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커피브랜드 스타벅스는 전국 1300여 개 매장에서 수거되는 커피 찌꺼기(커피박)을 활용해 천연 비료로 만들어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영농신문 송영국 기자] 

퀴즈부터 풀어보자. 택배 상자에서 주 내용물을 빼내고 난 뒤 가장 무거운 것은? 재활용할 지 쓰레기로 버려야 할 지 헷갈리는 것은? 물도 아니고 얼음도 아닌 이것은? 맞다. 아이스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스팩 생산량은 2019년에 비해 5천만 개 늘어난 2억 6천만 개. 시중에 유통되는 아이스팩은 고흡수성수지로 이뤄진 '젤 아이스팩'인데, 비닐 포장재를 벗기고 젤 형태의 내용물을 말린 다음에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려야 한다. 그런데 일반 가정에서 이게 가능한 일일까? 이렇게 하는 사람이 있긴 있을까?

그래서 전국 지자체 곳곳에서는 아이스팩의 재활용을 위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고, 지난 2019년 서울 중구는 아이스팩의 주원료인 보냉제와 농축 액체비료를 섞어 공원의 14그루 나무에 살포해봤다. 이후 2달여 동안 관리하며 상태를 확인한 결과, 12그루가 새 잎이 돋고 원래 상태를 회복했다. 수분증발을 막아주고 영양분이 공급됨에 따라 나무가 생장하기 적절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그런가하면 우리나라의 한 중소기업 (에코일렉)에서는 고흡수성수지로 만들어진 ▲아이스팩으로 비료를 만들기도 한다. 먼저 고흡수성수지 충진재에 또 다른 하이드로겔을 섞는다. 그리고 이를 '비드' 형태로 만들어 말려서 태운다. 여기서 나온 재를 염기성 비료로 재활용하는 원리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의 합성어다. 목재를 섭씨 300도 정도에서 태워 숯가루 형태로 만든 토양개량제를 말한다. [사진=픽사베이]

◇ 아이스팩을 식물 비료로 재활용? 쓰레기 환경문제 해결의 실마리 보인다

커피 찌꺼기로 만든 비료도 존재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얘기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들 때마다 나오는 커피 찌꺼기, 즉 커피박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다국적 커피브랜드 스타벅스는 전국 1300여 개 매장에서 수거되는 커피 찌꺼기(커피박)을 활용해 천연 비료로 만들어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2015년부터 그랬으니 시간도 꽤 흘렀다.

경기도와 손잡고 나름의 노하우도 착실히 쌓았다. 흙과 커피 찌꺼기를 9 대 1 비율로 섞으면 병충해가 적은 천연비료가 된다는 점도 알게 됐다. 경기도 내 평택과 이천 뿐 아니라 전남 보성과 제주 지역에도 총 18만 포대, 돈으로 환산하면 약 7억원 정도 되는 커피박 비료를 지원 중이라는 게 스타벅스 측의 설명이다. 대단하다.

굴 껍데기(굴 패각)을 원료로 하는 비료도 있다. 패화석비료라고 한다. 패화석비료는 굴껍질을 사용한 천연비료를 말하는데, 병충해 방지와 수확량 증대 뿐 아니라 토양의 힘을 키워주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전라남도가 패화석비료의 선두주자로 알려져 있다.

전남은 해양폐기물 관련법이 개정됨에 따라 그동안 방치해 왔던 조개류 패각(껍데기)도 어장환경 개선제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관련법이 변경됐는데, 우선 해양에서 활용할 수 있는 폐기물이 늘어났다. 또한 활용 가능 폐기물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미처리 상태로 방치된 패각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전남에서는 매년 7만6천 톤 정도의 패각이 나오는데, 이 중 절반 정도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방치되어 왔다. 전남은 앞으로도 패각을 패화석 비료, 생석회, 시멘트 원료 등을 생산하는데 널리 활용할 계획이다.

서부발전도 굴껍데기 활용 기술을 선보였다. 국내 굴껍데기 폐기물 연간 약 30만 톤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 관련 처리기술을 국내 중소기업에 이전도 했다. 서부발전의 기술 덕분에 바닷가에 버려진 굴껍데기 폐기물을 보지 않아도 된다. 대신에 이를 활용해 고용도 창출하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친환경비료 제조를 위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천연 물질 소재들이 있다, 키토산, 알긴산 나트륨, 녹말, 섬유소, 리그닌, 바이오차biochar), 폴리 도파민 등이 주인공이다.

