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공부는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고 답할 수 있다. 인격의 도야, 도덕성과 정의감 구축 등 공부가 주는 효능이 있다. 또 다른 역할도 있다. 사는데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운전하기, 요리하기, 재판하기, 병 고치기 등은 대표적인 실용 공부다. 배운 것을 써 먹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우수한 사람이라는 뜻의 인재(人才)와 더불어 인재(人材)라는 단어도 있다. 역시 뛰어난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약간 의미는 다르다. 뭔가를 하는데 필요로 하는 사람, 즉 일의 재료가 되는 노동력에 방점이 찍힌다. ‘공부를 시켜 인재를 키운다‘라는 말에는 재주 있는 사람을 잘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그럼 나무는 왜 키울까? 목재(木材) 쓰기 위해서다. 사람을 기르는 목적과 같다. 무언가의 재료(材料)로 쓰기 위해 기르는 것이다. 물론 ‘바른 사람‘ 그 자체가 소중한 것처럼 나무도 숲을 구성하는 개체로도 가치가 있다. 하지만, 최종 목표는 쓰임새. 어디에 써먹기 위해 가꾸는 것이다. 벼는 쌀을 얻기 위해, 사과나무는 사과 열매를 따서 먹고 팔기 위해 기른다. 그런데 나무에 대한 상식은 좀 다르다. 그냥 그 자리에, 애초 심겨진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일종의 고정관념이 있다. 

사진은 2020년 친환경벌채 우수사례 선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부여국유림관리소 관내의 충남 공주시 의당면 중흥리 소재 산지 [사진=산림청]

최근 때 아닌 벌채 논쟁이 벌어졌다. 모 인터넷신문의 기사가 불을 붙였다. 해당 기사의 요지는 “문재인 정부가 탄소저감을 위해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을 예정이며 이 때문에 멀쩡한 나무를 다 잘라낸다”는 것이다. 홍천과 제천의 민둥산 사진은 숲이 잘려나간 처참한 모습을 오롯이 담고 있었다. 비슷한 기사가 다른 매체들에 연이어 실렸다. 탄소저감은 환경을 위한 일인데, 이 것 때문에 나무를 잘라낸다니 선뜻 이해가지 않는 대목이다. 환경을 지키고자 환경을 파괴한다는 엉터리 같은 정책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곧바로 최초 보도한 인터넷신문에 산림청의 해명이 나오면서 의문이 풀렸다. 우선 앞선 보도에서 지적한 무분별한 벌채로 민둥산이 됐다는 해당 산지는 사유지로 애초 목재를 얻기 위해 인공조림한 산지였다. 당연히 「산림자원법」 제36조 등에 근거하여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를 받고 나무를 잘랐다. 

또한 같은 법 제10조는 벌채지에 대해서 의무적으로 조림사업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벌채 후 산지가 아닌 다른 용도로 전용하기도 어렵다. 산림청(정부)가 앞장서서 정책적 목적에 의해 나무를 베어버린 것이 아니었던 것. 게다가 기사에서 민둥산의 원인으로 지목한 ‘산림 뉴딜‘은 현재 세부계획 수립 단계로 아직 시행되기 전이다.

산림청은 이런 식의 모두베기 방식의 수확벌채는 비단 이번 정권에서만 있던 일은 아니라고 밝혔다. 목재자급률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2005년부터 시작된 산림경영의 일환이라는 것.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됐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연평균 모두베기 벌채면적은 박근혜 정부 시절 2만 5787ha 였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는  2만 4863ha로 다소 줄었다. 연평균 총벌채량도 박근혜 정부 때 805만 5천㎥에서 문재인 정부 동안에는 571만 3천㎥으로 대폭 줄었다. 

