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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에는 도시락, 군대에는 밀키트를말 많은 군대 급식... 도쿄 올림픽 반면교사로 ‘실질적 변화’ 추구해야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신토불이의 실천? 일본 도쿄올림픽 출전 대한민국 선수단 급식으로 일본재료가 아닌 국산 원재료 사용이 확정됐다. 한국에서 가져간 채소, 고기와 쌀로 도시락을 만들어 삼시세끼 선수단에 제공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을 걱정한 한국의 결정에 일본이 적잖이 당황하는 모양새. 그래서 이번 도쿄올림픽에선 한국 선수단 ‘도시락 급식’을 놓고 이래저래 말이 많다.

어쨌거나 2020 도쿄올림픽(사실은 2021년에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은 전원 선수촌 근처 호텔에 마련된 급식 지원센터에서 만들어진 한국산 원재료 음식을 먹게 된다. 대한체육회는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지난 21일부터 한국선수단에 국산재료로 만든 도시락 배달을 시작했다. 군사작전처럼 거침이 없는 행보. 선수촌에서 20분 가량 떨어진 호텔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간이급식센터를 만들었단다. 오전 6시 30분, 오전 10시 30분, 오후 4시 30분 총 3번에 걸쳐 여기서 만든 ‘국산 도시락’을 선수촌으로 배달한다.

이쯤에서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 도시락엔 어떤 반찬이 들어갈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메뉴가 궁금하다. 취재 결과, 우리 선수단에게 제공되는 급식(도시락)은 일본산 단무지나 미소된장국이나 일본산 채소는 없다. 대신에 우리 쌀로 만든 밥, 된장국, 불고기, 사태에 스팸구이도 포함됐다. 게다가 뱅어포구이, 깻잎오이무침, 고들빼기무침, 김, 자두도 이름을 올렸다. 북어국, 정육고추장볶음, 닭다리 조림, 계란말이, 멸치볶음, 오이무침, 배추된장국, 제육볶음, 장조림, 고추된장무침 등 메뉴가 푸짐하기 이를 데 없다.

김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aT측은 도쿄올림픽 참가 한국선수단의 사기진작을 위해 선수단 도시락 메뉴에 들어갈 국산 김치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 김치는 국내 식품업체인 대상, 동원 등 대기업이 만든 제품이다. aT는 코로나 시국에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김치를 더욱 널리 알릴 수 있겠다는 포부로 기획한 프로젝트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렇게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뿐만 아니다. “왜 우리 거 안 먹고, 본국에서 가져다 먹어?”라며 반발하는 올림픽 주최국 일본의 속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도 무려 32톤이나 되는 음식을 본토에서 가져다가 미국 선수단에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도 선수촌에서 멀지 않은 곳에 급식 지원센터를 만들어 한 달 넘게 자국에서 가져온 음식을 제공한다.

우리나라 도쿄 올림픽 대표선수단이 개회식 참석 전 선수촌 빌리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체육회 페이스북]

◇ 한국ㆍ미국, 도쿄올림픽 선수단에 자국 음식 제공...한국선수단은 도시락 급식

한국과 미국은 왜 이러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특정 음식, 즉 일본 올림픽위원회에서 각국 선수단에게 제공하는 급식(음식)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대사를 앞두고 음식에 신뢰나 믿음이나 정직이라는 개념을 부과하는 건 당연한 일. 옛날 옛적 중국의 무술 고수들은 원정대결을 다니며 각 지역의 고수들과 겨룰 때, 자신이 직접 챙긴 물만 마셨다 하지 않던가.

