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은 우리나라 농수산식품 수출에 있어서 전례없던 신기록을 세운 해였다. 수출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1년 이후 50년 만에 농수산식품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사진=HMM 홈페이지]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이건 뭘까? 궐련, 김, 참치, 라면, 음료, 커피제조품, 인삼, 맥주, 흡연용 담배, 설탕, 비스킷, 김치. 최근 3~4년 동안 꾸준히 1억 달러 이상씩 수출해온 농식품 리스트다.

잘 알다시피 인삼은 지난 2019년 처음으로 2억 달러 수출을 돌파했고, 라면은 거의 매년 4억 달러 이상씩 해외로 팔려나간다. 궐련과 흡연용 담배를 합한 담배류는 거의 매년 10억 달러 안팎이 수출되는 효자품목이다. 김치도 1억 달러 수준으로 지지난해부터 수출세를 회복했다. 이밖에 참치, 김은 매해 6억 달러 정도씩 수출되는 품목이다. 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담배, 참치, 김, 라면, 인삼, 설탕, 김치 등의 순으로 우리 농식품은 해외로 잘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 2021년은 우리나라 농수산식품 수출에 있어서 전례없던 신기록을 세운 해였다. 수출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1년 이후 50년 만에 농수산식품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기 때문. 12월까지 통계를 합산해보면 110억 달러를 거뜬히 넘어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수출이 증가한 이유는 쉽게 말해 ▲물건이 좋아서일 뿐 아니라 ▲케이팝(K-pop)과 케이드라마(K-drama) 등 한류의 도움 덕도 컸고 ▲홍보까지 잘 해서 3박자를 갖췄다는 것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불리한 여건이 오히려 수출확대의 기회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인삼과 김치가 ‘면역력’ 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게 그 확실한 사례일 수 있다. 지난해 우리 인삼은 해외에서 약 2억 4천만 달러 어치가 팔렸다. 김치는 1억 5천만 달러 정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샤인머스캣 포도 역시 큰 몫을 해냈다.

물론 반론도 존재한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농식품 수출이 단순히 수출규모 확대가 되어서는 안 되며, 새로운 시장을 확대해 농가소득에 기여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출을 하되 국내산 원재료 사용 등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를 강화한 수출이어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국내산 원료로 가공한 수출이 아니라면, 농식품 수출이 증가한다 해도 농업에 대한 기여도는 제한적이라고 꼬집었다.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코로나19라는 불리한 여건이 오히려 수출확대의 기회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인삼과 김치가 ‘면역력’ 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게 그 확실한 사례일 수 있다. 사진은 수출용 배가 컨테이너에 실리고 있는 모습 [사진=농식품부]

◇ 수출 100억 달러 돌파한 ‘K-농업’이라는 유망주

이런 분위기 속에 '세계에 K-농업을 재배한다'. 제목부터 흥미진진한 연구결과와 주장이 나왔다. 우리 농업을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적극 육성하자는 주장인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신성장연구실 심혜정 수석연구원이 앞장 서서 발표도 했다. 그는 우리 농업의 경쟁력이 주요 농업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미약하다고 했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심 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000년 55.6%에서 지난 2019년엔 45.8%까지 하락했다. 20년이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무려 10%나 내려앉았다. 이 통계로 볼때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 중 외국산 농식품을 절반 이상 먹고 산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농산물 무역 적자액 또한 무려 131억 달러나 된다. 지난해 2021년 사상 유례없는 수출액으로 화제가 된 농식품수출액이 110억 달러 정도였던 걸 감안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또 최근 K-농업 수출 성공사례와 함께 우리 농업의 해외진출 확대를 위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K-농업을 유망 수출산업으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농자재, 플랜트, 농업기술로 수출 범위를 확대하고 친환경 및 스마트 농업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이 보고서에는 “최근 딸기와 감자, 양배추 등 우리 종자가 홍콩, 유럽, 동남아 등으로 수출에 성공한 것은 다양해진 세계인의 입맛에 맞춰 차별화된 품종을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농촌진흥청은 국산 품종의 벼를 아랍에미리트(UAE) 사막 지역에 파종해 수확하는데 성공했다. 농진청의 이러한 성과는 작물을 수출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현지의 환경요인과 제도나 기술까지 파악해 현지 수출모델로 우리 농업기술을 수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에그리테크(Agri+tech, 농업+기술)가 미래 유망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심 연구원은 "디지털 농업이라는 틀에서 우리 기업들도 5G, IoT를 포함한 디지털기술력을 활용한다면,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2018년 한-UAE 정상회담간 논의된 농업기술협력사업의 하나로 UAE의 사막지역인 '샤르자'에서 시험재배한 벼의 수확을 앞두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 농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한다면 1천억 달러 수출도 가능

수출을 위한 밑바탕을 까는 일도 꾸준히 진행중이다. 농촌진흥청(청장 허태웅)은 올해 개발한 우수 수출 농업기술과 농식품 수출 경영체의 우수사례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21년 농식품수출기술지원 성과확산대회’를 개최했다. 　

수출 농업 경영체, 청년 수출 농업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수출 농업 경영체 우수사례로 가공식품 부문 4팀, 신선 농산물 부문 2팀, 청년 수출 농업인 2팀 등 총 8팀이 참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추진해온 상품 개발, 시장 확대 등 수출 성공 사례를 발표했다.

대상은 프리미엄 딸기수출단지 법인이 수상했다. 신선식품 분야 최우수상은 가야수출농업단지 법인, 우수상은 서화파프리카수출단지 법인과 그린화훼 영농조합법인 법인이 각각 수상했다. 가공식품 분야 최우수상은 농업회사법인 ㈜설악산그린푸드, 우수상은 평동전통떡마을 영농조합법인이 선정됐다. 청년 수출상 부문 수상자는 농업회사법인 (주)창창푸드와 지리산피아골식품영농조합법인이 선정됐다.

농촌진흥청 김두호 차장은 “코로나19 장기화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올해 농식품 수출 실적은 12.5% 이상 증가했다. 이는 수출 경영체 여러분과 수출 지원 기관의 노력으로 이뤄낸 결과”라며 “현장 중심 기술지원을 더욱 강화해 수출경쟁력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업무계획에서 개도국 식량 직접 지원과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해외 고품질 농식품 시장을 중점 공략하기로 했다. 특히, 딸기‧포도 등은 농식품 수출 전용항공기·선복을 추가 확보하여 적기에 수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기대가 크다. 우리 농식품 수출액이 1천만 달러를 돌파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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