안정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공공비축 물량을 순수 국내산 쌀 100만 톤으로 확대, ▲올해 쌀 수요초과 생산물량 전량에 대한 선제적 공공비축미곡 매입 및 시장격리, ▲논 타작물 재배사업에 대한 국고지원 부활, ▲정부의 쌀 수급 안정대책 의무화 등을 요구했다. 도지사들은 또 “지난 20년간 쌀 생산비 상승률을 감안해 최소 쌀값 21만 원대 유지를 위해 정부가 굳은 의지를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농민단체들 역시 쌀값 안정 대책을 여야 정쟁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촉구했다. 8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은 지난 19일 “여야를 막론하고 쌀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의길은 “뒤늦게라도 ‘쌀값 정상화법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민생입법으로 선정한 것은 최소한 쌀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면서 “정부는 주곡인 쌀에 대해 목표가격제를 부활시켜 쌀농가가 지속가능하게 농사지을 수 있게 하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나올 쌀값 안정 정책이 쌀소비 증가 및 쌀가공식품, 한식 등의 소비증가로 이어질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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