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닝아웃’이란 말이 있다. “의미,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다. 남들에게 밝히기 힘들어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던 자기만의 의미나 취향 또는 정치적ㆍ사회적 신념 등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현상이다. ‘소확행(小確幸)’, ‘케렌시아(Querencia)’ 등과 더불어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8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돼지고기 업계에는 이베리코 돼지고기 돌풍이 불었다. 도토리만 먹여 키운 돼지, 스페인산 프리미엄 돼기고기, 차별화된 맛 등등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내세운 마케팅 문구들은 국내소비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 듯 보였다.

한동안 천하무적일 것 같던 이베리코 돼지고기에게 최근에는 가짜 이베리코 돼지고기 소탕령(?)이 내려진 마냥 언론과 돼지고기 산업계가 힘을 합쳐 이베리코를 총공격하는 모양새다. 대한한돈협회(회장 하태식)는 우리나라에는 스페인산 이베리코 품종의 참.거짓을 판별할 시스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베리코 돼지고기 측이 과대·허위광고를 하고 있으므로 이를 중단하라고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정은 한우 쪽도 마찬가지다. 수입산 쇠고기가 국내 시장에서 많이 팔리고 있는 현상에 대해 한우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기한 것은 한우 쪽에서도 이베리코 돼지고기 같은 특색있는 프리미엄급 고기를 우리 한우업계에서도 생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미닝아웃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국내 소비자들이 일시적이든 꾸준하든 이베리코돼지고기에 대한 호감을 표출했다는 점은 어쩌면 미닝아웃의 한 갈래일 지도 모른다. 이를 부정하고 단속하고 틀에 넣어 고사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한우업계의 주장처럼 프리미엄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게 현명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젊은 층의 세계여행 희망국과 방문하고 싶은 곳 1위에 스페인 산티아고길이 꼽힌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부정하고서는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그런 점을 인정하고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한돈과 이베리코는 어쩌면 출발점이 달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미워하지만 말고 배울 건 배우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 송가인이 한돈 홍보대사를 맡아 한돈 매출이 늘어난 것도 어쩌면 미닝아웃의 변형된 표출형식일 수 있다. 소비자들의 취향과 신념 등을 겨냥해서 더 큰 발전을 이루어내길 기대한다. 한우업계와 한돈업계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한돈과 이베리코는 어쩌면 출발점이 달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미워하지만 말고 배울 건 배우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