눈길을 끄는 건 한국선수단의 도시락이다. 도시락이 뭔가? 뚜껑만 개봉하고 바로 먹으면 되는 일종의 ‘한상 차림’이다. 밥도 국도 반찬도 하나의 상자나 케이스에 들어간 간편식, 요즘 유행하는 초간단 ‘밀키트’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한다고 했을 때 “이거 뭔가 부실한 거 아냐?“라며 놀란 것도 사실. 하지만 도시락 메뉴를 본 다음엔 이내 그런 의구심은 사르르 녹아들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도쿄올림픽 주최국 일본에서는 요즘 ‘오피스 오칸’이라는 게 유행이다. 전문 영양사가 조리한 반찬과 밥을 사무실 냉장고에 공급하는 서비스. 코로나 시국에 점심식사 때 사람들과 마주칠 일 없이 비접촉 배달시스템을 회사 내에 마련해놓고 마음 놓고 식사를 하자는 거다. 일종의 사무실 편의점인 셈이다.. 전용 냉장고에 음식을 제공하는 형식과 주문받은 음식을 지정장소에 배달하는 형식이 있는데, 직장인들의 반응이 무척이나 뜨겁단다.

지난 7월 초 코트라 일본 도쿄무역관의 자료를 보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Okan’은 어머니라는 뜻으로, 사무실에 설치한 냉장고에 매일매일 반찬이 도착해 언제든지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을 수 있는 서비스. 모든 반찬은 100엔(우리 돈 1천원 정도)다. 오피스 오칸(Office Okan)의 영양 관리사가 직접 만들고 관리하기 때문에 회사 측은 전자레인지만 준비하면 된다.

매달 20개 이상의 메뉴 제공과 1/3의 메뉴 교체로 다양한 반찬을 맛볼 수 있다. 주로 일식이 대부분인데 양식, 중식, 빵 등 메뉴도 풍부하고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출근 시 밥만 챙겨서 오피스 오칸의 반찬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거나 저녁식사 준비가 번거로울 때 반찬을 포장해 퇴근하면 시간도 절약된다. 현재 약 2500개 거점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복지제도로 인정받고 있다.

코트라 도쿄 한국무역관은 사무실 편의점이 날씨나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휴식시간에 언제든지 상품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 단축과 업무의 생산성 향상이란 점에서 인기가 많다고 했다. 근무 시간뿐만 아니라 재난 시의 비축품 활용이라는 점에서도 사무실 편의점의 수요는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라는 게 코트라 일본 도쿄 한국무역관측의 전망이다.

오피스 오칸은 전문 영양사가 조리한 반찬과 밥을 사무실 냉장고에 공급하는 서비스다. 일종의 사무실 편의점 개념이다. [사진=오피스 오칸 홈페이지]

◇ 일본서 유행하는 직장 내 식사서비스 ‘오피스 오칸’... 푸드테크의 롤 모델

앞서 언급한 일본의 사례는 음식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방법이나 기술들, 즉 푸드 테크의 가장 적절한 직장 내 적용사례일 수 있다. 상황과 여건에 맞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일본 음식문화가 오피스 오칸이라는 시스템을 탄생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왜 올림픽에선 적용하지 못하는지 자못 궁금하다.

일본의 이러한 푸드테크 적용사례는 도쿄 올림픽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군부대에도 적용될 여지가 커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군대에서는 급식에 대한 뒷말들이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 실제로 지난 5월 계룡대 예하부대에서 ‘오징어 건더기 없는 오징어국’ 사진이 SNS에 공개돼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후 군급식 전반에 걸친 부실 의혹 제기 사진이 줄을 이었다. 닭고기 없는 닭볶음탕’, ‘돼지고기 없는 돈육김치찌개’ 등 많은 사례들이 SNS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군 장병들과 자녀를 군대에 보낸 부모들도 댓글과 사진으로 군대급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기 시작했다.