▲키토산 = 게, 새우 같은 갑각류 수생 동물의 외골격의 주성분인 키틴의 탈 아세틸화로부터 유래된 다당류. 코팅 소재로 많이 사용중이다. ▲알긴산 나트륨 = 갈색 해조류에서 추출되는 다당류 소재다. ▲녹말 유도체 = 식물에 가장 풍부한 다당류 소재로 생분해성. 경제성이 뛰어나다. ▲섬유소 유도체 = 다당류 소재로 재생 가능성, 생분해성, 필름 형성 능력이 뛰어나다. ▲리그닌 =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생체 적합성 및 식물 유래 원재료의 이용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차(biochar) = 농업 잔류물, 바이오매스 열분해로 얻은 탄소 고분자 물질로, 농업 잔류물 재사용으로 인한 농업 수익성 향상에 기여한다. ▲폴리 도파민 =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멜라닌의 주요 안료. 높은 부착력으로 코팅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주)조비의 완효성 비료 '단한번비료' [사진=(주)경농]

◇ 친환경 비료, 굴 껍질ㆍ커피 찌꺼기 비료 등 이색 비료 개발 활발

한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친환경인증 농식품에 대한 생산·유통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농관원은 지난해 도입된 무농약 원료 가공식품 인증, 비 인증품의 친환경 표시금지 등 제도개선 내용에 대해 홍보도 적극 추진한다. 농관원 관계자는 "친환경농업이 화학비료와 농약 감축 등을 통해 환경보호, 고품질 안전 농·식품 공급 등 공익적 기능이 크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라남도는 올해 323억원을 들여 친환경비료 53만여 톤을 농가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친환경비료 공급은 지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토양개량제 9만 톤과 유기질비료 44만 2천 톤 등을 작물별 파종시기에 따라 공급한다. 또한 전남은 유기농 인증면적이 무농약을 앞지른 성과를 거뒀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유기농업자재 지원사업 국비 약 16억 원을 확보해 농가를 지원하기로 했다. 유기농업자재는 합성농약이나 화학비료를 대신하고 있는데, 제충국 등 천연물질과 천적을 활용해 병충해 관리, 작물생육을 하는 것을 말한다. 헤어리베치, 녹비(청)보리, 호밀, 자운영, 수단그라스 등 녹비종자 5종의 천연비료 효과와 지력증진 효과 역시 전남이 눈여겨보는 작목들이다.

㈜조비는 국내 최초의 완효성 비료 ‘단한번비료’를 출시했다. ‘단한번비료’는 국내 최초의 완효성 비료이자 전국 판매 1위를 자랑하는 비료이다. 완효성 비료는 작물생육에 적합하게 비료성분이 용출되도록 제조한 비료. ‘단한번비료’는 30일에서 최대 300일까지 시기별 용출 조절이 가능하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한 신물질 'CB04' 성분을 추가해 작물의 뿌리활착을 도모하고 작물생육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일시적인 농도장해, 영양과다, 유실 또는 무효화를 최소화하고 사용횟수 감소에 의한 노동력과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CJ제일제당은 필수 아미노산 중 하나인 ‘류신(leucine)’을 친환경 공법으로 양산할 수 있는 생산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올해부터 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류신은 CJ제일제당이 친환경 발효 공법으로 생산하는 9번째 필수 아미노산으로 알려져 있다.

남해화학은 밭작물 비료로 '슈퍼원예S'를 적극 홍보중이다.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기능성비료 판매 1위를 차지했다고. '슈퍼원예S'는 원예작물에 알맞은 영양소가 균형있게 혼합되어 있다. 토양에 결핍되기 쉬운 고토, 붕소가 함유되어 있어 작물의 효소 및 대사를 향상시켜 생육을 증대시켜 준다. 또한, 칼슘과 유황, 황산가리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칼슘은 내병성을 향상시키고 저장성 개선에 효과적인 성분이다. 유황과 황산가리 성분은 작물의 당도, 향 성분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밭작물 재배 시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송영국 기자  syk@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