최병암 산림청장이 17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벌채 정책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최병암 산림청장도 17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설명회를 열고 해당 사안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최 청장은 "최근 세계 각국은 나무의 양이 늘어나면서 목재 수확량 역시 점차 증가하고 있다"면서 "목재수확은 교토의정서에 따른 '산림경영'에 해당하여 국제적으로 탄소저감 활동으로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전체 산림의 약 1/3인 234만ha를 경제림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 지역을 중심으로 임업경영을 하고, 그 외의 산림보호구역에서는 벌채를 금지하고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청장은 ”현재 경영임지에서 이루어지는 벌채는 연간 2만ha 수준이고, 이는 현재 수립 중인 탄소중립 계획과는 무관한 통상적인 산림경영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언론에서 지적한 탄소중립을 위한 산림뉴딜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그 때문에 무분별한 벌채가 진행된다는 건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재관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특별위원회 산림뉴딜 TF팀장(여주·양평 국회의원)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최 팀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숲의 근본 문제는 나무의 나이가 거의 같은 단층 숲이라는데 있다. 나무가 밀식되어 잘 자랄 수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밀식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숲을 만들기 위해서는 솎아베기를 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임도와 기계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최재관 팀장은 “산림의 3%를 제대로 솎아내면 우리나라 산림 자급률 100%를 달성할 수 있는 양”이라며 산림청을 향해 "솎아베기 중심의 벌채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환경도 살리고 임업인의 이익도 지키는 나름의 해법을 정리해 제시했다.

이번 논쟁은 환경과 임업의 가치가 서로 충돌하면서 생겼다. 농업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게 2019년 ‘왕우렁이’ 사건이다. 당시 환경부는 왕우렁이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해 수입과 사육을 금지하려고 했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왕우렁이가 어린 벼 잎을 갉아먹는 등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농업계에서는 이양한 벼가 6주 정도 자란 후 왕우렁이를 투입하고 있어 농작물에 피해가 없다며 반박했다. 오히려 화학 제초제 사용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정 취소를 요구했다. 친환경 농법에 필요한 왕우렁이를 없애려고 한 환경부는 결국 계획을 취소했다. 환경을 지키려고 환경 지킴이를 내쫓으려던 어처구니없는 탁상 행정의 전형이었다.

미국의 언론인이자 <여론>의 저자인 월터 리프만 (Walter Lippmann) [사진=brainpickings.org]

사람들은 이따금 사실(Fact)과 진실(True)을 혼돈한다. 사실 없는 진실도 없지만, 사실이 꼭 진실이 되는 건 아니다. 여러 가지 사실들이 맥락(Context)을 가지고 연결될 때 진실에 다다를 수 있다. 

미국 언론인 월터 리프먼은 1922년에 쓴 저서 <여론>에서 “우리는 먼저 보고 나중에 정의를 내리지 않고 반대로 정의를 내리고 나중에 본다. 또한 우리는 고정관념화(Stereo Type)한 것만을 추려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스는 땅속에서 어떻게 씨앗이 발아 되는지를 알려 주지 않는다. 싹이 터서 땅위로 솟을 때 이를 알려준다.“는 말도 남겼다. 

퓰리처 상을 두 번이나 받은 리프먼도 미디어는 사건의 단면만 보도하는 경향이 있으니 선입견을 버리고 배경에 집중해야 진실이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가 살던 100년 전 미국의 여론도 진실과 무관하게 출렁댔다. 지금까지 한결같은 미디어의 속성 때문에. 

농업이 환경과 충돌할 때, 드러나는 사실 너머에 있는 진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무분별한 벌채, 방치되는 축산악취, 지나친 농약 사용을 두둔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환경은 공동체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다. 문제가 있다면 대화와 타협으로, 새로운 기술과 예산으로, 법과 제도로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다만 우려스러운 건 답을 정해 놓고 농업을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여론이다. 진실이 가려진채 특정한 이미지로 매도되는 억울한 일은 없어야 한다. 나무 키워서 팔려는 임업인은 열심히 공부해서 배운 것을 써먹어 보려는 학생과 같다. 합법적 범위 안에서 얼마든 가능하다. 사라질 뻔했던 친환경 농업의 도우미 왕우렁이는 대체 무슨 죄란 말인가. 선입견을 버리고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환경과 농축임업은 얼마든 친구가 될 수 있다.

산림청은 지난 5월 13일 강원도 평창군 백두대간 대관령에서 환경단체 및 산림생태복원단체와 함께 나무 심기 행사를 했다. [사진=산림청]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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