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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식량 과학에 농업의 가능성이 숨어있다국립종자원-국립원예특작과학원-국립식량과학원의 신품종 개발 돋보여

하나의 씨앗이 농업과 농촌을 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사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 농촌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비록 일본에서 개발한 품종이지만, 어느덧 우리 과수농가의 대표 품목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샤인머스켓을 꼽을 수 있겠다.

그 뿐 아니다. 지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여자 컬링대표팀과 일본 대표팀 사이에서 벌어진 또 다른 경기(?)의 주인공 딸기도 포함된다 하겠다. 경기 중 간식시간에 일본 선수들이 우리 딸기 맛을 극찬하자, 일본 농림부 장관이 “그 딸기는 원래 일본 품종이야!”라고 언급해 한일 양국의 화제가 됐던 바로 그 딸기.

그래서인지 우수품종을 개발하고 히트농산물을 만들어보려는 노력은 꾸준하게 이어져왔다. 최근 국립종자원(원장 최병국)은 지난달 22일 ‘2019년 대한민국우수품종상’ 대회에서 뽑힌 8개 품종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다.

 

◇ 하나의 씨앗으로 농촌이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

8개 품종을 살펴보자. 대통령상은 ‘칼라짱(고추)’ 품종으로 농우바이오가 수상했다. 고품질 기능성 품종 육성이라는 우수품종상대회 취지에 가장 부합했기에 받은 상이다. 국무총리상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아리수(사과)’와 국립식량과학원의 ‘영호진미(벼)’품종이 받았다.

‘아리수’ 사과는 고품질 프리미엄 사과 품종으로 가을 추석 무렵에 출하되는 사과 중에서 특유의 당도와 산도(당도 14~16°Bx, 산도 0.35~0.45%) 비율로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 프리미엄 슈퍼마켓 등에서 선보이자마자 소비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낸 주인공이기도하다. 사과의 새콤한 맛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딱 맞는 사과라는 게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설명. 같은 시기에 출하되는 사과인 홍로의 산도 0.2%에 비해 아리수 사과의 산도는 0.4%로 조금 더 새콤한 맛을 자랑한다. 소비자들의 재구매율이 높은 것으로도 알려져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의 ‘영호진미’ 벼는 고온에 강한 품종이다. 기온이 높은 영호남 지역에서 최고품질로 꼽는 명품 쌀로 정착했다는 게 식량과학원의 자랑이다. 특히 병충해 흰잎마름병에 강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밥맛도 좋아 재배면적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

실제로 경북 의성군에서는 지난 4일에 영호진미 판매 행사를 열고 영호진미 시식과 밥맛평가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가 놀라웠다. 응답자의 90%가 기존에 구입한 쌀보다 밥맛이 좋다고 평가한 것은 물론 구매자의 80%가 재구매 의향을 보였다. 2016년부터 의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재배시험을 통해 재배면적을 점차 늘려나간 결과, 올해는 160헥타르(ha) 규모의 재배단지에서 자라는 품종으로 훌쩍 성장했다. 내년 2020년부터는 ‘의성眞쌀’로 판매될 예정이기도 하다.

2005년 9.2%에 불과했던 국산 딸기 품종의 점유율은 2018년 94.5%로 높아졌으며, 수출액도 2005년 4백4십만 달러에서 2018년 4천8백만 달러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사진은 충남도와 농진청이 협력해 개발한 국산딸기 품종 '설향' [사진=농촌진흥청]

◇ 좀 더 새콤.상큼한 사과, 밥맛 좋은 프리미엄쌀...숨겨진 2%를 찾다

그 밖에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에는 제일씨드바이오의 당조마일드(고추), 삼성종묘의 피알큰열(고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토강(지황), 국립식량과학원의 흑누리(쌀보리), 경상남도 농업기술원의 햇살(장미) 품종이 선정됐다.