이후 국방부의 공식 발표와 관계기관들의 관심 표명으로 불이 꺼지는 듯 했지만, 국민들이나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걱정과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현재의 군 급식 운영 체계를 되돌아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였다. 아울러 국군 장병 연령대인 Z세대에 맞춘 ‘트렌디’한 급식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식품업계에서 군 급식 운영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공급이 독점구조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군 급식 식재료 조달체계는 농협·수협간 수의계약 조달로 제한되어 있다. 또한 중소기업에서 생산된 품목만 공급이 가능해 식품 대기업의 참여가 불가능한 점도 제약요인으로 꼽히곤 한다. 수의계약, 대기업참여 규제. 일단 이 두 가지 제약 요인에 대한 지혜로운 해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문제는 더 있다. 시대 변화를 군급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급식 관련 식품업계에서는 이른바 Z세대는 빠르고 쉽게 먹는 ‘원밀'형 메뉴에 익숙하다는 점을 국방부나 군관계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국방부가 Z세대 장병들이 잔반(먹고 남은 밥과 반찬)을 많이 남긴다고 걱정만 할 게 아니라 , 그들의 입맛과 트렌드에 맞춰 메뉴와 급식 제공형식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도 꼬집고 있다. 1인용 완조리 형식, 밀키트 형식, 도시락 형식의 급식까지도 총체적으로 고려해 군 급식 시스템을 바꿔보자는 의견도 나오는 현실이다.

국방부는 지난 5월 16일 국방부 페이스북을 통해 계룡대 근무지원단이 직접 관리하는 7개 부대 중 3개 대대에 총 8명의 격리장병들이 있다면서 이들에게 제공된 도시락은 배식하기 전 간부들이 검수 차 촬영한 사진을 확인한 결과 모든 메뉴가 정상적으로 제공되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군 간부가 확인했다는 도시락 [사진=국방부 페이스북]

식품산업협회는 오래 전부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TF팀을 구성해 국방부, 육군본부 측과 협의중인데, 드디어 국방부는 지난 7월 4일 장병 선호에 맞춘 군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민간 경쟁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군 급식시스템을 직영을 원칙으로 학교급식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군 급식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현재 90여개 군납 농축수협이 수의계약을 통해 군납에 참여하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협업해 2022년에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을 군 전용으로 변형해 적용하기로 했다. 식단편성에서부터 입찰, 계약, 정산 시스템까지 망라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20여개 먹거리 단체와 농업 관련 단체들은 국방부의 군 급식 개편안에 대해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경쟁 시스템 도입과 장병 입맛 선호 라는 2가지 축으로 군급식 시스템을 개편할 경우, 공급업체 사이의 저가 경쟁과 간편식, 가공식품, 육류 위주의 부실급식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들 단체들이 대안으로 내세운 것은 바로 ‘친환경·로컬푸드 공공조달체계’ 도입이다.

군납 농협도 반발하고 있다. 군납 농협들은 “군 부실급식의 주요 원인은 취사병과 관리시스템의 문제다. 그런데도 군이 현행 조달체계를 문제로 인식하는 왜곡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농민과 군납농협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학교급식 체계를 이용한 경쟁조달체계 적용 계획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군 급식이 부실한 게 오직 취사병 숫자 부족과 그들의 요리실력 부족 때문일까? 공급 체계는 그대로 두고 , 식재료도 그대로 사용하고, 메뉴도 안 바꾸고, 취사병의 요리 수준만 향상시킨다고 군급식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다면 백주부 백종원씨나 이연복 쉐프를 군대에 초빙하면 한 방에 해결될 일 아닌가?

그게 아니란 걸 우리는 잘 안다. 우리나라 군급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쿄 올림픽이 반면교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왜 대한민국 선수단이 일본 올림픽위원회가 제공하는 급식을 거부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아울러 왜 도시락 제공이 별다른 거부감 없이 국민들과 선수단 모두에게 받아들여지는지도 곰곰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또한 일본의 오피스 오칸 같은 푸드 테크 시스템과 급성장하는 밀키트 시장의 추세도 국방부와 군급식 관계자 모두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처음처럼, 군급식 시스템을 고수하면서 취사병 수준만 높이자는 말은 너무 궁색하다. 시대가 변하는데 군 급식이 안 바뀔 이유가 있는가?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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