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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온다는 소설에도 영농계획에 바쁜 농촌고객이 원하는 상품 내놓는게 관건... 먹거리 소비 트렌드 변화도 주목해야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 지났다. 입동(立冬)은 일찌감치 뒤로 하고 바야흐로 계절은 겨울로 접어들었다. 이제 올해 달력도 12월 한 장만 남았다. 평소 같으면 한 해를 정리하는 송년회로 식당이며 술집이 들썩였겠지만 요즘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감이 돈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연말 모임은 모두 취소되는 분위기다. 그래도 사람들은 내년 계획을 짜고 새로운 희망을 품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수확을 마친 농가들도 마찬가지다. 한 숨 돌리면서도 내년 농사 준비에 분주하다.

준비를 한다는 것은 계획을 세우는 것이고 모든 계획에는 목표가 있다. 목표가 잘 설정되어야 계획이 제대로 들어맞는다. 목적지가 명확해야 제 때 도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장사에서는 목표 고객을 제대로 정해야 한다. 그 고객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만들고, 그 고객이 살 수 있는 가격을 설정하고, 그 고객이 잘 다니는 곳에서 물건을 팔고, 그 고객이 자주 보는 매체에 광고를 한다. 그래야 많이 팔린다. 장사는 누구를 상대로 하느냐, 즉 목표 고객을 분명히 결정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이 소위 마케팅(Marketing)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생산-출하-유통-소비’ 등의 단계를 거친다. 단계마다 가치가 증감한다고 해서 ‘가치사슬(Value Chain)’ 이라고 부른다. 핵심은 역시 소비(자)다.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만들고 가치를 얹어 전달하는 가치사슬을 효율적으로 구성해야 제대로 팔 수 있다. 이것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나 농업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소비자의 성향과 변화를 추적해야 하는 게 생산자의 숙명이다. 한번 씨를 뿌리면 몇 해는 작물을 바꾸기 어려운 농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과 생산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져도 이를 즉시 바로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농업인들의 목표 고객은 누구인가? 재배한 농산물을 사줄 소비자들이다. 이들을 주시하고 필요로 하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농식품부는 2021년 외식 트렌드를 이끌어갈 핵심 키워드로, ▲‘홀로 만찬’, ▲‘진화하는 그린슈머’, ▲‘취향 소비’, ▲‘안심 푸드테크’, ▲‘동네 상권의 재발견’ 등을 선정했다. 내년 먹거리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로 주의 깊게 볼만 하다.

먼저, 1인 가구의 증가로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은 내년에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환경보호, 동물복지 등 윤리적 가치에 따라 소비를 하는 ▲‘그린슈머’(Green Consumer)도 눈에 띤다. 녹색 소비자로 번역할 수 있는 이들은 친환경 포장재 사용, 대체육 소비, 채식주의 등을 추구한다. 1980년부터 2004년생 소비자가 중심이 된 ▲’취향 소비’의 유행도 예상된다. 이들은 복고풍의 재유행, 이색 식재료 조합, 음식과 패션 브랜드 간 조합 등 남다른 개성을 먹거리로 드러내려고 한다. 코로나 19로 위생·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해 ▲‘안심 푸드테크’(Food tech)도 더욱 많이 보급될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비대면 예약·주문·배달·결제 등의 서비스 이용의 증가가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활동반경이 줄어들면서 집근처 숨겨진 맛집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이른바 ▲‘동네상권의 재발견’ 현상도 지속될 것이다.

요약하자면, 내년에 사람들은 ‘혼자서, 친환경 재료로, 개성있는 메뉴를, 배달을 통해, 집근처 동네에서 먹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젊은 계층에서 고령층으로, 외식에서 집밥으로 확장될 수 있다. 여기에 농업인들의 숙제가 있다. 과연 우리가 정성껏 키워낸 자식같은 농산물들이 소비자의 선호를 만족시키고 있는가를 점검해 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좋은 사례가 있다. 과수농가들은 이전부터 해법을 고민해 왔다. 본지와 인터뷰를 한 박철선 한국과수농협연합회 회장의 말을 빌어보자.

“미니과일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맞벌이부부와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간편하게 씻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고 음식물 쓰레기도 많이 나오지 않는 과일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은 소비자의 인기를 얻고 있는 작은 과일, 소포장과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로 면역력 증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가정에서는 과일소비가 많아졌습니다. 과일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가격이 비싸지고,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조금씩 자주 과일을 구매하여 섭취를 하는 패턴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컵과일이나 씻지 않고 바로 섭취할 수 있는 세척사과 구매가 많아졌습니다.”

한국과수농협연합회는 이렇게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읽고 있으니 조합원들을 독려해 잘 팔릴 품종을 발굴해 보급하려고 한다. 여기에 맞춰 ‘생산-재배-선별-출하-유통-판매’ 등 가치사슬도 효과적으로 구축할 것이다. 이는 비단 과수 농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곡물, 축산, 낙농 등 농업 전 분야에 걸쳐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고 점진적으로 영농 방식을 변화시키는 영민함이 필요하다. 물론 하루 아침에 되는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농업계 전체가 먹거리 소비 트렌드에 맞춰 가치사슬을 구축하도록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머리를 맞대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으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시장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해 전략을 세우고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도전할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 그러면 농업인들도 관행을 깨고 변화에 동참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겨울의 문턱에 선 오늘도, 농업인들은 빈들에서, 축사에서 언 손을 호호 불며 내년 농사 준비에 땀을 흘린다. 수고가 헛되지 않으려면 목표와 계획이 바로서야 한다. 주경야독하며 고객을 연구하고 내년 계획에 골몰하고 있을 수많은 영농인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 지났다. 입동(立冬)은 일찌감치 뒤로 하고 바야흐로 계절은 겨울로 접어들었다. 사람들은 내년 계획을 짜고 새로운 희망을 품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수확을 마친 농가들도 마찬가지다. 한 숨 돌리면서도 내년 농사 준비에 분주하다. [사진=픽사베이]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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