제일씨드바이오의 ‘당조마일드’고추는 탄수화물(당류) 흡수 저해 기능성 성분을 다량 함유한 품종. 당뇨병 환자에게 유익하다. 3년 전부터 매년 9백만 달러 이상을 수출하고 있는 효자품종이기도 하다. aT센터 선정, 미라클 K푸드 유망수출 품목이라서 일본에 신선농산물로 수출되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토강’지황은 숙지황(지황을 쪄서 말린 한약재) 제조 가공성이 우수해서 수입 중국산을 대체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의 ‘흑누리’ 쌀보리는 흑색 보리 품종인데, 안토시아닌 등 항산화 기능 성분 함량이 높다. 빵과 국수 등 여러 가공제품을 개발.판매함으로써 산업화를 입증한 품종이기도 하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은 디카페인 커피 원두 일정 비율을 국산 검정보리 '흑누리'로 대체한 디카페인 보리커피를 지난달 개발해서 화제를 모았다.

농촌진흥청은 디카페인 원두와 흑누리 쌀보리를 특정 비율로 배합하면 카페인 함량을 90% 이상 줄인 커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카페인 원두, 흑누리, 일반 원두를 6:3:1로 배합했을 때, 카페인 함량은 0.95㎎/g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아라비카(12㎎/g)나 로부스타(22㎎/g)에 비해 10분의 1에서 20분의 1 정도의 카페인 함량이다. 임산부나 수유 중인 여성 등 카페인에 민감하거나 일시적으로 카페인을 멀리할 필요가 있는 소비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라는 게 농진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화훼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경상남도 농업기술원이 개발한 ‘햇살’ 장미는 일본시장 수출품목으로 인기가 높다. 일본에서 선호하는 밝은 핑크색 장미인데, 줄기가시와 곁가지가 없다. 그래서 수확작업도 쉽고 운송.유통도 번거롭지 않다. 가격 또한 일반 장미보다 약 1.3배 높아서 농가소득 향상에 도움이 되는 품종이다.

국립종자원은 앞으로도 ‘대한민국 우수품종상 대회’가 종자 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올해 15회째를 맞이한 이 상이 좀 더 농가소득에 도움이 되는 히트 품종들을 보급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국립종자원의 포부이자 희망이다.

 

◇ 당뇨에 좋은 고추, 카페인 함량 줄이는 보리, 좀 더 밝은 핑크색 장미도 선보여

우리나라 사람들의 1인당 쌀소비량은 30년 전에 비해 2분의 1로 줄어들었다. 정부와 관련 기관의 통계는 쌀소비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쌀소비를 늘리자고 외치지만, 밥도 쌀가공식품도 그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지는 않은 게 현실.

국립식량과학원은 그런 점에 주목해서 이런저런 쌀 관련 식품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개발해서 선보인 쌀요거트가 바로 그 주인공. 최근 국내에서도 비건(vegan, 절대 채식주의자)용 식품개발이 식품기업 중심으로 활발한 가운데 식량과학원의 쌀요거트는 식품시장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발효유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시장도 확대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립식량과학원의 쌀요거트는 한국형 신개념 신바이오틱스(Synbiotics)로 활용도 가능하다. 신바이오틱스(synbiotics)는 프로바이오틱스(기능성 미생물)와 프리바이오틱스(기능성 탄수화물)을 합친 개념. 쌀요거트 100g(1회분) 섭취 시 쌀밥 1/3공기를 먹는 효과가 있다는 게 국립식량과학원의 설명. 국내 기능성·가공용 쌀과 재고미를 활용할 수 있는 그야말로 1석 3조의 히트상품일 수 있겠다.

21세기는 종자과학과 식량과학의 시대. 앞서 언급했던 샤인머스켓의 약진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자료를 보면, 올해 약 10개월 동안의 국산 포도 수출액은 약 1300 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60만 달러와 비교할 때 약 35%나 증가했다. 중화권(중국 홍콩)과 베트남, 싱가포르에서 없어서 못 먹는다는 대한민국 샤인머스켓은 이미 ‘포도의 성공’을 넘어 신화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샤인머스켓 ‘성공신화’는 우리 농민과 농촌을 향해 무엇을 말하고 어떤 뜻을 전달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식량과학과 종자과학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종자가 바로 농업이라는 옛말이 새삼스럽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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